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교향곡 10번 f#단조

romantiker74 2005. 3. 20. 09:44


 

(교향곡 9번 에필로그)
교향곡 9번 연주를 부천필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부천필의 말러 시리즈 중에 리허설, 프렐류드 콘서트, 본 공연을 모두 감상한 유일한 연주회였습니다. 리허설이 사실 너무 좋아서 본 공연은 좀 아쉽기도 했지만 4악장이 끝나고는 정말 진한 여운이 밀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KBS향이 이 작품을 다룬다고 하니 또 한번의 감동을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샤이가 지휘한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가 작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이 작품을 연주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 라디오 방송 혹은 음반으로 그 연주를 접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교향곡 10번 이야기)
9번 교향곡을 작곡한 말러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아니, 나는 교향곡 9번 써도 안 죽네!’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지도 모릅니다. 당시에 쇤베르크와 말러는 조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쇤베르크의 급진적인 사상에 말러는 당황했지만 ‘결국 젊은 그들이 맞겠지.’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빈 오페라의 음악 감독에서 물러나 미국을 다녀오게 되고 드보르작만큼이었는 지는 모르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은 바쁘기도 했지만 정서적으로도 말러에게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한편 사랑을 먹고사는 말러의 아내 알마에게 초점을 맞춰보면, 당시에 알마는 모 온천 휴양지에서 바우하우스 운동의 창시자인 건축가 그로피우스와 눈이 맞은 상태였습니다. 일부러 그랬다는 주장도 있는 데 그로피우스가 알마에게 보낸 연애편지가 겉봉에 주소가 잘못되어 말러에게 배달되어 말러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됩니다. 말러는 알마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알마는 말러가 살아있는 한 말러를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말러는 휴가를 보내려고 네덜란드의 라이덴에 갔다가 프로이트를 만나서 상담을 받는 데 프로이트는 말러를 두고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그 이미지를 알마에게서 찾고 알마가 결국 말러의 삶의 목표가 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대충 이런 배경에서 말러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은 작곡이 됩니다.
작곡도중 말러가 사망하여 미완성으로 남게 된 작품인데 5악장까지 피아노버전의 스케치가 남아있어 말러가 전체적으로 생각했던 구도는 알 수 있습니다. 4악장 구성이었던 9번과 달리 5악장 구성으로 되어있고 어떻게 보면 말러의 교향곡 9번과 10번은 그의 교향곡 6번과 7번을 연상시킵니다. 5악장 구성을 다시 보면 교향곡 5번 같은 3부형식보다는 교향곡 7번같은 대칭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느린 1악장과 5악장 사이에 스케르초인 2악장과 4악장 그리고 ‘푸가토리오’라고 하는 짧은 3악장이 중심축을 잡고 있습니다. 말러가 남긴 스케치에 관현악을 입힌 시도는 제법 많이 이루어졌고 래틀, 인발, 샤이 같은 젊은 지휘자를 바탕으로 연주와 녹음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점이 그냥 완성된 부분까지를 받아들이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나 브루크너 교향곡 9번과의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5악장 완성본은 몇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알마는 사위였던 크세넥에게 의뢰했지만 1, 3악장만을 완성했고 쇤베르크와 쇼스타코비치에게도 의뢰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영국의 음악학자 데릭 쿡이 완성을 하는 데 알마는 이번에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연주 녹음을 듣고 감동받아서 인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쿡은 몇 번에 걸쳐 원고를 개정을 했고 그러는 동안 카펜터, 마제티, 휠러 등이 완성에 도전합니다. 쿡은 말러가 남긴 스케치를 그대로 이용하려고 했고 카펜터는 실제 말러는 복잡한 대위구를 입혔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대위구들을 많이 입혔습니다. 마제티는 그 사이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휠러는 쿡과 비슷한 원고를 내 놓았다고 합니다. 일단 대체로 5악장 버전의 녹음들은 대체로 쿡의 원고를 택하고 있는 듯 합니다.
1악장은 현악을 바탕으로 매우 아름다운 선율선을 갖고 있는 데 신빈악파의 현대음악을 연상시키는 무조적인 느낌도 많이 줍니다. 말러 후기 교향곡의 특징대로 솔로 악기의 사용도 많아 실내악적인 느낌도 줍니다. 금관의 파국이라고 불리우는 갑작스러운 금관의 불협화음 등이 아름다운 음악에 긴장을 주고 있습니다.
2악장은 금관으로 리듬을 형성하고 목관으로 멜로디를 부는 것으로 시작하는 스케르초입니다. 트리오는 현을 중심으로 부드러운 랜틀러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끝부분에선 가끔 미국적이란 느낌도 받습니다.
3악장은 연주시간이 보통 5분이 안되는 짧은 악장으로 리듬이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 나오는 ‘지상의 삶’을 많이 연상시킵니다.
4악장은 다시 스케르초인데 2악장보다는 음의 도약을 크게 잡아 좀더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1악장에서처럼 파국도 나오고 2악장처럼 현으로 연주하는 랜틀러가 트리오 역할을 하지만 2악장보다는 좀 긴장된 느낌을 줍니다.
5악장은 타악기의 타격으로 시작합니다. 뉴욕 어느 호텔에서 창밖으로 본 소방관의 장례행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혼란을 거쳐 결국 교향곡 5번 4악장의 아다지에토를 연상시키는 하프와 현을 중심으로 한 칸틸레나로 끝을 맺습니다. 알마도 어쩌면 이 대목에서 신혼 때를 떠올리며 감동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