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10/9/25) 국민필하모닉 쇼스타코비치 5번

romantiker74 2012. 10. 16. 12:29

 

국민필하모닉 27회 정기연주회

일시: 2010년 9월 25일

장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베르디 나부코

서곡

레위인이여 들어오시오!

가거라 근심이어 금빛 날개를 타고

오, 누가 울고 있는가?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험담은 미풍처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학교로 옮기고 학교에 음대랑 콘서트 홀이 있어서 좋아했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연주하는 걸 볼 기회를 잡았다. 일단 자리를 아주 좋은 VIP석을 받아 기뻤는데 잠시 후 높은 교수님들께 포위 되고 나서는 좀 부담스러웠다.

 

첫곡은 베르디의 나부코 서곡. 불행히도 관악기의 앙상블이 거칠었고 특히 혼의 미스톤이 제법 귀에 들어와 뒤에 연주할 쇼스타코비치가 불안하게 느껴졌다.

이어지는 노래는 변승욱 교수님이 불러주셨는데 나부코 부분 부를 때는 컨디션이 조금 안좋으신 듯 느껴졌고 콘서트 형식이 아니라 실제 오페라 무대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로시니는 연기력이나 기교 모두 뛰어나다고 느꼈고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피가로는 어려운 배역일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드디어 기대반 걱정반이었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일단 앙상블은 1부보다 훨씬 좋았다. 아마 1부는 3학년 학생 중심으로 2부는 4학년 학생들이 집중 투입되어서 연주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잠시 해봤다. 어려운 작품이다. 현은 다양한 주법과 표정과 함께 날카로운 표현을 보여 주어야 하고 목관은 냉소적인 느낌을 잘 살려 주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금관 주자의 힘이 많이 필요한 작품.

1악장은 듣는 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극도의 긴장감이 관건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체 연주 중에서 가장 아쉬웠다. 혼을 중심으로 금관의 미스톤도 제법 귀에 들어왔지만 현악군도 거친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고 힘이 부족해 다른 파트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제법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악장 스케르쵸, 해학과 익살을 넘어 패러디와 냉소, 풍자의 느낌이 강한 곳. 1악장에 비해 현악기가 날카로운 소리를 들려주었고 오보에를 중심으로 목관의 냉소적인 표현이 꽤 인상깊었다.

3악장은 잘 연주하면 시리듯이 아름답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한 없이 늘어지고 지루할 수 있는데 현악기의 표현력이 좋아서 적어도 내가 듣기엔 지루하다보다는 아름답다로 판단이 기울게 했다.

드디어 4악장 지휘자 선생님께서 콘드라신의 연주가 연상될 만큼 내지는 앙상블이 무너질까봐 걱정이 될 만큼 템포를 빠르게 잡으셨다. 친정인 타악기를 챙기셔서 화끈하게 부숴주는 연주를 들려 주신 건 좋은 데 악구가 금관으로 시작되는 부분에서 1/16 내지는 1/8 박자 쯤 늦게 들어와 순간 순간 맥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고 전체적으로 빠르게 잡은 템포 때문에 금관의 주저하는 듯한 표현이 더 부각되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끝나고 묘한 감동이 오랫동안 남았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작품을 쓰던 1937년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듣던 중 스탈린이 나가 버리고 프라우다 지에 교조주의적 음악이라는 비평이 실리며 숙청에 위협을 느꼈다고 전해지고 이 작품은 공산주의 혁명을 그리고 있지만 혁명에 성공한 쪽도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는 깊고 혁명이 이루어 졌어도 세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신데렐라가 왕비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보다 씁쓸하지만 결혼 1년 만에 성격차이와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다는 것이 더 실감이 나는 것과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이 작품을 들은 건 1994년 봄 서울대학교 음대 오케스트라의 연주였다. 당시에 2학기에 올렸던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와 함께 학생 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을 올렸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16년이 지난 지금 이 학교에서도 당당하게 무대에 올릴만큼 학생들의 연주 실력은 좋아졌지만 이 학생 들이 졸업 후에 헤쳐 나갈 사회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져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곡의 마지막 악장의 여운을 내게 남겨주었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