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말러 교향곡 8번, 래틀, 버밍엄

romantiker74 2005. 3. 20. 13:26

 

 

Simon RATTLE
City of Birmingham Symphony Orchestra
Christine BREWER, Soile ISOKOSKI
Juliane BANSE, Birgit REMMERT, Jane HENSCHEI
Jon VILLARS, David WILSON-JOHNSON, John RELYEA
City of Birmingham Symphony Chorus, London Symphony Chorus
City of Birmingham Symphony Youth Chorus, Toronto Children's Chorus
 
5, 8 & 9 June 2004 Live   
EMI  5 57945 2

 

 

 

 

 

 

 

 

말러의 교향곡 10번의 완성작품을 녹음해서 나름대로 반향을 일으켰고 말러 교향곡 2번 녹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래틀이기에 그의 말러 연주는 늘 주목을 끄는 것 같다.

영국의 평론가들은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것 같았지만 내 반응은 나머지 연주들을 몇몇 들어보았지만 2번녹음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래틀의 말러 사이클은 불레즈, 샤이와 함께 현재 진행중인 사이클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아직 5번과 8번을 남겨놓고 있는 데 베를린 필을 맡게 되어서 더욱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5번은 곧 음반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고 8번은 8월 14일에 영국 국립 청소년 교향악단을

이끌고 앨버트 홀에서 공연을 한 실황을 들어볼 기회를 잡았다.

이 연주가 음반으로 출시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래틀이 말러 8번을 녹음하게 된다면 어떤 해석을 취할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록 인터넷 방송을 듣는 것이지만 흥미로왔다.

1부가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말러 8번 해석을 아주 무식하게? 솔티, 시노폴리등의 다이나믹한 해석과 아바도, 샤이등의 서정적인 해석으로 구분해 본다면 래틀의 연주는 다이나믹한 해석에 가까웠다.

먼저 영국국립청소년교향악단의 역량이 놀라웠다.

래틀에 무게가 실리긴 하지만 청소년교향악단이 이런 난곡을 소화해내는 게 놀라웠다.

물론 이전에 아바도 지휘의 구스타프 말러 유겐트 오케스트라의 말러 3번을 들은 적이 있기도 했지만.

초반에 삑사리가 좀 있었던 걸 제외하면 적어도 무난한 연주는 들려주었다.

성악가들의 발성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특이 소프라노 쪽이 심한데 바이브레이션을 좀 많이 주는 것 같다. 작품의 특성상 약간 성스럽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을 지 모르지만 당연히 음이 불안해지고 목소리를 짜내는 느낌을 주어서 들었을 때 피곤하게 들리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래틀의 해석은 역시 템포를 가끔씩 당기거나 늦추어서 운동감을 주고 극적인 효과를 부각시키는 특징이 있는 듯 했다.

이런 시도가 Accende lumen sensibus로 들어가는 앞 쪽에서는 조금 작위적이고 부자연 스럽게 느껴졌지만 Veni creator spiritus가 재현되는 부분에서는 정말 시원하고 멋지게 터져나온다는 느낌을 주었고 밋밋할 수 있는 곡의 흐름에 활력을 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 Patri의 합창과 관현악은 좀 아쉬웠다.

1부가 끝나고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보내는 아저씨의 소리가 들어왔는 데 영국도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2부가 시작되었다. 성악진의 바이브레이션은 여전하다.

2부에서는 남자 성악가까지 가세한다.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도 아주 맑게 울리지는 못한 것 같고 영광의 성모도 어딘가 조금 아쉽다.

말러 2번을 제외하면 래틀의 피날레는 어딘가 허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1번, 3번, 7번이 좀 그랬었는 데.

1부와 2부의 끝부분이 어딘지 아쉽긴 했지만 인터넷 방송을 톤마이스터가 활약한 상품과 비교하는 건 공정하지 못할 것 같고 적어도 밋밋하고 무난하고 평범한 연주는 아니었다고 느껴진다.

그의 말러 8번 음반이 베를린 필과 화려한 진용?을 갖추고 나타나면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김문경님의 리뷰)

사이먼 래틀이 드디어 말러 교향곡 녹음 사이클을 완료했다. 마침표를 찍는 작품은 말러 작품 세계 중 가장 유니크한 8번. 래틀은 ‘천인 교향곡’이란 넌센스적 타이틀을 비웃듯 복잡한 성부를 소름이 끼치도록 선명하게 다듬으면서 재치와 열정으로 1부를 경이롭게 마무리한다. 관현악의 울림은 5관 편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깨끗하고, 성악은 가디너가 매만진 것처럼 투명하고 맑게 울린다. 또한 래틀은 ‘오라, 창조의 성령이여’로 시작되는 1부에 열기와 에너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를 무시한 다른 연주에서 한스 피츠너가 빈정거린 대로 ‘성령이 안 오면 어쩌려고’ 꼴이 되어버린 경우를 많이 보아오지 않았던가?

 

    2부는 그 넓은 캔버스로 인해 지휘자에게 전체를 하나로 꿰뚫는 통찰력과 세부를 장식할 줄 아는 영리함을 겸비하도록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상자는 언제고 따분해 할 태세를 갖출 것이다. 래틀은 2부에서 1990년대 녹음의 주류였던 ‘차분한 구원의 드라마’ 대신 ‘감각과 색채’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아바도와 샤이의 2부가 ‘파우스트에 의한 벨칸토 오페라’였다면 래틀의 2부는 ‘동심과 환상으로 별천지를 누비는 발레음악’에 가깝다. 도입부는 은빛으로 빛나는 플루트, 허브 향의 오보에, 새벽이슬처럼 청명한 클라리넷의 독주 덕분에 마치 목관 레지스터로 구축된 오르간처럼 울리며, 영광의 성모의 후광을 상징하는 하프, 피아노, 첼레스타, 하모니움은  별사탕 사운드에 가깝다. 다만 독창자들의 기량이 평범해서 율리아네 반제(Juliane Banse)가 부르는 영광의 성모는 초월적이지 못하고 존 빌라(Jon Villars)가 부르는 ‘Blicket auf’는 벤 헤프너(Ben HEPPNER, 샤이 지휘 8번 교향곡/Decca)가 들려주었던 고귀한 기품이 부족하다. 하지만 굳이 그들을 탓하지 말자. 어차피 독창자들은 이곡의 주인공이 아니라 래틀의 지휘봉에 반응하는 또 하나의 악기이다.

 

    래틀이 베를린 필 대신 버밍엄 교향악단을 택한 것도 대단히 현명한 판단이다. 이렇게 성부가 많은 대규모 합창곡에는 게르만식의 두꺼운 사운드보다 스트라빈스키식의 명쾌하고 상큼한 울림이 더 효과적이고 시대 조류에도 맞다. 77분이란 러닝 타임이 말하듯 템포 또한 기민하다. 이 음반이 솔티(Decca)처럼 스테디셀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더라도 우리 시대의 놀라운 화제작인 것만은 틀림없다. 말러가 교향곡 8번 작곡 후 품었던,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말러리란 역시 이 음반을 통해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김문경. CODA 200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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