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8/6/27) KBS 교향악단 브루크너 1번

romantiker74 2012. 10. 16. 12:28

KBS교향악단 제617회 정기연주회

2008년 6월 27일 (금) 8시 00분 PM KBS홀
지휘 : 피에타리 인키넨 | 바이올린 : 니콜라이 즈나이더

- 시벨리우스 / 백학이 있는 풍경 작품44, No.2
Sibelius / Scene with cranes op.44, No.2
- 시벨리우스 /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작품47
Sibelius /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

- 브루크너 / 교향곡 제1번 c단조
Bruckner / Symphony no.1 in c minor

오랜만에 여의도 KBS홀을 찾았다. 대전에 취직하고 함신익씨가 대전시향을 사임한 이후 좀처럼 좋은 음악회를 보기 어려웠는 데 출장일정이 일찍 끝나 금요일 오후에 서울에 들어가게 되어 기회를 잡았다. 브루크너와 KBS향은 딱히 궁합이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1번은 좋을 것 같았고 시벨리우스는 잘 맞을 듯 해 보였다. 그리고 지휘자는 이름을 봐서는 핀란드 사람일 것 같았다. 대충 이런 정도의 기대를 갖고 공연장을 찾았다.

처음 연주된 작품인 시벨리우스의 '백학이 있는 풍경'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봤다. 호수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시원했고 특히 KBS향 현악군의 날카롭고 섬세한 느낌이 곡하고 잘 어울렸다.

다음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일단 협연자로 나선 니콜라이 즈나이더의 기교가 뛰어나긴 했다. 그런데 좀 개인 시간차를 두는 것 같았고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불안한 부분이 좀 보였다. 1악장의 카덴차가 좀 맘에 안들기는 했는 데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아 보이는 지 3악장의 화려한 연주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휴식시간 이후 브루크너 교향곡 1번.

'어렵사리 공연장을 찾은 걸 충분히 보상할만큼 훌륭했다'

1악장을 들을 때만 해도 조금 불안한 곳도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제일 잘한다는 악단인데 이정도는 되어야지라고 좀 인색한 생각을 갖게 했다. 2악장은 가끔씩 템포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클라이맥스에 이르게 하는 구성이 뛰어났다. 3악장의 동적인 표현도 뛰어났는 데 트리오는 내 귀에는 조금 느린 듯 했고 그래서인지 느낌도 좀 이상했다. 코다를 너무 화려하게 연주해 혹시 4악장이 김새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했는 데 거의 아타카에 가깝게 휴식 없이 4악장으로 진입했고 4악장의 도입부도 강렬하게 연주해서 내 걱정을 불식시켰다. 지금까지의 연주에 대한 불만을 모두 날려버릴만큼 훌륭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현악군도 금관군도 힘있고 치밀한 연주를 들려주었을 뿐 아니라 산만하고 정신없어 보이기 쉬운 악장임에도 지난 악장의 내용이 정리되면서 베토벤의 5번, 9번에 감동받은 브루크너가 구축하려던 장대한 피날레가 만들어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을 방해할만한 흐트러진 소리도 없었을 뿐더러 군데군데 나의 얕은 귀를 사로 잡을만큼 대위구조를 잘 보여주는 부분도 있어 꽤 감동을 받았다. 오랜만에 들은 좋은 연주였고 제임스 저드와 함께 연주할 말러 9번을 휴가를 내서라도 보고 싶게 만드는 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