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말러 교향곡 1번, 래틀, CBSO

romantiker74 2021. 8. 19. 17:35

이제는 래틀은 베를린필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중견 지휘자이고 명실상부한 말러 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이 음반은 래틀이 지금만큼 유명하지는 않을 때 녹음이 되었다. 타악기 주자 출신이라 재기발랄한 템포 운용이 인상적이고 투명한 음색을 이끌어내고 특이한 레파토리를 곧잘 콘서트에 올리지만 쥴리니가 지휘할 때 부지휘자로 일했던 적이 있어 탄탄한 실력이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버밍엄 교향악단을 아주 우수한 악단으로 조련했다는 평도 있다.

같은 악단과 녹음한 교향곡 2번이 아주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1번은 호불호가 조금 엇갈렸다.

기존의 이 작품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잡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1악장과 4악장의 일부분에서 래틀의 템포 운용에 좀 적응이 안되었다. 당겼다 조였다 튕겼다 좋은데 내가 듣기에는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템포를 주물렀어도 쿠벨릭은 자연스럽고 설득이 되었는데 래틀의 해석은 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템포와 다른 순간에 신선하다기 보다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2악장, 3악장은 상대적으로 래틀의 템포 운용이 매력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4악장의 초반의 몰아치는 부분은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4악장 후반에 앙상블이 조금 거칠었고 사운드가 그렇게 매력있거나 녹음이 훌륭하거나 그렇지 않아 피날레에서 소름이 끼치거나 어깨 내지는 머리를 들썩이거나 지휘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매직이 없었다. 이 음반에도 박수소리가 녹음되어 있는데 아바도의 베를린필 음반은 나도 박수를 치게 되지만 이 음반은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수집가 입장에서는 교향곡 앞에 녹음된 블루미네가 이 음반을 갖추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는데 래틀에게 많이 미안하지만 블루미네가 목적이면 래틀보다 저드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