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교향곡 5번 c#단조

romantiker74 2005. 3. 20. 09:34


 

 

(교향곡 4번 에필로그)
제가 들고 있는 말러 4번 녹음들을 들으면서 왠지 소프라노 솔로가 좀더 투명하고 성가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를테면 에디트 마티스, 캐서린 배틀, 바바라 보니, 신영옥, 대중가수?중엔 사라 브라이트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중 에디트 마티스는 옛날에 들어봤는 데 잘 기억 안나고 바바라 보니는 음악 화일로 들어봤는 데 제가 듣기엔 어울리는 것 같더군요. 캐서린 배틀과 마젤의 반도 제가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명반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또한 별로 재미없죠? 그럼 5번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교향곡 5번 이야기)
제가 가장 먼저 접한 말러 작품이 아마 교향곡 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가 아니었나 싶네요. 4악장만을 접한 첫 느낌은 영화음악 같다는 거였구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플래툰'에 쓰인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랑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에 쓰였구요(아마 이태리 영화고 포스터가 원초적 본능 포스터랑 비슷하게 생겼던 것 같음) 어쩜 말러라는 작곡가를 기억하게 한 악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5번부터 7번까지는 성악이 없는 순 기악 3부작으로 1번부터 4번까지의 교향곡하곤 좀 다른데요. 그래도 4번과 5번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진 않습니다. 어느 CD 속지에서 재밌는 글을 읽었는 데. 내용인 즉 원래 말러는 4번을 5악장으로 계획했고 5악장에 D장조의 'Die Welt ohne Schwere(중력없는 세상?: 필자역)'이란 악장을 넣으려고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4번은 4악장을 끝으로 끝나버렸고 그 악장은 행방이 묘연하고 5번 교향곡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3악장이 D장조라서 이놈이 그놈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접어두더라도 5번 1악장의 일부주제도 뿔피리에서 따왔다는 말이 있구요. 저는 뿔피리를 열심히 들어본 적이 없는 관계로 찾지는 못했지만 대신 Kindertoten Lieder(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의 1곡의 멜로디를 인용한 듯한 느낌은 받았습니다.
죄송하지만요...CD속지에 나올 법한 이야기 하나만 더 드릴께요. 이 곡의 구조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데요. 요는 5악장 제인데 말러 자신이 1, 2악장을 1부, 3악장을 2부, 4, 5악장을 3부로 묶어 놓았었고 그래서 1악장을 2악장의 전주곡, 4악장을 5악장의 전주곡으로 보아 3악장제에 가깝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 견해는 주제면에서 긴밀하게 연결된 1, 2악장을 묶어 생각하는 거엔 동의하지만 4, 5악장을 묶는 건 좀 그렇다는 겁니다. 아마 느린 악장과 빠른 피날레 악장을 묶는 데서 오는 막연한 거부감 때문이겠죠? 제가 보는 구조는 그래서 1, 2악장을 묶고 두번째 부분에 스케르초, 다음에 아다지에토와 마지막 푸가의 악장으로 전통적인 4악장제 비슷한 겁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까 구조가 멘델스존 교향곡 5번이랑 참 비슷해 보입니다. 약간 무거운 행진곡 풍의 1악장, 가벼운 무곡풍의 약간 빠른 2악장, 현이 중심이되어 애절한 멜로디가 흐르는 짧고 느린 3악장, 여기에 이어지는 코랄풍의 푸가로 되어있는 4악장. 이건 그냥 제 생각이구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베토벤의 5번 '운명'에 많이 비교합니다. '고난에서 광명으로'라는 구조와 운명의 동기랑 비슷한 도입부 때문일 것 같은데요. 전 별로..차라리 구조 면에서는 멘델스존의 5번을 기법면에서는 2악장의 클라이막스 부분은 바그너를 1, 5악장은 기법면에서 차이콥스키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좀 느껴지는 데요. 그에 앞서는 제 생각은 5번하고 7번은 다른 작품보다 더 말러답다라는 겁니다. 휴~ 쓰는 저도 피곤한 데 읽으신 분은 더더욱 그렇겠죠?
그럼 1악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악장은 장송행진곡으로 되어 있고 트럼펫이 애절하게 질주하는 악장입니다. 참 감정이 풍부하다라는 느낌이 들구요. 정말 조용히 끝나면서 격렬한 2악장으로 이어집니다. 2악장은 앞에서 말씀드린 데로 1악장과 주제가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구요. 전반적으로 어두운 부분이지만 후반부에 빛나는 유니슨으로 승리를 예언합니다. 어두운 하늘이 걷히고 광활한 뭔가가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그래도 끝은 어둡게 마무리하고 문제의 스케르초 3악장으로 넘어갑니다. 3악장은 말러가 직접 스케르초라고 명시한 유일한 스케르초인데요. 스케르초의 뜻대로 재밌게 시작합니다. 그러나 좀 지나면 약간 귀에 거슬리는 타악기 소리가 들리게 되는데요. 처음 들을 때 전 여기서 스톱 버튼을 눌러버렸습니다. 3악장은 혼의 솔로가 있구요. 악상의 변화도 많고 어쩌면 정말 말러다운 악장인 것 같네요. 스케르초치고는 상당히 긴 3악장이 지나면 유명한 아다지에토의 4악장이 나옵니다. 하프의 반주를 타고 현이 노래를 하듯 흐르는 4악장은 아마 말러가 남긴 가장 매력있는 악장인 것 같네요. 맑고 순수한 아름다움 속에 약간의 서글픔이 서려 있는 듯한. 이 음악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도 이 부분이 나오면 10분쯤 하던 일을 멈추고 음악에 빠지게 됩니다. 마지막 5악장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푸가의 악장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은 들어줄 만은 하지만 앞의 무거운 투쟁을 겪고 나서 승리하는 악장치고는 너무 밋밋하다는 거였는데요. 들을수록 이 악장의 매력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5번은 별로 재미없는 작품이었지만 5악장으로 인해 점점 좋아하는 작품반열로 옮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발견한 5악장의 매력은요, 말로 설명하긴 좀 어려운데. 먼저 저음 현이 푸가의 한 성부로 맡은 역할에 귀가 쏠린 거 하구요 2악장에서 나왔다 반복되는 환희의 유니슨 그리고 마지막에 들리는(사실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한데요) 말러만의 유머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환희의 유니슨으로 끝낼 수도 있었지만 타악기로 느낌을 살리면서 가속도를 붙이며 금관으로 끝을 맺는 부분에서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더군요. 음악으로 사람을 슬프게 하기는 쉬워도 이렇게 해 주긴 쉽지 않은 거 공감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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