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5/12/15) 스크로바체프스키 요미우리 일향 브루크너 6번

romantiker74 2006. 1. 1. 12:41

 

 

사진은 공연당일날 찍은 산토리홀 앞의 카라얀 광장의 모습이다. 카라얀은 이곳을 음악의 보석상자라고 칭찬한 적도 있고 홀 안에는 카라얀의 싸인이 있는 패널이 붙어 있다. 그리고 홀 앞의 광장은 카라얀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그리고 12월 15일에는 흰색과 녹색이 들어간 일루미네이션과 눈꽃 모양의 불빛을 바닥에 비추고 있었다.

 

2005년 12월 15일 저녁 7시

산토리홀

요미우리 일향 정기연주회

지휘: 스타니슬라브 스크로바체프스키

 

스크로바체프스키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브루크너 교향곡 6번

 

오랜만에 음악회 장을 찾은 것 같다. 저번달에 신일본 교향악단의 말러 6번을 보고 싶었는 데 미팅이랑 겹쳐서 포기했고 2달 만에 음악회 장을 찾은 것 같다. 공연전 지휘자의 해설도 있어서 많이 보고 싶었는 데 안타까웠고 오늘은 이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스크로바체프스키 지휘의 요미우리 일향의 브루크너 교향곡 6번을 보러 갔다.

커플곡이 지휘자 자작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었다. 프로그램을 읽어보니 스크로바체프스키는 원래 피아노의 신동이었으나 2차대전 때 부상을 입어 손을 제대로 못쓰게 되어 지휘와 작곡으로 전향했다고 한다. 프랑스 대사가 폴란드의 크라코프에서 그의 지휘를 보고 감동받아 장학금을 주어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도록 했고 나디에 블랑제에게 작곡을 배웠다고 한다.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은 원래 미네소타 교향악단을 위해 작곡한 작품이었고 오늘 연주된 작품은 2번째 버전이라고 한다. 첫번째 버전이 편성이 방대하고 좀 복잡했다면 2번째 버전은 편성을 줄이고 보다 치밀한 구조를 갖췄다고 해설되어 있었다. 초연은 커티스 음대 오케스트라가 했고 곧 미네소타 교향악단이 연주했다고 한다. 이런 배경 지식을 갖고 들었는 데 역시 어려운 현대음악이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2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는 데 1악장은 다양한 타악기가 인상적이었고 2악장은 브루크너의 승천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데 어떤 부분이 브루크너를 연상시키는 지는 미천한 내 내공으로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드디어 기대했던 브루크너 교향곡 6번. 1악장은 어딘지 지휘자랑 악단이 사인이 잘 안맞는 부분이 가끔 귀에 들어 왔다. 그래도 브루크너가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는 인상은 많이 받았다. 기대했던 3주제의 코랄이 생각보다 오르간 적인 음향이 아닌게 조금 안타깝긴 했다. 그래도 내 앞에 이 작품이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 해석은 생각보다는 현을 중심으로 감정을 실은 해석이었다. 그 해석이 2악장에서 제법 감동으로 다가왔다. 현의 칸타빌레는 정말 코끝이 찡한 느낌마저 주었다. 말러의 6번의 도입부를 연상시킨다는 스케르초. 트리오에 나오는 5번 교향곡의 회상도 인상 깊었고 작렬하는 금관도 훌륭했다. 작렬하지만 거칠지는 않은 느낌. 가장 감동적인 연주는 4악장에서 나왔다. 첼로의 글리산도가 조금 거친 것도 같았지만 1악장에서 아쉬웠던 오르간적인 사운드가 일단 매우 훌륭했다. 게다가 악장이 정말 화려한 연주를 보여줬다. 폴카의 느낌도 좋았고 이어지는 트리스탄을 연상시키는 현의 멜로디도 아름다웠다. 코다는 템포를 떨어뜨리면서 장대하게 마무리 짓는 쪽으로 길을 잡았는 데 지휘자와 악단의 사인이 아주 잘맞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음이 끝나기도 전에 튀어나온 박수랑 브라보는 좀 그랬다. 하지만 나도 브라보를 외쳐주고 싶을 만큼 훌륭한 금관이 인상깊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의 4악장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