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6/6/1) 페도세예프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쇼스타코비치 10번

romantiker74 2012. 10. 16. 12:25

2006년 6월 1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 전당 아트홀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

지휘: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바이올린: 권혁주

차이콥스키 4계중 4월, 6월, 10월, 12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페도세예프는 테르미카노프나 비쉬코프 등과 함께 므라빈스키, 콘드라신 시대에 뒤를 잇는 러시아의 지휘자 중 한명으로 활약해 왔다. 작곡 및 편곡에도 능한 듯 해서 몇몇 작품을 직접 관현악 편곡을 해서 무대에 올리기도 하는 듯 했다. 어제 들었던 차이콥스키의 사계도 그런 것 같고.

첫곡은 차이콥스키의 4계중 몇 곡을 관현악으로 들려줬다. 약간 탁한 듯한 소리였지만 음울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현악의 소리가 러시아의 악단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6월의 뱃노래가 조금 빠른 것 같기도 했고 얼마전에 카스만이 대전시향과 협연하고 앵콜로 쳤던 곡이 12월의 크리스마스라는 것도 확인시켜줬다.

이어서 차이콥스키의 바협. 음울한 음색이 튀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녹음 상태가 좋지 않을 레코딩을 듣는 것 같기도 하지만 좀 무겁고 어두운 느낌의 소리가 서방의 악단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차이콥스키에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고. 파곳이나 오보에를 중심으로한 목관의 음색도 호소력 짙은 음울한 매력이 있었다. 협연자로 나온 권혁주의 바이올린은 오케스트라와 대비를 이루는 화려한 느낌이었다.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빛이 나는 뭔가를 보는 듯한 기분이 연주 내내 이어졌다. 1악장의 카덴차에서 피치카토를 정말 들릴락 말락하게 작게 튕긴 것, 2악장에서 목관악기가 바뀌면서 멜로디를 이어가는 부분이 정말 절묘했던 것 등이 좋은 느낌으로 기억에 남고 3악장 4번째 론도에서 꽤 티가 많이 나게 음 하나를 잘못 짚은 것이나 가속하는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불안해 보인 건 좀 안타까웠다. 대전은 정말 박수에 인색한 도시라고 들었는 데 지금까지 2번 본 경험상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1악장 끝나고 박수 터진 건 좀 안타까웠지만 권혁주의 연주에 3번 커튼콜을 할만큼 열심히 박수를 쳐 주었다. 권혁주에 대한 모스크바 교향악단의 반응도 나쁘지는 않은 듯 했고.

드디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 '그래, 이맛이야!'였다. 1악장은 현악군이 펼쳐지는 처연함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음색으로 이어지는 긴박감 넘치는 전개. 타악기와 금관악기가 작렬하는 2악장은 역시 때려부수는 가운데도 앙상블이 흐트러지지 않는 러시아 악단의 쇼스타코비치를 보여줬다. 어쩌면 그래서 정말 소련사람들 같은 연주일지도 모르겠고. 3악장이 들려주는 냉소적인 느낌도 관악기의 표정 덕분에 훌륭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4악장. 1, 2, 3악장에 제시된 동기들이 합쳐지면서 차이콥스키로 돌아가자는 쇼스타코비치의 의지와 스탈린에게서 해방된 해방감일지 모르는 승리감이 전율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앙콜로는 쇼스타코비치의 소품을 2곡 연주해 주었는 데 금관진이 쇼스타코비치의 냉소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능력은 이거 보기 정말 잘했다는 인상을 심어 줬다. 러시아 레파토리는 KBS도 잘해라기 보다도 러시아 악단이 하는 러시아 레파토리를 한번 쯤은 꼭 들어봐야만 해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