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교향곡 6번 a단조 '비극적'

romantiker74 2005. 3. 20. 09:35


 

(교향곡 5번 에필로그)
교향곡 5번에 대한 제 글은 논란을 불러온 것 같더군요. 물론 제 무지 탓일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무식해 보여도 솔직하게 쓰자는 게 제 뜻인만큼...5번 음반 중에서는 아마 바비롤리의 반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해설에서도 감동의 명연이라고 하니까요. 궁금하지만 아직 들어보진 못했슴다. 음반 선택에서 저의 버림을 받은 경위?는요. 이 음반이 60년대 음반치곤 굉장히 녹음이 잘 되었지만 3악장 혼 솔로가 문제가 있었다고 하고 이걸 커버하기 위해 당시 혼 주자를 녹음 장소로 다시 불러서 혼 파트를 불게 하고 그걸 합성해서 리마스터링했다고 그러더군요. 이말 듣고 그거 멋있겠네. 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 말에 갑자기 맛있어 보이는 빵에 방부제가 들어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아무튼 그래서 번스타인하고 샤이를 데리고 살고 있고 연주는 만족스럽습니다.

(교향곡 6번 이야기)
교향곡 6번은 '비극적'이라는 표제가 붙어있는데요. 이 표제는 슈베르트 교향곡 4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말러 6번은 아주 최근에 들었지만 슈베르트 4번은 클래식을 거의 처음 접하는 시기에 8번 미완성을 들으려다 우연히 같이 있어서 들어 봤습니다. 당시 제 견해는 '글쎄..별로 비극적이지도 않네...'였는 데요. 말러 6번을 첨 들은 제 느낌은..'아직 잘 모르겠지만 한없이 슬픈 비극하고는 거리가 있을 것 같다.'입니다.
전통적인 4악장제를 취하고 있고 1악장은 a단조(검은건반 하나도 안 누르는)인데다 멜로디 라인도 분명해서 처음 들었을 때 거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마 1악장만 들었다면 슈베르트 4번 들었을 때랑 비슷한 말을 했겠죠. 쇼스타코비치를 연상시키는 타오르는 듯한 1주제와 가끔은 강렬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멜로디 자체로는 아름다운 ‘알마의 주제’(참, 알마는 말러의 부인 이름입니다.)라 불리는 제 2주제 어쩌면 모차르트 교향곡 이후 갖추어온 체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6번 교향곡은 다양한 타악기의 사용으로도 유명한 작품인데요 1악장부터 그냥 두드리는 의미의 타악기도 물론 있지만 뭔가 음정이 있는 타악기도 사용해서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특이할만 한 거는요 장조에서 단조로 바꾸는 조성의 변화인데요(노래방 기계에 mode라는 걸 누르면 그렇게 된다더군요). 물론 곡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암시를 하려는 말러의 포석이겠죠. 불레즈 반의 해설에 보면 1악장 끝 부분에 대해서 재밌는 말이 나와 있습니다. "악장은 A장조로 끝을 맺지만 진짜 승리라기보다는 폭발로 들리는 조성이다. 마치 주인공이 자기의 승리를 정말로 믿지 않으면서도 이겼다고 자기 다짐을 하듯이." 어떠세요? 저는 약간은 공감을 합니다.
2악장은 Wuchtig(묵직하게:필자역)이라고 지시되어 있구요. 1악장과 비슷한 분위기로 시작합니다(마치 칼을 가는 듯한 소리가). 이건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말러도 2,3악장의 순서를 놓고 고민했다고 하네요. CD속지에 보면 말러의 부인 알마는 이 악장을 "두 어린아이가 마이어니크의 정원 모래 위를 아장아장 걸으며 놀이를 하는 정경"이라고 했다고 하고 이런 주장의 뒷받침으로 2악장이 비슷한 장면을 묘사한 R. 슈트라우스(우리가 흔히 아는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이 분 대타로 안익태 님이 베를린 필하모닉을 한번 지휘한 적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그말 들으니 상당히 현대 작곡가라는 느낌이 드시죠? 우리가 흔히 아는 이분의 대표작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있습니다. 이 음악의 도입부는 금성출판사 광고(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와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삽입되어 매우 유명합니다.)의 ‘가정교향곡’과 악상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글쎄요. R. 슈트라우스의 가정교향곡은 아직 들어보지 않았지만 그냥 말러 6번 2악장만 놓고 보면 그다지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하겠구요. 트리오부분은 교향곡 1번을 조금 연상시키지만 교향곡 1번이 어딘지 모르게 관능적인 느낌을 받았다면 6번 2악장의 트리오는 뭔가 냉소적인 느낌을 줍니다.
3악장 덕분에 이 작품이 대중의 인기를 유지하는 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3악장에서 어쩌면 교향곡 5번과의 약하지만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둘 다 그의 연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1곡의 주제가 슬쩍 보입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 악장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연상시킵니다. 한없이 아름답지만 어딘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느낌을 주는...물론 거기엔 후반부에 나오는 달그락거리는 듯한 타악기의 소리도 일조를 하죠.
하지만 6번의 4악장은 그리 만만치가 않은데요. 저도 4악장만 따로 듣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지만 처음부터 들을 경우에는 4악장에서 스톱을 누를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6번은 전반적으로 말러의 작품 중에 가장 주관적이라고 평가받지만 4번은 뭔가 스토리가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근거로는요, 등장인물과 음악을 연결시켜 그 사람이 나올 때마다 그 음악 트는(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에서 가가멜과 미완성 교향곡을 생각하면 대충 비슷함) 주도동기(leit motif)를 연상시키는 구성을 보인다는 건데요. 저는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지만 아직도 다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4악장을 말할 때 또 하나 자주 나오는 말은 영웅에 대한 3번의 타격이라는 이야기인데요. 6번은 말러를 이야기할 때 흔히 말하는 3번의 시련(딸의 죽음, 비엔나 오페라좌에서 쫓겨남, 심장병)이 있기 전에 작곡되었고 원래는 타격음이 더 많았는 데 개정과정에서 3번으로 줄였다는 말도 있는 데요, 글쎄요..4악장을 감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내용 같지는 않네요. 불레즈가 지휘한 빈필 CD속지에 보면 음악가 말러의 작곡 행보로 볼 때 우중충한 6번은 환희에 찬 8번이나 아름다운 대지의 노래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했을 부분이라고 하는데요..그럴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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