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5/10/27) 신일본 교향악단 브루크너 3번

romantiker74 2005. 10. 29. 16:28

 

2005년 10월 27일 오후 7시 15분

산토리홀

신일본 교향악단 392회 정기연주회

 

바그너 파르지팔 전주곡, 성금요일의 음악

브루크너 교향곡 3번

지휘; 미하엘 보더

 

 한국에서 수원시향의 연주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 부천필의 연주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이 연주되었다고 들었는 데 둘다 가보지 못해 아쉬웠고 대신 일본에서 이번에 신일본교향악단의 연주로 브루크너 3번, 12월에 스크로바체프스키의 지휘로 요미우리 일향의 연주로 브루크너 6번을 듣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신일본 교향악단은 NHK다음으로 일본에서 연주력이 가장 좋은 악단이라고 내 옆에 앉아있는 동경대 음악부 오케스트라 출신 친구가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연주력이 상당히 궁금했는 데 일단 오늘 연주를 봐서는 훌륭했다.

 

먼저 연주된 곡은 바그너의 파르지팔의 전주곡과 성금요일의 음악이었다. 음색이 현이 날카롭고 금관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었는 데 신비로운 느낌이 잘 살아났다. 은은하게 퍼지는 금관으로 성배의 동기가 연주될 때 특히 감동적이었고.

 

오늘의 메인은 역시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 악장은 한국 사람인 최문수 씨였는 데 머리를 염색해서 그런지 별로 한국 사람같이 안 보였다. 지휘자는 미하엘 보더라는 분이었는 데 처음 지휘를 접했지만 곡의 내용을 그분 얼굴만 봐도 알수 있을 만큼 얼굴표정을 바꿔가면서 지휘하는 분이었다. 내 자리는 합창석은 아니었고 앞에서부터 3번째 줄의 무대를 보는 방향에서 왼쪽이었다. 지휘자가 바이올린 파트에 특히 사인을 많이 보내서 지휘자의 얼굴을 자주 볼 수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현이 좀 강조된 것 같기는 하지만 음량 배분이 매우 뛰어난 지휘자였다. 그래서 브루크너가 공들여 작곡한 다성구조가 매우 투명하게 잘 보이는 해석을 들려주었다. 이런 해석에는 물론 신일본 교향악단의 좀 가는듯 하지만 날카로운 느낌의 현과 강렬하지는 못하지만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금관악기 군이 좋은 역할을 해 주었다. 하지만 현은 좋게 보아서는 날카롭지만 나쁘게 보면 좀 매마르고 중후하거나 풍부하지 못한 느낌을 주었고 1악장 도입부의 트럼펫 솔로나 2악장의 클라이맥스 부분의 금관은 좀 싱겁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음량배분이 좋아 정교한 구조가 보일 경우 자칫 복잡하게 들릴 수가 있는 데 지휘자가 윤곽을 잘 잡아주어서 -특히 1악장은 가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듣는 것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전체적으로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신 지휘자의 비팅이 정확하지 않은지 첼로를 중심으로 템포가 조금 어그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건 좀 안타까웠다. 중후한 현과 작렬하는 금관이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지나가는 장례행렬 옆에 밝게 불을 밝힌 집이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폴카를 추는 모습을 본 브루크너가 보여주려고 했던 '세상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이 작품의 모습, 교향곡 0번부터 브루크너가 담아오고 있던 1악장에서의 베토벤 교향곡 9번 1악장의 그림자, 2악장의 랜틀러에서 전해지는 말러의 작품같은 느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마지막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준 현악군을 바탕으로 울려퍼진 금관의 피날레가 '신일본교향악단 잘하는 구나.'하는 느낌과 함께 열심히 박수쳐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