Mahler

말러,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샤이, 콘서트헤보

romantiker74 2005. 3. 20. 14:29

 


MAHLER: Des Knaben Wunderhorn


Barbara Bonney (soprano)
Sara Fulgoni (mezzo-soprano)
Gosta Winbergh (tenor)
Matthias Goerne (baritone)

Riccardo Chailly (conductor)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녹음: 2000/06/19-20 & 23 Stereo, Digital
장소: Grote Zaal, Concertgebouw, Amsterdam


기대도 많이 했고 출시된 이후 평도 좋아서 퍽 궁금했던 음반인 데 뒤늦게 입수해서 들어보았다.
소프라노인 보니와 베이스인 괴르네를 기용했는 데 곡들의 대비가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같은 악단과 연주한 하이팅크의 음반에서도 소프라노인 제시 노만, 베이스인 존 셜리 쿼크를 기용했지만 제시 노만이 워낙 깊은 톤을 가지고 있고 반데로 쿼크는 맑고 부드러운 음색이어서 샤이의 음반이 더 대비가 크게 이루어 지는 것 같다. 보니는 대체로 밝고 아름답게 곡들을 소화하고 있고 괴르네는 특유의 중후한 음색을 들려준다. 원광처럼 소프라노가 부르긴 좀 그렇고 그렇다고 남자에게 맡기기도 그런 곡은 메조인 사라 풀고니를 기용했고 기상나팔에는 특이하게도 테너인
빈베르크를 기용했다. 샤이의 반주는 여유있는 템포에 악기들이 잘 울리도록 했고 솔로 악기들을 부각시켜 실내악적인 느낌을 많이 준다.

1. 파수병의 밤노래
이 앨범에서 대화체 노래들도 남자 아니면 여자 가수 혼자서 불렀다. 말러의 원래 지시도 그랬다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괴르네가 불렀는 데 사진을 봐서는 마른 체구인데 목소리는 상당히 육중하다. 곡중 화자가 여자인 부분에서 여성적인 어투로 부르지는 않는 것 같다. 호흡이 긴 부분에서도 자연스럽게 흔들림없이 끌고 나가는 가창이 인상적이다. 청량감을 주는 타악기 소리와 오보에에서 바이올린으로 정말 한악기처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반주도 인상깊다.

2. 누가 이 노래를 생각해 냈을까?
보니의 기교가 돋보였다. 아름답고 깔끔한 멜리스마가 정말 상쾌한 느낌을 준다.

3. 소년고수
괴르네의 과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감정전달이 인상적이다. 포로로 잡힌 소년 고수의 두려움의 느낌 이 잘 살아있지만 음정은 정말 정확하다. 곡 후반의 탄식하는 내지는 체념하는 듯한 정서도 잘 살아있다.
교향곡 5번의 1악장이 끝나는 듯한 느낌의 반주도 여운을 준다.

4. 지상의 삶
아이와 엄마의 대화로 이루어진 노래. 보통 여자 성악가가 부르는 데 특이하게 괴르네가 불렀다.
그래서인지 아이와 엄마가 대화를 한다기 보다는 할아버지가 무서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다.

5. 헛수고
남자를 어떻게 유혹해 보려고 하지만 남자는 거들떠 보지 않는 내용의 노래, 보니가 불렀다. 여자 부분은 긴 호흡을 바탕으로 셈여림을 주면서 약간 과장된 붓점을 넣어 정말 뭔가를 졸라보는 느낌을 주었고 짧은 남자부분은 정말 탁탁 끊듯이 부르고 있다.
샤이의 반주도 보니의 노래처럼 미묘한 셈여림을 들려주고 있다.

6.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우스
"이리와서 내 말 좀 들어봐"라고 하듯 괴르네가 부른다. 노래를 한 곡 뽑는다기 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지만 표정은 매우 풍부하다.

7. 원광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우스에 붙여서 녹음되어 있어 6번 트랙이 끝나고 7번 트랙이 시작되면 교향곡 2번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메조인 풀고니가 불렀고 노래는 무난하다. 반주의 실내악적 앙상블이 유난히 돋보인다. 플륫이나 바이올린 솔로가 매우 인상적이다.

8. 기상나팔
뭔가 묵직한 느낌이 어울릴 듯한 곡인 데 의외로 테너인 빈베르크를 기용했다. 평소에 이 곡을 들을 때 느껴지던 비장해 보이는 느낌보다는 곤경에 빠진 사람의 절박한 느낌이 전해진다. 화려한 관현악과 조화를 위한 기용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데 색다른 느낌인 데 정말 성공적인 시도인지는 고개를 좀 갸우뚱하게 된다.

9. 라인의 전설
작중 화자가 남자이긴 하지만 이 노래를 남자 성악가가 부르는 건 처음 들었다. 콘서트헤보의 풍성하다는 느낌을 주는 현악을 바탕으로 아름답게 부르고 있다.

10. 높은 지성에의 찬미
보니의 기교가 또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인 것 같다.
당나귀의 I-ja소리가 얄밉도록 톡 쏘는 느낌이다.

11. 불행할 때의 위안
남녀가 번갈아 이야기하는 내용이고 괴르네가 불렀다.
곡중 화자가 소녀일 때 괴르네는 그냥 담담하게 처리하고 있다.

12. 아름다운 트럼펫이 울려퍼지는 곳
보통 여자가 부르고 이 앨범에서도 보니가 불렀다.
여유있는 템포로 아름답게 부르고 있다.

13. 탑속 죄수의 노래
불행할 때의 위안처럼 죄수와 소녀의 대화로 된 노래인 데 좀 무덤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14. 천상의 삶
보통 뿔피리 음반에 잘 안들어가는 데 여기서는 포함시켰다. 나름대로 만족감을 주고. 교향곡 4번 때보다 보니의 노래도 샤이의 반주도 생기있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뿔피리가 가진 매력을 잘 살린 것 같고 괴르네와 보니의 장점이 잘 살아난 몇몇 곡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연주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샤이와 콘서트헤보의 반주는 녹음이 좋아서인지 지금까지 들어본 뿔피리 반주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