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대지의 노래

romantiker74 2005. 3. 20. 09:41


 

(대지의 노래 이야기)
'대지'라는 단어는 중국을 떠올리게 합니다. 펄벅이란 소설가가 쓴 소설도 그랬고 지금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하는 말러의 곡도 그렇구요. 말러는 한스 베트게라는 사람이 펴낸 번안시집 '중국 피리'라는 시집을 손에 넣게 되고 그 중 몇몇 시에 감동을 받아 이런 작품을 쓰게 됩니다. 중국 피리에는 다양한 시대의 시 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하지만 말러는 유독 당나라 시대의 시만을 골랐습니다. 뭔가 국제적인 성격을 가졌던 당나라 시대의 시들이 서양인인 말러의 마음을 끌었는 지 어떤 분 말처럼 말러가 전생에 당나라와 관계가 있었는 지 아니면 게으른 말러가 시집의 일부만을 읽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선택된 시들은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것 같은 이백, 전기, 왕유, 맹호연의 작품들입니다. 왜 우리나라 한문교과서가 좋아하는 두보는 없는 지 모르겠지만 동양적인 의미에서 전원적인 그의 시풍이 어떤 허무한 느낌을 담고 싶었던 말러를 자극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과연 이곡을 교향곡으로 보아야 하는 지는 아직도 논쟁거리인 것 같네요. 저도 이곡을 처음 소개받을 때는 연가곡으로 소개를 받았거든요. 아마 89년이고 저녁 8시에 하던 1FM의 음악방송이었는 데 연가곡을 조금씩 시리즈로 들어보는 순서를 통해 이 곡을 처음 접한 걸로 기억합니다. 독일의 Lied를 소개하는 거의 마지막 부분이었고 아마 이 작품 아니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들이 시리즈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대부분 이 곡을 교향곡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곡과 6곡이 소나타 형식에 가깝고 6곡의 간주가 그냥 간주로 보기엔 너무나 길고 결정적으로 말러가 이 곡을 교향곡으로 불렀다는(Das Lied von der Erde, eine "Symphonie" fuer eine Tenor und eine Alt oder Baritone stimme und Orchester) 게 이유가 되겠죠.


