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8/2/29) 부천필 브루크너 3번

romantiker74 2012. 10. 16. 12:28

부천필 브루크너 전곡 시리즈 II

'바그너'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1막 전주곡, 3막 전주곡

브루크너 교향곡 3번

2008년 2월 29일 저녁 7시 30분

부천 시민회관 대공연장

산넘고 물건너 막히는 교통을 뚫고 어렵게 공연장을 찾았다. 늦게 도착해서 첫곡은 로비에서 볼 수 밖에 없었다.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의 화려한 느낌이 이날의 연주에 기대를 갖게 했다.

드디어 공연장에 들어섰고 기대했던 브루크너 3번. 객석에 조명을 완전히 어둡게 하지 않고 공연을 진행했는 데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베토벤의 9번, 자신의 0번 교향곡과 함께 다시 d단조를 골랐고 안개가 깔리는 듯한 현으로 악장이 시작되었다. 현의 시작 부분은 조금 거친 것 같았지만 트럼펫으로 1주제를 연주하는 순간 연주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1악장은 제법 템포를 빠르게 설정했다. 말러사이클에서 보여주었던 풍부한 감정을 포기하는 대신에 바로크적인 느낌을 살려주는 듯한 느낌을 들었다. 잘못하면 재미없는 연주가 되기 쉬운데 부천필의 현악군의 소리가 화려한 느낌을 잘 살려주어 괜찮다는 느낌을 주었다. 금관의 코랄과 어우러질 때 현악 소리에 조금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서인지 템포 설정에도 100%의 지지를 보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나쁘지는 않았다.

2악장 역시 조금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현악기의 표정이 풍부했고 클라이맥스의 금관도 훌륭해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3악장은 가끔 앙상블이 흐트러지거나 밸런스가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스케르초의 긴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복잡한 4악장인데 브루크너가 말한 것처럼 세상의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악상들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서도 화려하게 표현되어 감동을 자아냈다.

일단 화려한 음향이 인상적인 연주였고 부천필의 브루크너 사이클에 말러 사이클처럼 기대를 걸어보게 하는 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