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샤이/RSO베를린/DECCA

romantiker74 2020. 3. 10. 13:57



Riccardo Chailly (conductor)
Radio-Symphonie-Orchester Berlin


 녹음: 1984/06 Stereo, Digital
장소: Jesus Christus Kirche, Berlin


암스테르담에서 공연을 보고 팬이 되버린 내 입장에서는 브루크너 7번 교향곡에서 샤이의 해석을 들을 수 있어 기대가 되는 음반이었다. 샤이는 브루크너 사이클에서 초기에는 RSO 베를린 나중에는 암스텔담 콘서트헤보와 함께 했는데 7번은 RSO 베를린과 녹음했다. RSO 베를린이 함께한 브루크너 7번 음반은 호불호가 많이 엇갈렸던 음반이어서 특이한 해석을 했을까하고 기대했는데 곡 자체가 선율적이어서 그런지 다른 브루크너 녹음들에 비해 샤이의 해석에서 특이한 점을 확실하게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음반의 가격도 논란이 되기는 했는 데 처음에는 이클립스 시리즈로 버짓 가격으로 나왔다가 커플곡으로 있던 파스벤더가 부른 뿔피리 노래가 빠진 채로 탑 가격으로 재발매되기도 했다. 음악으로 돌아와서 1악장 1주제는 여유로운 템포로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었고 2주제는 붓점의 탄력을 조금 떨어뜨려 파이프 오르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샤이는 같은 악단으로도 음악에 따라 질감을 잘 조절하는 것 같은 데 예를 들어 같은 악단과 연주한 말러 10번 음반은 투명한 질감이었는데 브루크너 7번의 경우 중후한 음색을 뽑아내었다. 투명한 음색에 가까운 아바도의 빈필과 비교했을 때 중후한 쪽이 곡에 더 잘 어울리는 듯 했다. 2악장에서 풍성한 소리가 특히 좋은 효과를 주었는 데 내성부, 부선율이 잘 들려서 곡이 입체적으로 들렸고 은은하게 퍼지는 마무리도 아름다웠다. 감정을 처절하게 안 실어도 선율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소리가 매력적이고 밸런스가 좋으면 충분히 좋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3악장은 금관의 여음을 조금 길게 가져가서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울림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리듬감이 중요한 스케르초가 조금 유약하게 들리기도 했다. 브루크너의 다른 스케르초에 비교했을 때 교향곡 7번은 스케르초가 강렬하다기보다는 최면적이어서 샤이의 연주가 그렇게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4악장은 여전히 음색은 좋지만 조금 초점이 없고 복잡하게 들리기도 했다. 마지막에 템포를 떨어뜨려 장대한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은데 곡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지 내가 듣기엔 어딘지 어색했다. 샤이의 팬이기도 하고 버짓 가격에 산 음반이고 다른 음반과 비교했을 때 개성도 있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결정반으로 추천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