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12/9/25) 국민 필하모닉 말러 5번

romantiker74 2012. 10. 16. 12:32

국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31회 정기연주회
2012년 9월 24일 (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말러 -교향곡 5번

국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김훈태

시간은 어김없이 1년이 흘러 학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올해는 오페라와 함께 진행되었고 어려운 작품을 올리고 있어서 기대반 걱정반인 느낌이었다. 아직까지 교양 수업을 해 본 적도 없고 혹시 하게 된다고 해도 음악 전공의 학생이 내 수업을 들을 가능성이 거의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좋아하고 많이 듣던 작품을 무대에 올리니 불행히 시험지 채점하는 선생님처럼 음악을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든다. 그래서 자잘한 부분 들이 머리속에서 지워지도록 후기도 좀 늦게 써 보고 있지만 상태는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1악장은 트럼펫 주자의 부담이 큰 악장이다. 시작 부분에 미스 톤까지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약하고 부정확하게 들리는 소리를 내서 안타까웠다. 앙상블이나 템포가 좀 불안한 부분도 보였지만 격정적인 트럼펫 솔로를 포함하여 이 악장을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장례행렬을 따라가면서 느끼는 충격과 고독 같은 느낌은 잘 전달받은 것 같다. 1악장 끝 부분에 악기를 약한 톤의 악기로 이동해 가면서 장례행렬이 멀어지는 듯한 원근감을 표현한 부분은 별로 그렇지 않게 내지는 너무 거칠게 표현되어 안타까웠다.

2악장, 3악장이 이날 연주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게 들렸다. 2악장에 팽팽한 긴장감을 준 느낌도 좋았고 악기를 바꾸어 가면서 멜로디를 이어가는 부분의 밸런스가 좋았던 부분이 특히 인상깊었다. 3악장의 혼 솔로도 1악장의 트럼펫 솔로만큼 걱정되었는데 느낌은 비슷하다. 어떤 부분은 참 잘했고 어떤 부분은 좀 아쉽고. 2악장의 탱고 리듬은 별로 잘 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3악장은 잘못하면 늘어지거나 지루해지기 쉬운 악장을 비교적 단단한 합주력으로 잘 연주한데다 왈츠 리듬도 부분 부분 '와!'라는 감탄사가 나올만큼 신선하게 잡은 곳이 있어 좋게 들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기있는 4악장 그리고 5악장은 2, 3악장에 비하면 좀 아쉬웠다. 일단 4악장은 멜로디 자체가 유려하고 아름답지만 그 뿐이었다. 감정이 잘 실리지 않았는지 너무 인템포로 가서 그런지 좀 재미없고 밋밋했다. 5악장은 기대를 많이 했는데 감동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빠른템포를 앙상블 무너지지 않고 소화한 건 정말 훌륭한데 대위구조가 잘 드러나지 않고 너무 밀어붙여서 풀었다 다시 조이는 데서 오는 긴장감이 좀 덜 해서 코다에서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좋게 본다면 '이 어려운 작품에 도전해서 이 정도 연주를 한 게 어디냐?' '뭐 그래도 10년 쯤 전에 우리나라의 S모 일류 악단이 K모 일류 지휘자와 함께한 연주보다 낫다'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감동을 주는 연주라면 갖추어야 할 뭔가가 좀 아쉬웠다. 음악이 갖고 있는 드라마를 보여주거나 아니면 연주력과 소리가 너무 아름답거나. 물론 둘 다면 좋겠지만. 잘 다듬어진 프로악단이 아니라면 말러가 작곡한 다른 작품들 내지는 교향곡 5번 안에 있는 악장들끼리 연결 고리를 좀 더 설득력있게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