이 곡을 교향곡으로 보았을 때 이 곡의 구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부분인데요. 2가지 정도의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는 짧고 밝은 느낌을 주는 3, 4, 5곡을 교향곡의 스케르초 악장처럼 생각해서 전통적인 4악장에 가깝게 보는 견해이구요 다른 하나는 소나타 형식으로 봄을 노래하는 1, 6곡, 가을과 봄의 정서를 노래한 2, 5곡, 아름다움과 청춘을 노래한 3, 4곡을 묶어서 대칭 구조로 보는 견해입니다. 글쎄요 저는 어느 쪽도 쉽게 손을 못 들어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의견은 3, 4, 5곡의 개별적 특성을 너무 무시한 것 같고 두 번째 의견은 뭔가 끼워 맞춘 것 같은 느낌이 약간 있구요. 이럴 때 제가 잘 하는 말을 해야 되겠네요. '판단은 여러분께 맡깁니다.'
그럼 1곡 부터 살펴 보죠. 이 곡은 위에서 잠깐 이야기 했듯이 6곡의 노래로 되어 있고 테너와 알토(혹은 바리톤)이 번갈아 가면서 부르고 있습니다. 홀수번째 곡(내지는 악장)은 테너가 짝수번째 곡은 알토(혹은 바리톤)가 부릅니다.
1. Das Trinklied von Jammer der Erde (1. 대지를 한탄하는 술노래)
달과 술을 좋아했던 이백의 시에 가사를 붙인 곡입니다. 금관의 강렬한 전주를 타고 나오는 테너의 독창으로 곡은 시작합니다. Schon winkt der Wein im goldnen Pokale. (이미 금술잔에는 술이 출렁이네.) 이런 가사인데요, 가사의 내용처럼 상승하는 듯한 멜로디로 시작합니다. Dunkel ist das Leben, ist der Tod.(삶은 어둡고 죽음도 그렇다네.) 이런 후렴구가 기억에 남는 곡인데요, 어려서 한문시간에 한시를 배워본 경험으로 한시에 후렴구가 붙어있는 경우는 없는 것 같고 누구의 손에서 변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원시와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말러의 후기 작품의 특징인 독주악기가 부각되는 실내악적 특징은 1곡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2. Der Einsame im Herbst (2. 가을에 쓸쓸한 사람)
영어 번역에서는 loneliness로 되어서 '가을에 느끼는 외로움'으로 번역을 하고 있지만 독어 제목을 보면 제가 한 것 같이 번역을 해야 될 것 같네요. 시의 내용도 그런 것 같구요. 갑자기 전기가 쓴 원 시의 제목이 궁금해 지는데요. Herbstnebel wallen blaeulich ueberm See;(가을 안개가 호수위에 푸르스름하게 인다.) 이런 가사에 걸맞게 오보에와 클라리넷으로 연출한 안개 자욱한 느낌을 주는 전주로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도 시의 내용처럼 가을의 외로운 느낌을 담고 있죠.
3. Von der Jugend (3. 청춘에 대해서)
말러는 다시한번 이백의 시를 골랐는 데요 곡 전체에 나오는 7편의 시 중에서 4편을 이백의 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앞의 두 시에 비해서는 서정시보다 서경시에 가까운 뭔가 화면을 묘사하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듯한 내용입니다. 연못에 떠있는 정자, 정자를 덮고 있는 흰색, 녹색의 기와, 정자로 이어지는 옥으로 만든 아치형의 다리, 그 정자안에서 유유자적하는 젊은이들. 흰색과 녹색의 기와는 어째 상상이 잘 안가지만 흰색, 녹색, 빨간색으로 그려진 당의 삼채를 생각하면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곡 전체를 보아도 이전의 대규모의 작품과 달리 무거운 악기를 배제하고 있는 데요 3악장은 특히 곡의 느낌마저 가벼워서 그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동양적인 5음음계를 썼다고 하고 플륫의 소리를 들으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들죠. 독어로 번역되면서 한시의 운은 잃어버렸지만 대신 독어의 운이 들어가 있는 데요. 옥으로 된 다리가 정자쪽으로 걸려있다는 2연은 hinueber라는 부사(내지는 분리전철)로 끝나고 있고 독어의 복합부사는 강세가 뒤로 가고 실제 음악도 ueber가 올라가게 되어있죠. ueber와 대구를 이룬다고 할 수 있는 다음 연의 시를 '내려' 적는다에서 온 nieder도 언어에서처럼 음악에서도 강세를 받고 있습니다. 갑자기 재미없어졌죠?
4. Von der Schoenheit (4.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런 이번에도 이백의 시입니다. 3곡에 이어 동양적인 화면을 그립니다. 전체적으로는 소녀가 연못가에서 연꽃을 따는 모습에서 시작해서 말을 달리는 소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데요 Junge Maedchen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서정적이지만 가사의 내용을 따라 음악도 점점 동적으로 변해갑니다. 처음 두 연은 3곡처럼 분리전철 zu와 wider과 대구를 이루구요, 타악기가 활약하는 또다른 의미에서 동양적인 느낌의 간주를 지나면 마치 랩음악을 듣는 듯이 정신없이 빠른 부분이 지나가고 다시 도입부의 서정적인 주제를 목관과 현이 반복하면서 곡을 마무리 합니다.
5. Der Trunkene im Fruehling(5. 봄에 술취한 자)
다시 테너가 부르는 이백의 시에 붙인 노래로 제목에서도 약간은 엿볼 수 있듯이 시점이 3인칭 관찰자에서 1인칭으로 돌아와 독백을 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죠. '삶이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면 왜 그리도 피곤해하며 고통스러워 하는가? 나는 하루종일 더이상 마실 수 없을 때까지 마시련다. 속도 영혼도 모두 가득차 더이상 마실 수 없게 되면 문 안으로 몸을 반쯤만 넣고 푹 잠이나 자련다. 깨어날 때 나는 무엇을 듣는가? 새 한마리가 나무에서 노래한다. 그리고 나는 새에게 나에겐 아직 봄이 꿈만 같은 데 벌써 봄이냐고 묻는다.' 어떠세요? 제가 번역을 하고도 제 번역이 맘에 안들지만 그건 그렇고. 글쎄요 이러고 싶어질 때가 있죠? 일단 시를 보면 각운이 그대로 확 들어오는 데요. 1연의 Plag과 Tag, 2연의 voll과 voll, 3연의 Baum과 Traum, 4연의 Nacht와 lacht, 이렇게 말이죠. 나는 슬퍼 죽겠는 데 즐겁게 노래하는 듯한 새는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2곡을 연상시킬 것도 같네요. 그에 앞서 노래를 들으면 항의 하는 듯한 아니면 한탄, 체념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6. Der Abschied(6. 이별)
중학교 때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배운 적이 있죠? 한글로 번안된 제목은 '잘있거라 내고향'이었습니다. 대지의 노래에서 der Abschied는 친구와의 이별입니다. 맹호연의 'In Erwartung des Freundes'와 왕유의 'Der Abschied des Freundes'를 가사로 하고 있고 30분 정도로 거의 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저는 이 긴 노래를 처음에는 감당을 못했었구요 아직도 조금 지루하다는 감은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요즘은 어느정도는 감당하고 있죠. 물론 중간에 간주부분이 있고 저는 1곡의 'Herr dieses Hauses'의 멜로디가 살짝 숨어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게 아주 미약하지만 이 작품이 교향곡이라는 증거가 될지도 모르죠. 마지막 부분은 말러가 가사를 바꾸었는 데요 바뀐 가사는 '내 마음은 고요히 때를 기다린다. 내 사랑하는 대지는 봄이 오면 온통 꽃이 피고 초록이 되리라. 모든 곳에서 푸른 지평선은 영원히 빛나리라. 영원히..영원히...'인데요. 발터는 연주가 끝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데 저는 그정도는 아니지만 무언가 떠나간 듯한 허전함이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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