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교향곡 1번 D장조 '거인'

romantiker74 2005. 3. 20. 08:59


 

교향곡 1번

교향곡 1번은 어느 작곡가나 선배 작곡가의 그늘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는 데, 말러 교향곡 1번도 예외일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보다 조금 듣기 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향곡 4번까지 말러는 교향시를 교향곡과 접목시키는 시도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 말은 약간의 오해가 소지가 있지만 제 나름대로 해석해 보면 스토리가 있는 음악 굳이 용어를 쓰면 ‘표제음악’적인 작품을 만들려고 시도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러 자신도 처음에 각 악장에 붙였던 제목을 지운 만큼 표제적인 성격에 굳이 집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좀 시작이 무거웠죠? 보통 어느 CF에 나왔네 어쩌네 하면서 시작했었는데. 1악장은 현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작합니다. 전체적인 주제는 그의 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그 중에서도 'Ging heut' morgen übers Feld'(오늘 아침 들판을 걸었네.: 이거 제 번역입니다.)에서 따왔구요...‘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원어로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이었던 것 같고 여기에 나오는 Gesellen은 젊은이라고 번역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철학적인 단어라고 하더군요.(Gesellen Cycle이라고도 부르는 데 4곡 짜리 연가곡입니다.) 아무튼 방황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들떠있는 분위기의 주제인데요, 내용은 실연을 당한 시적 자아가 들판을 걷고 주위의 새들은 너무나 즐겁게 지저귀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자신의 슬픔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약간은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던 것 같네요. 그런 내용에 앞서 관현악을 놓고 보았을 때 말러 특유의 꽉 찬 관현악의 소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악상기호로도 자연의 소리(Naturlaut)에 가깝게 하라고 지시가 되어 있구요, 어쩌면 비발디의 4계를 듣는 듯한 묘사적인 성격을 발견하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악장에서 현으로 연주되는 ‘방황하는 젊은이’ 주제를 보고 영화 ‘시네마천국’의 ‘토토의 테마’하고 비슷하다는 분도 계셨구요, 많은 분들이 1악장의 클라이맥스 부분이 베버의 ‘마탄의 사수’에 나오는 ‘사냥꾼의 합창’(합창대회 때 많이 부르는 곡으로 강약의 변화를 잘 살리면 상을 타기 좋고 슈만의 유랑의 무리하고 비슷한 데 솔로가 없는 놈)하고 비슷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죠. 1악장을 무사히 감상하셨다면? 앞으로 멀리는 그 어렵다는 말러 사이클을 청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겁니다.
2악장은 무곡형식인데요 리듬 면에서는 1악장의 클라이맥스와 무관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금관과 타악기의 소리가 강한 리듬감을 주고 사이에 현의 부점이 인상적인 트리오를 품고 있는 악장입니다. '돛을 달고'라는 부제가 원래는 있었다고 하네요. 말러 교향곡 1번의 좋은 연주는 2악장에서 정말 다이내믹한 느낌을 잘 살린 연주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3악장은 예전에 우리학교 서양음악의 이해 감상 테이프에 들어있었던 부분인데요. 당시 관객은 그의 시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무슨 시도냐구요? "Are you sleeping, brother John? Morning bells are ringing. Ding Dong Dang..."하는 돌림 노래 기억나세요? 중학교 1학년 음악교과서에 나오는데. 원래 아마 프랑스 노래(보헤미아 민요라는 소리도 있습니다.)고 Frére Jacque였나 모 그랬던 것 같네요. 독어로는 Bruder Jakob이라고 하는 걸 최근에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언어가 바뀔 때마다 앞에 형제라는 말은 그대로 있는 데 사람이름이 바뀌는 겁니다. John, Jacque, Jakob. J로 시작하는 공통점은 있는 데..Jack이 야곱에서 온 영어이름인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노래를 단조로 편곡해서 주제로 사용을 했거든요. 마치 리듬을 맞추는 타악기가 라벨의 볼레로가 연상되게 편곡을 한 후에 살롱 풍의 트리오가 이어집니다. 아직 현대음악에 별로 접근하고 있지 않은 제가 듣기에도 아주 매력적인 악장인데. 당시 관객들은 저랑 좀 달랐나 보네요. 이곳의 주제는 또 같은 연가곡집의 마지막 곡 ‘그녀의 푸른 눈’(독어 제목은 ‘2개의 푸른 눈’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참, 말러가 굳이 그 돌림노래를 택한 이유는 일찍 세상을 떠난 그의 형제들을 brother John(아니면 frére Jacque)에 대응시키려고 했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 데 진짜 그런 지는 말러만이 답을 할 수 있겠죠.
4악장은 강렬한 소리가 돋보이는 피날레의 악장입니다. ‘폭풍같은 움직임으로’ 라는 지시어가 붙어 있는 데요. 가장 길고도 유명한 악장입니다. 지워진 제목은 '지옥에서 천국으로'라고 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지옥의 주제에서 장대한 팡파르와 같은 천국 주제로 이어집니다. 지금도 피날레의 투티.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문화관 소강당의 좁은 무대, 정말 밖으로 삐져나올 것 같이 꽉 들어찬 악단원들과 지휘자가 제대로 설 수도 없을 것 같은 공간, 악단원하고 비슷한? 수의 관객, 공연장이 떠나갈 것 같은 연주, 93년 가을 학부 1학년이었던 제게 실황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감동을 준 순간이었죠.

'Mahl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향곡 6번 a단조 '비극적'  (0) 2005.03.20
교향곡 5번 c#단조  (0) 2005.03.20
교향곡 4번 g장조 천상의 삶  (0) 2005.03.20
교향곡 3번 d단조  (0) 2005.03.20
교향곡 2번 c단조 '부활'  (0) 200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