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래틀/버밍엄SO/EMI (노박)

romantiker74 2020. 3. 10. 13:56



Sir Simon Rattle (conductor)
City of Birmingham Symphony Orchestra


 녹음: 1996/9 Stereo, Digital
장소: Symphony Hall, Birmingham


말러와 브루크너는 애호가층은 대체로 일치하는데 지휘자의 선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말러를 자주 녹음한 래틀의 경우에 브루크너는 그렇지는 않은데 교향곡 7번은 버밍엄심포니와 음반을 남겼다. 래틀과 버밍엄심포니는 말러 교향곡 2번의 인상이 강한데 브루크너 7번의 경우에도 그 특징이 좀 들어가 있었다. 특히 1악장이 인상적인데 말러 2번 녹음에서처럼 여유있는 템포에서 주제 하나 하나에 많은 에너지를 담아서 들려주고 있다. 1주제는 여유있는 흐름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인상적이고 2주제는 살짝 빠르면서도 리듬감이 강조되어 있다. 3주제는 금관을 억세지 않게 가져가면서도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2악장은 1악장에 비해 조금 실망스러웠다. 여유있다기보다는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깊은 감정을 이끌어낸다기보다는 조금 느끼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대신 타악기 주자 출신답게 클라이맥스에 타악기가 들어간 노박판을 선택했고 타악기가 맹활약하는 클라이맥스는 멋지게 연출했다. 3악장은 2악장보다는 래틀의 장점이 잘 살아난 것 같았다. 멜로디가 중독성있게 들리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덜 했지만 스케르초의 역동적인 리듬감이 잘 살아서 곡 전체에서 스케르초의 역할을 확실히 잡게 해 주었다. 4악장은 1악장에 이어 다시 버밍엄 심포니가 온 힘을 쏟아 부어 넣었는데 결과는 적어도 내 취향에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복잡다단한 악장에서 주제 하나하나가 살아나면서 감동을 증폭시켰던 말러 교향곡 2번의 5악장과는 달리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의 4악장은 어딘지 정리가 잘 안되고 일부분은 너무 부담스럽게 비대해진 느낌을 받고 말았다. 피날레에서 템포를 조금 늦추면서 장대함을 보여주려한 듯 한데 비슷한 시도를 했던 샤이 RSO 베를린의 연주보다는 자연스럽게 들렸지만 그래도 살짝 작위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혹시 이 연주를 실연으로 보았고 라이브의 열기를 호흡할 수 있었다면 박수를 많이 쳐 줄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으나 편하게 음반으로 들을 때는 말러와 브루크너의 접근법은 달라야 하나보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