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인발/프랑크푸르트RSO/TELDEC

romantiker74 2020. 3. 10. 14:04

bruckner 7 inbal 이미지 검색결과


Eliahu Inbal (conductor)
Frankfurt Radio Symphony Orchestra


 녹음: 1985/09 Stereo, Digital
장소: Alte Oper, Frankfurt


개인적으로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음반 중에서 가장 먼저 구입한 음반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학생 시절 고 박진용 님이 운영하던 중고 음반가게에서 발견했고 기억이 희미하지만 7천원 정도에 구입을 했던 것 같다. 교향곡 4번만 알았던 나에게 브루크너의 나머지 교향곡을 듣게 만들어 준 음반이다. 인발이 지휘한 슈만 교향곡 음반이 그렇게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곡을 배워보는 느낌이었지 연주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는데 인발의 말러, 쇼스타코비치를 접하고 특히 일본에 있었던 2005년 산토리홀에서 그가 베를린 심포니를 이끌고 연주했던 말러 5번을 듣고 나서 다시 음반을 들었을 때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원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브루크너 7번이지만 4악장이 복잡하게 들릴 수가 있는데 4악장을 비교적 빠르고 깔끔하게 연주해서 곡을 쉽게 듣게 해 준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 인발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은 독특한 사이버적인 음향을 들려주는데 말러의 경우 다른 작품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7번, 10번에서는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내었다. 브루크너 7번은 중후한 음색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반신반의했는데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다. 1악장은 잔향이 풍부하지만 현의 트레몰로 등이 묻히지 않았고 저음현의 밸런스도 적절해서 가볍다기보다는 깔끔하다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게 했다. 거기에 금관의 매끄러운 소리도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일조했다. 템포도 적절히 탄력있게 운용했고 특히 코다로 들어가기 전에 잡아 두었다가 가속시키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좋은 효과를 만들어냈다. 2악장은 짙은 호소력이 아쉽기는 하지만 담담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스케르초는 반복되는 멜로디에 최면적인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고 숨을 죽이고 들어간 트리오는 2악장의 연장선으로 담담하게 연주했다. 레코드포럼에 연재한 글에서 이명재 씨가 평한 것처럼 이 음반의 특징은 4악장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깔끔하고 정제된 앙상블을 바탕으로 특정 주제에 지나치게 몰입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나가서 자칫 복잡하게 들리기 쉬운 4악장을 명료하게 만들어 주었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의 경우 다른 작품들에 비해 4악장이 조금 짧아서 아쉽다고 느끼는 분들께는 너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브루크너의 작품이 4악장 때문에 듣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께는 진입장벽을 제거해주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