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교향곡 9번 d단조

romantiker74 2005. 3. 20. 09:43


 

말러 교향곡 9번 이야기)
베토벤의 교향곡은 9번까지 있죠? 10번이 있나요? 윈 모리스라는 지휘자가 낸 음반을 들어는 봤는데요, 그렇게 감동적이지는 않았는데, 미완성을 들어서 그렇겠죠. 베토벤 말고도 슈베르트, 브루크너, 드보르작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 말러도 완성작품만을 따지면 9번까지의 교향곡을 남기고 있습니다. 말러는 숫자 9에 대한 어떤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8번 다음에 작곡한 ‘대지의 노래’에 번호를 붙이지 않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러는 10번 교향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9번은 사실상 말러의 마지막 교향곡이 됩니다.
보통 어느 작곡가가 남긴 최후의 교향곡은 각별한 인기를 누립니다. 하이든의 104번 ‘런던’, 모차르트의 41번 ‘쥬피터’, 베토벤의 9번 ‘합창’, 슈베르트의 9번 ‘거인’, 차이코프스키의 6번 ‘비창’과 드보르작의 9번 ‘신세계’에 이르는 작품들은 그 작곡가의 다른 교향곡들을 압도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죠. 브루크너나 말러의 9번, 쇼스타코비치의 15번은 개인적으로 그 대열에 올려놓기가 조금 망설여집니다. 저부터 그 분들의 다른 작품에 비해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이건 근데 제 생각이고 브루크너나 말러의 경우 9번을 최고로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러의 9번은 이전까지의 작품에서 얻어진 작곡 기법을 총동원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에 가깝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지의 노래’ 이후의 작품을 보통 말러의 후기 작품으로 분류합니다. 후기 작품들에서 말러는 그때까지 어쩌면 팽창해나가던 경향과는 달리 곡의 편성도 줄이면서 뭔가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에 주목하는 어쩌면 실내악을 연상시키는 방향을 잡습니다. 현대 음악이 듣기에 야릇한 이유는 아마 조성이 파괴되어서일 것도 같은 데요, 후기 교향곡으로 오면 어쩌면 쇤베르크나 베베른의 음악을 듣는 듯한 무조음악에서 느끼는 생경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9번 교향곡도 썩 듣기에 쉬운 곡은 아니지만 곡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정서 때문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9번은 저도 비교적 최근(제작년 가을)에 처음 접했는데 2악장의 중간 부분과 3악장이 조금 귀에 거슬리긴 했지만 1악장의 아름다움은 반할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곡의 구조는 4악장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결이 일 듯 시작해서 가끔씩 격정을 보여주는 느린 1악장, 소박한 무곡 풍의 2악장, 타악기와 금관이 쏟아지는 3악장과 세상을 향한 탄식과도 같은 4악장. 이렇게 설명을 하면 ‘너 지금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설명하니?’라고 하실 분이 계시겠죠? 말러는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을 ‘수준이 얕고 외향적이며 형편없이 단조롭다’라고 평했다고 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은 파트 연습을 듣고 원곡을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절묘한 관현악법으로 오히려 유명하고 결정적으로 두 작품은 곡의 내용면에서 많이 닮았습니다. ‘번스타인은 차이콥스키 6번을 말러 9번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고 ‘카라얀의 말러 9번은 그의 차이콥스키 6번을 연상시킨다.’는 리뷰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독어권에서 자란 유태인과 러시아인 작곡가 사이에서는 정서의 차이가 있겠죠?
말러는 이 작품을 보고 ‘4번 교향곡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겠지만 역시 많이 다르겠지?’ 라고 지휘자 브루노 발터한테 보낸 편지에서 말하고 있는 데요. 재미있는 말이지만 저도 딱히 어느 구석이 닮아있는 지는 짚어내기 힘들더군요. 겉모양을 봐서는 두 작품 모두 말러의 교향곡 중 유난히도 성악이 많이 들어가고 전통적인 교향곡 구조와 많이 다른 작품 뒤에 나타난 4악장 구조로 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들어오고, 그리고 4번은 교향곡 3번의 에필로그 같은 작품이라고 말러가 말한 적이 있고 9번에는 3악장에 3번 1악장 주제가 슬쩍 숨어있다는 점 정도가 떠오르는 데 얄팍한 귀를 가진 저의 오해겠죠? 어쩌면 교향곡을 자서전 쓰듯 여겼던 다른 교향곡과 달리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가족을 그려냈다는 공통점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4번의 3악장에서 그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내려 했고 9번의 1악장에는 저너머 다른 세상에 있는 형제에게 라는 메모를 남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말러의 작품 중에 유난히 밝은 4번과 유난히 어두운 9번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1악장부터 봅시다. 멀리 울리는 뱃고동같은 소리와 함께 잔잔한 물결과도 같이 시작합니다. 이 부분이 ‘대지의 노래’의 마지막 곡에 ewig라고 부르는 부분과 같은 동기여서 ‘ewig 동기’라고도 부릅니다. 1악장을 말하는 수식어로는 ‘호소력 짙은’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누군가가 심장박동소리 같다고 했는데 뭔가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을 줍니다. ‘대지의 노래’에서는 또 4곡의 간주 부분을 느린 현의 가락으로 바꾸어서 인용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데요 다른 분들이 언급을 안 하는 걸 보면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네요. 대부분의 말러 9번 팬들은 4악장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 데 전 개인적으로 1악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2악장은 말러가 좋아했던 3박자의 무곡 랜틀러의 악장입니다. 주제 자체는 독일 시골의 느낌과도 같은 소박한 느낌이지만 전개를 해나가는 과정은 제법 현대적인 느낌을 줍니다. 2악장의 매력은 묵직하게 긁는 현 뒤로 흐르는 관악기의 에코효과가 아닐까 싶은데요. 서정적인 2주제가 1주제와 섞이면서 선이 가늘고 복잡하게 전개되고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1주제를 찾으면서 악장을 마무리합니다.
3악장은 Rondo Burleske라고 되어 있는 데요. 9번은 다른 작품에 비해 기법 면에서 독특하다는 느낌을 많이 주지는 않지만 3악장만은 기법부터 매우 독특합니다. 훗날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혼란스러움. 트리오 부분에서는 교향곡 3번의 행진이 냉소적으로 패러디되어 등장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정신없이 어디론가 돌진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4악장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악장입니다. 차이콥스키의 6번 마지막 악장처럼 세상을 향한 탄식같이도 느껴지구요. 이 악장을 들을 때도 3번 교향곡의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3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단조로 편곡한 듯한. 하지만 3번 교향곡이 트럼펫 코랄에서 장대한 피날레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9번의 피날레는 아주 조용히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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