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교향곡 3번 d단조

romantiker74 2005. 3. 20. 09:03

 

 

<교향곡 2번 에필로그>
96년 가을 교향곡 2번을 봤을 때, 자리는 아주 좋았던 것 같네요. 거의 중앙의 맨 앞이었고 합창석에 당시 수업을 같이 듣던 성악과 학생의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늘 그렇듯이 피날레에서 임헌정 교수는 엄지손가락을 쥐어 보였고 제가 지휘를 했어도 그렇게 해 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 클렘페러가 지휘한 2번에서 피날레를 듣는 데 흠..다른 음반을 들을 때와 달리 왠지 바그너의 탄호이저에 나오는 순례자의 합창을 연상시키더군요. 물론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며칠전에 인터넷 방송으로 미하엘 길렌이라는 사람이 지휘한 말러 2번을 들었는 데 좋은 것 같더군요. 전체적인 해석은 아바도랑 비슷하지만 아바도보다 템포를 좀더 탄력있게 잡고 있는 것 같았고 물론 그게 언제나 성공적이진 않아서 가끔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때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은 부분이 더 많은 것 같구요. 재미없죠? 그럼 횡설수설 그만하고 3번 해설로 넘어가겠습니다.

<교향곡 3번 이야기>
부천필이 연주했는 데 불행히 다음날이 교수님과 미팅이라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 후에 위성방송에서 해 주었지만 그 순간 저는 이사를 새로 하신 분 댁에 집들이를 가 있었는 데 저 외에 다른 분들의 취향이 그렇지 않아서 결국 못 봤습니다. 꼭 보고 싶기는 했는 데... 왜냐하면 100분이나 걸리는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긴 교향곡이라 연주되는 일이 그렇게 흔하지는 않거든요. 그렇다고 곡이 나쁘지는 않고 게다가 실황으로 들으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곡이니. 너무 길어서인지 3번은 그다지 인기있는 작품의 대열에 끼지는 못하는 것 같네요. 대신 저한테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돌 날라오겠다.) 구조가 일반 교향곡과 좀 다른데요. 1악장에서 총론을 이야기하고 2,3,4,5,6악장에 걸처 각론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랄까요. 정확하지는 않고 사실 뒤로 갈수록 결론을 지어가는 느낌도 있지만 대충 그렇습니다. 1악장은 35분 정도되는 긴 악장이고 2번의 1악장처럼 변화 무쌍한 악장입니다. 그렇다고 10번 처럼 약간 짜집은 것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변화는 아니구요. ‘여름과 판의 복귀’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는 데요 여기서 ‘판’은 목신이라고 하는 반인 반수의 신이구요. 피리를 잘 불었다고 들은 것 같네요. 가을이나 겨울,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굉장히 우중충한 계절을 맞게 되고 겨울 내내 한 오후 4시 정도면 해가 지고 음산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들에게 여름은 마술과도 같은 믿음을 갖게 하는 계절이고 많은 문학을 위시한 예술에서 '여름이 오면...'의 주제를 쓰고 있습니다. 장마와 무더위로 대표되는 우리의 여름과는 뭔가 다른 분위깁니다. 1악장의 테마들을 놓고 브람스를 연상시킨다는 말들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먼저 도입부는 유명한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 테마를 단조로 바꿔놓은 것 같다 그러고 중간에 대학축전서곡에 인용된 독일 노래(우리에겐 ‘어여쁜 장미’로 알려져 있죠)를 연상시키는 대목이 있습니다. 글쎄요. 이런 말들이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주제가 그렇게 그로테스크하지는 않을 것 같고 일반 감상객의 입장에서 다른 말러의 작품에 비해 듣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는 하죠? 길지만 변화도 많고 재밌는 곡이라 음악을 들으면서 본의에 의해 1악장 중간에 끊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2악장부터는 각론에 들어갑니다. '각론!' 이 말은 악장별로 개성이 강해서 하나 하나 들어가면서 절대 지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구요 뭔가 방만하고 산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각 악장은 원래 뭔가가 내게 말하는 것이란 부제가 붙어 있었답니다. 근데 독어로 되어 있는 원래 제목을 보니 erzählen 즉, ‘설명한다’라고 되어 있더군요. (사실 정확하게 영어의 explain에 대응되지는 않고 가끔씩 ‘말하다’라고 번역을 해도 무리가 없을 때도 있지만 분위기는 ‘설명’에 가깝거든요.) 독어에 ‘말하다’라는 단어가 분명히 있는 데도 설명한다고 제목을 붙여놓은 걸 보면 뭔가 작곡가가 의도하는 바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이 '사랑이 내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시적이고 아름답게 들리기는 합니다. 2악장은 ‘목장의 꽃들이 나에게 말하는 것’이란 제목이 붙어 있었구요 목관과 현이 중심이 된 소박한 느린 악장입니다. 3악장은 ‘숲속의 짐승들이 내게 말하는 것’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구요, 2악장보다는 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2악장에선 목소리를 좀 줄이던 금관이 질주합니다. 4악장은 ‘밤이 내게 말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구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관련이 됩니다. 선도 악도 부정한 니체. 밤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듯이 모든 걸 부정하는 어두운 시간이라기보다는 선도 악도 없는 평등한 시간을 상징하고 인간은 거기서 방황을 하지만 뭔가를 발견하게 된다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네요. 4악장과 5악장은 성악이 들어가 있는 데 4악장은 알토 내지는 메조 소프라노의 노래고 텍스트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짜라투스트라’에서 따 왔습니다. 2악장의 4악장처럼 정결한 느낌을 줍니다. 5악장은 소년 합창으로 이루어진 세 천사가 내게 말하는 것이란 제목이 있었던 악장입니다. 종이 뎅~하고 울리는 걸 독일 사람들은 'Bim' 'Bam'이렇게 울린다고 듣는 모양입니다. 교회의 종소리가 아닌 구세군 종소리처럼 딸랑거리는 건 Kling Kling으로 되어 있던 것 같네요. 역시 우리랑 뭔가 좀 귀가 다른 것 같죠? 활기찬 소년 합창의 5악장이 끝나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6악장으로 들어갑니다.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이란 제목이 있었구요. 꽤 길지만 언제 들어도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것 같고 모든 걸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은 멜로딥니다. 누군가는 베토벤 이후 가장 아름다운 느린 악장이라고 평했다고 하기도 하고 특히 울려 퍼지는 듯한 피날레는 2번과는 또 다른 느낌의 전율을 줍니다. 음반으로 듣고 나서도 박수치고 싶은...뭐 그런 느낌이요. 원래는 7악장에 ‘어린이가 내게 말하는 것’이란 제목의 소프라노 독창을 넣으려고 했다가 4번의 4악장으로 돌렸다고 하는 데요. 이건 ‘없애는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6악장이 끝나고 뭔가 더 말한다는 건...잔소리?처럼 들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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