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9번 래틀/베를린필/EMI

romantiker74 2020. 4. 21. 20:06



Sir Simon Rattle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녹음: 2012/02 Stereo, Digital
장소: Philharmonie, Berlin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의 완성본은 말러 교향곡 10번에 비해 음반이 부족한 편이다. 말러 10번 쿡 버전 녹음을 남긴 샤이도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은 3악장 버전으로 녹음을 남겼다. 인발의 연주가 있지만 프랑크푸르트 RSO의 음색이 말러 10번과는 어울려도 브루크너 9번과는 궁합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 결정반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쉬웠고 아르농쿠르가 빈필과 함께 강의 형태로만 4악장의 조각들을 보여주고 3악장 버전으로 연주한 것은 아쉬웠다. 말러 10번 쿡 버전을 2번이나 녹음한 래틀이 브루크너 교향곡 9번 4악장 버전도 녹음을 했고 악단도 베를린필이라 기대를 갖게 했다. 판본도 인발의 버전보다는 나중에 나온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1악장이 시작되고 인발의 연주처럼 투명하고 가벼운 질감이라 ‘여기서 이러면 조금 곤란한데’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1, 2주제가 나오고 현으로 인버전된 멜로디가 나오면서 중후한 느낌도 나오기 시작했다. 전개부에서 큰 음향의 혼란으로 빠져들 때는 래틀 특유의 미묘한 템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해서 재현부에서 코다에 이르기까지 템포를 조였다 풀었다하며 만들어 내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스케르초는 3박자의 리듬이 분명한 다이내믹한 연주였고 스케르초의 중간부분은 냉소적인 느낌이 나게 연주했다. 트리오는 애절함보다는 민첩함에 포인트를 둔 것 같았다. 말러 교향곡 9번의 4악장을 연상시키는 애절한 음색으로 3악장이 시작되었다. 4악장 버전임을 염두했는지 가보트의 리듬을 그렇게 강조하지 않는 등 3악장의 다양한 요소를 하나하나 부각하기보다는 정화감을 주는 느린 악장으로 연출한 듯 했다. 4악장에서는 신비한 느낌의 도입 이후에 베토벤 교향곡 9번의 1악장을 연상시키는 붓점 리듬과 멜로디가 등장하고 조성이 불안한 듯한 바이올린과 플륫의 멜로디에 이어 밝고 서정적인 현의 멜로디가 이어진다. 발퀴레의 잠의 동기를 연상시키는 에피소드가 나오고 천국의 문이 열리는 듯한 코랄이 등장한다. 이쯤되면 브루크너가 상상하던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인발의 연주에서는 4악장이 조금 정신없게 느껴졌는데 이 연주에서는 좀더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금관의 코랄 덕분인지 조금 덜 복잡하게 느껴졌다. 팡파르가 1악장의 도입부를 회상하고 살짝 무조적인 경과구를 지나서 웅장한 푸가가 나오고 테데움 내지는 말러 교향곡 3번을 연상시키는 피날레가 끝나면 3악장 버전을 들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당분간은 이 음반이 4악장 버전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의 결정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