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6/10/1) 다니엘 하딩/말러 챔버 오케스트라

romantiker74 2012. 10. 16. 12:26

 

다니엘 하딩/라르스 포그트/말러 챔버 내한 공연

2006년 10월 1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교향곡 F장조

슈만 피아노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2번

오랜만에 후기쓰고 싶은 연주회를 들었다. 몇년전 20대의 나이로 화려하게 나타난 다니엘 하딩이라는 지휘자가 있었다. 76년생이라는 말을 듣고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지휘자의 5악장 버전의 말러 교향곡 10번과 브람스 교향곡 3, 4번을 들었는 데 정갈하면서도 개성있는 해석이 신선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기대를 갖고 연주회장을 향했다.

첫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인데 쾨헬번호가 40번대인 것으로 보아 초기작품인 것 같다. 그런데 4악장 형식인 것이 꽤 놀랍다. 쾨헬이 정리를 잘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곡 자체가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말러 챔버의 깔끔한 소리는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라르스 포그트가 협연한 슈만의 피협이었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꽤 유명한 작품임에도 실연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어려운만큼 확 튀는 연주효과나 대중적 인기가 없어서 피아니스트들의 외면을 받는 지도 모르겠다. '그 정성이면 차라리 ...를 하지.'라는 생각들을 하는지. 슈만의 피협은 꽤 놀라웠다. 낭만파 협주곡 특유의 화려한 피아노 솔로 속에 오케스트라가 파묻히기 쉬운 작품이었는 데 하딩은 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을 꽤 부각시켰다. 전체적으로 투명한 질감으로 피아노 솔로를 잡아 먹는 건 피하면서도 탄력있는 붓점이나 적극적인 금관과 타악기의 운용으로 1악장이 매우 정열적으로 들렸다. 오보에 솔로 때 오보에의 존재감이 너무 튀는 것 같아 내가 듣기에는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2악장은 그에 비해서 조금 심심한 감이 있었지만 피아니스트가 참 잘 친다는 생각을 계속 이어갔다. 3악장 초반에 좀 미스터치가 있기는 했지만 카덴차의 화려함은 인상깊었다. 코다로 이어지는 부분도 손에 땀이 조금 쥐어질만큼 탄력이 있었다.

이 음악회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정말 본전 뽑았다는 느낌을 받게했던 본 프로그램만큼 충실한 앵콜이었다. 앵콜로 먼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브람스 피아노 4중주의 4악장을 들려주었다. 하딩이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모습이 재밌었고 같이 연주한 수석 주자의 기량들도 피아니스트 못지 않게 화려했다. 꽤 급진적인 느낌이 들어 쇤베르크가 왜 이 작품에 주목했는 지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미션 후에 이어진 브람스 교향곡 2번.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1악장은 좀 평범했다. 투명한 질감이 브람스와는 좀 안 맞는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2번은 괜찮다는 느낌을 좀 받았을 뿐. 2악장도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는 데 아름다운 표현력이 가끔 돋보였고 금관으로 구축한 클라이맥스가 꽤 인상깊었다. 3악장, 4악장이 정말 재밌었다. 약간 빠르게 잡은 템포를 바탕으로 섬세한 변화를 잘 구사해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잘 장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2, 3, 4악장은 투명한 텍스쳐를 바탕으로 대위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해서 아찔하다는 느낌마저 주었다.

교향곡 이후의 앵콜곡도 풍성했다. 모차르트의 쥬피터의 4악장을 들려 주었는 데 앙상블 훌륭하고 대위구조 잘 보여주는 연주로 푸가의 악장을 들려주면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마지막 한방도 있지 않았으니.

젊은 나이에 일약 스타가 된 다니엘 하딩의 유명세가 거품은 아닌 듯 했고 앞으로 그의 연주에 주목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