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5/6/24) 도쿄심포니 말러 '대지의 노래'

romantiker74 2005. 10. 28. 19:51

 

 

도쿄심포니 동경예술극장시리즈 81회
2005년 6월 24일 오후 7시
동경예술극장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g단조 K.550
말러 '대지의 노래'

도쿄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오토모 나오토 (大友直人)
테너: 후쿠이 케이 (福井敬)
바리톤: 코노 카츠노리 (河野克典)

부천필의 말러 사이클에서 빠져있기도 하고 해서 아직까지 실연으로 유일하게 접해보지 못한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접해볼 기회를 잡았다. 요즘 일본에서 말러의 대지의 노래가 3군데의 연주단체가 프로그램으로 잡아 놓고 있었다. 어제 연주를 들은 도쿄 심포니, 그리고 신일본 교향악단이 6월 30일에 그리고 다음달에 도쿄 시티 심포니도 연주할 예정이다. 조금 멀게는 카나자와 교향악단이 11월에 연주할 예정도 잡혀 있다.
가장 뛰어난 연주단체는 신일본 교향악단인데. 옆 자리의 친구 말로는 이 악단이 연주회 마다 멤버를 조금 바꾸는 사이클이 있고 지휘자도 당연히 왔다 갔다 하는 데 이번 연주회는 별로 안 좋은 콤비네이션인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싼 좌석은 이미 다 팔려서 비싼 좌석만 남아있는 상태라 도쿄 심포니쪽으로 발을 돌렸다. 보기 드물게 바리톤이 솔로로 잡혀 있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를 자극했다. 이번달에 오페라시티에서 투란도트를 지휘하느라 이번에 지휘하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KBS를 객원지휘해 나름대로 멋진 브루크너 9번을 들려준 위베르 수당이 상임으로 있는 악단이라 그런대로 신뢰가 가기는 했다.
일단 첫 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정격연주에 익숙해져서인지 오랜만에 듯는 복고풍?의 낭만적 해석도 나름대로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 감정을 좀 넣어서 우울한 느낌을 자아내는 2악장, 미뉴엣의 붓점을 넣은 3악장 전체적으로 별로 빠르지 않게 연주하면서 템포의 폭을 넓게 가져간 4악장을 들어가면서 어쩌면 예전에 카라얀 지휘의 테이프로 이 곡을 접했던 거의 20년쯤 전의 느낌을 다시 받았던 것도 같다. 역시 동경예술극장은 너무 잔향이 심했다. 오히려 정격 연주 풍의 해석이었으면 가슴이 아팠을 지 모를 것 같다. 그리고 잔향이 원음을 잡아먹는 경우도 있어서 미묘하게 템포가 어긋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좀 받았다. 실제로 템포가 틀어졌을 지도 모르지만.
드디어 기대했던 말러의 대지의 노래. 쇤베르크가 왜 실내악 판으로 편곡을 하려는 시도를 했는 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 속에서 테너의 노래가 아무래도 빈약해 보였다. 물론 그걸 극복하기 위해 테너 가수도 나름대로 열심히 목청껏 부른 것 같기는 한데 어딘지 이탈리아 오페라 가수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음반으로 접할 때는 가수의 노래에 집중을 했는 지 이 작품이 관현악이 정교하다든지 금관 주자에게 제법 부담이 갈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별로 안 했는 데 실제 연주를 접하니 트럼펫 솔로 등 금관도 다른 말러의 작품 못지않게 부각되는 작품이었고 역시 중국의 느낌을 전해주는 타악기들이 신선한 작품이었다.
2곡 가을에 쓸쓸한 자는 바리톤이 불렀다. 리릭한 표현을 하는 바리톤 가수여서 아름답게 불러준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는 데 그래도 억지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3곡은 빠른 템포로 신나게 연주했다. 플륫솔로도 나름대로 훌륭했고 테너 가수도 1곡보다는 좋은 가창을 들려주었다.
4곡도 빠르게 가져가서 간주이후 가수가 어떻게 따라갈까를 걱정하게 했는 데 특히 동양적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간주를 인상적으로 들었다. 역시 바리톤 가수,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음이 불안해지고 가사가 템포를 못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곡에서 5곡까지 빠르게 연주하는 걸로 봐서는 지휘자가 어쩌면 3-5곡을 묶어 교향곡의 스케르초 같이 작품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오케스트라가 현악기를 중심으로 템포가 느려지는 부분에서는 조금 더 서정적인 표현을 해 주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좀 남았다.
드디어 30분의 대곡 6곡 '이별' 중간에 꽤 간주가 길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리톤 가수에게는 부담이 될 것 같다. 솔로 맡은 분은 아름답게 보이려고 억지로 꾸미는 듯한 느낌을 조금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정적으로 잘 불러주신 것 같다. 음성도 좋고. 만돌린이 중국의 비파같은 느낌을 주고 첼레스타가 흩날리는 느낌을 주면서 곡이 끝날 때는 나름대로 짙은 여운을 주었다.
손에 땀을 쥐게하거나 하는 명연은 아니었지만 이만하면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7월 9일날 같은 악단이 하는 말러의 교향곡 9번도 들어보고 싶다는 느낌을 갖고 연주회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