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교향곡 7번 쥴리니/빈필/DG

Carlo Maria Giulini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녹음: 1986/06 Stereo, Digital 장소: Musikverein Saal, Wien

레코드 포럼에 연재한 글에서 이명재 님은 뵘과 줄리니 모두 빈필과 함께 서정적인 브루크너 7번 녹음을 남겼지만 뵘이 꾸미지 않은 듯한 중후함이 있다고 하며 두 연주 중에 뵘의 연주를 선택했다. 일단 쥴리니, 뵘 모두 빈필의 고급스러운 소리를 잘 살렸고 강렬하기보다는 서정적으로 들리는 쪽인 것은 공통적인데 쥴리니는 유장한 흐름을 만들어 내면서도 늘어지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훌륭한 것 같다. 특히 악기가 바뀌어도 조성이 바뀌어도 큰 강물이 천천히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듣고 있으면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2악장이 각별하다. 레코드 자켓에 판본이 표기가 되어있지 않은데 2악장을 들으며 분위기에 취해 내심 하스 판을 채택해서 타악기가 나오지 않기를 바랬다. 불행히도 내 바람과는 달리 클라이맥스에서는 챙하는 심벌과 트라이앵글, 팀파니가 들려왔다. 대신 심벌과 트라이앵글은 그렇게 도드라지지 않게 밸런스를 잡았다. 3악장은 다소 묵직한 느낌으로 표현되어 1, 2악장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4악장은 쥴리니가 큰 스케일의 피날레를 만들어 내주기를 내심 기대했으나 특별히 허하지는 않았고 빈필의 소리가 멋지게 울려퍼지기는 했지만 기대에 비해서는 조금 평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