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교향악 축제 개막공연
2006년 4월 1일 토요일
코리아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박태영, 피아노; 최연희
조인선/관현악을 위한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
브람스/피아노 협주곡 2번 Bb장조 Op. 83
쇼스타코비치/교향곡 10번 e단조 Op. 93
드디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을 실연으로 들을 기회를 잡았다. 일본에 처음 갔던 2004년 가을에 제법 연주된 작품인 데 그때만 해도 음악회 표를 구하는 시스템에 적응이 안 되어서 놓쳤었다. 그 이후로는 좀처럼 실연으로 접하기 힘들었는 데 2006년 교향악 축제의 개막 연주로 코리아 심포니에 부임한 박태영의 지휘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교향악 축제의 특징은 국내 현대 음악 작곡가의 작품을 커플한 프로그램이 많은 것인 데 이번 연주회에서는 조인선이라는 작곡가의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라는 작품을 연주했다. 박을 비롯한 다양한 국악의 타악기를 도입한 작품이었고 나쁘지는 않았지만 즐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연주가 끝나고 작곡가 조인선씨가 여성임을 알게 되었다.
이번 기획의 또 하나의 특징은 오디션으로 협연자를 선발하여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이었는 데 그래서 협연자의 실력에 대해 기대가 많이 되었다. 오케스트라와 강렬하게 대항하는 듯한 피아노가 특징적인 4악장 구조의 교향곡적 논리를 가진 작품이다. 피아니스트는 미스터치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큰 실수 없이 난곡을 멋지게 연주해 주었고 코심의 조금 거친듯한 현의 음색도 나쁘지는 않았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자의 호흡이 조금 불안한 곳도 있기는 했지만 이만한 연주의 브람스 피협 2번을 듣기 힘든 걸 감안하면 만족스러웠다. 가을에 들었다면 더 멋졌을 것 같았다. 악장마다 터져 나온 박수소리와 강렬하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가 가슴아프긴 했다.
드디어 기대했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 묵직한 템포를 잡아 주었다. 그래서 1악장의 다성적인 구조를 꽤 실감나게 보여주어서 감동적이었다. 그럼에도 2악장은 현이 어딘지 뭉게지는 느낌이 나서 좀 안타까웠다. 화끈하게 부셔주는 타악기로 주는 긴장감은 훌륭했다. 혼 주자에겐 부담이 많은 작품이었을 것 같은 데 첫 음이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근사했다. 3악장은 솔로 악기들의 연주가 좋아서 꽤 비극적인 느낌을 받았다. 4악장은 모든 걸 털어버리는 듯한 -혹자의 말처럼 쇼스타코비치의 죽음을 축하하는 듯한^^- 밝은 느낌이 좀 아쉬웠다. 전 악장들의 주제를 인용해서 아울러서 4악장이 동떨어진 느낌을 주지 않고 전체적인 곡의 논리성을 가져온 해석이었지만 좀더 밝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신나게 때려주는 피날레에는 박수를 쳐주지 않을 수 없었지만. KBS의 아성이었던 러시아 레파토리에 도전해 근사한 연주를 보여준 코심과 박태영 씨께 기대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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