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교향곡 7번 e단조 '밤의 노래'

romantiker74 2005. 3. 20. 09:37


 

(교향곡 6번 에필로그)
교향곡 6번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분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 중에 제가 빼먹은 게 있습니다. 6번 교향곡이 말러의 모든 작품 중 가장 주관적이라는 거거든요. 일단 성악부분이 있는 교향곡은 곡이 가사와 무관하게 흘러갈 수는 없겠고 순 기악인 1번, 5번, 7번, 9번과 비교해도 그렇다는 건데요. 얼핏 보아도 말러가 좋아하는? 인용이나 패러디가 거의 없고 듣는 이로 하여금 말러가 지웠을 법한? 프로그램을 상상하게 하지도 않는 것 같네요. 그 이상의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교향곡 7번 이야기)
지휘자에게도 청중에게도 가장 어려운 곡, 말러의 가장 현대적이고 전위적인 곡, 낭만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곡, 엽기적?이므로 절대 클래식 초보에게 권해서는 안되는 곡.. 이 정도의 소개를 듣고 나면 말러 7번을 듣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시겠지만 제 취향이 이상한 건지 7번은 2번과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많은 분들이 7번은 악장끼리 너무나 안 어울린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그 이유를 7번은 6번 작곡 직후 2, 4악장을 먼저 쓰고 나머지 악장을 끼워서 그렇다라고 설명까지 곁들이시는데요. 제 생각엔 별로... 교향곡의 기념비적인 고전이라고 알려진 베토벤의 5번 '운명'이나 차이콥스키의 6번 '비창'을 들었을 때 각 악장은 서로 강한 대비를 이루지만 뭔가 모여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말러 7번에 대한 제 느낌도 정확하게 같지는 않지만 비슷합니다. '밤'이라는 이미지로 통합된 서로 대비되는 5개의 악장이라는 거죠. 네. 말러 7번은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구요. 전체적인 구조는 3악장을 중심축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2악장과 4악장은 'Nachtmusik'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구요, 1악장과 5악장은 주제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럼 1악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말러는 1악장을 ‘자연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라고 설명한 적이 있는 것 같구요, 이 곡을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3악장 이후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라그랑쥬 님께는 1악장의 혼 소리가 환상교향곡 3악장 도입부의 오보에 소리와 비슷한 느낌으로 들렸나 봅니다. 제 느낌은 일단 제법 현대적?이라는 것하고 어둠이 밀려오는 듯하다는 거였습니다. 어쩌면 어둠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은 혼의 도입부 이후 이어지는 현과 타악기의 제시부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어둠이 깔리면 어둠을 밀어내는 듯한 달빛같은 하프소리가 들립니다. 그 부분은 들을 때마다 달을 소재로 한 독일의 동화를 연상시키더군요. 호수를 비치는 달, 배, 인어공주 뭐 그런거요.
제시부의 주제를 재현하면서 1악장은 끝을 맺고 '밤의 행진곡'이라고 부르는 2악장으로 넘어갑니다.
1악장처럼 강렬하다기 보다는 뭔가 유혹적인 느낌의 금관으로 2악장은 시작됩니다. 저는 5번하고 7번이 가장 ‘말러스럽다’는 주장을 하는데요. 2악장은 그런 생각을 갖게 합니다. 뭔가 말러만의 유머가 녹아 있거든요. 누가 해골 병정이 행진하는 것 같다고 했는 데요. 글쎄요.
3악장은 Schattenhaft(그림자같이, 필자역)라고 지시되어 있습니다. 어디서 몽타쥬 기법을 썼다는 말을 들었는 데 완전히 이해는 못하지만 6번의 4악장을 연상시키는 주도동기를 이용한 것 같은 전개나 5번 3악장의 트리오나 좀 멀게는 말러가 1번에 넣으려고 했다가 버린 Blumine악장을 연상시키는 트리오를 듣다보면 약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밤이라고 해서 우중충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3악장은 밤의 악몽을 그려내서 그런지 아무래도 어둡다는 느낌이 듭니다.
4악장은 어두운 3악장과 대비를 보이는 아름다운 밤의 세레나데입니다. 선율을 따라 갔을 때 느끼는 아름다움이야 5번의 4악장이나 6번의 3악장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기타와 만돌린을 사용해서 연출한 분위기는 정말 낭만적이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모든 지휘자가 이 악장을 낭만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래틀의 인터뷰와 연주를 보았을 때도 그랬고 불레즈의 연주를 들어보면 약간 빠른 템포를 바탕으로 낭만 뒤에 숨겨진 뭔가를 보여주려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다음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5악장인데요. 전체적인 분위기와 안 어울린다는 평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물론 저야 5악장이 빠진 말러 7번은 팥없는 찐빵이라고 하겠지만. 주제 면에서는 1악장과 연결이 되어 있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고 7번을 시간적 구성이라고 보시는 분들은 1악장이 밤으로 들어가는 부분이라면 5악장은 밤이 지나 낮이 밝는 느낌이라고 설명합니다. 금관과 타악기로 불꽃놀이를 보는 듯한 화려함을 느끼게 하는데요. 어떤 분은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을 연상시킨다고 하는 데 얼핏 들으면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정말 비슷하다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악장 마저 밤의 끝으로 보고 가장 처절한 C장조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으니 난해한 작품은 난해한 작품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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