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6/3/9) 아쉬케나지 N향 쇼스타코비치 4번

romantiker74 2012. 10. 16. 12:21

2006년 3월 9일 오후 7시

NHK심포니 1564회 정기 연주회

산토리홀 대홀

엘가 첼로 협주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

지휘: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첼로: 지안 왕

올해는 쇼스타코비치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에 완전히 밀린 감이 있지만 나름대로 쇼스타코비치 레파토리도 여기 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 잠시 들어가느라 페도세예프 지휘의 숲의 노래를 놓쳤고 페도세예프가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을 이끌고 와서 쇼스타코비치 10번을 하고 제임스 져드가 도쿄교향악단을 이끌고 쇼스타코비치 7번을 하는 등의 연주회도 잡혀 있지만 한국에 귀국할 예정이라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하여간 가장 기대가 되는 공연이었던 아쉬케나지의 쇼스타코비치 4번을 보기 위해서 열심히 산토리홀을 찾았다. 표는 이미 몇주 전에 매진이 되어 있는 상태. 당일 표를 구하려고 했는 데 대기번호를 나누어 주며 공연 20분 전에 다시 오라고 한다. 내 번호는 21번. 한 10번까지 가더니 남아 있는 표는 이게 끝이라는 무서운 말을 하더니 직원용 초대권 등이 남아 있는 걸 찾아올테니 기다리란다. 그러더니 돌아와서 S석 밖에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쇼스타코비치 4번 같은 작품은 이런 자리도 아깝지 않지.'라는 느낌으로.

첫곡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었다. 이상하게 남자 첼리스트가 도전하면 그다지 좋은 연주가 나오지 않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자크린느 뒤프레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연을 하게한 작품이다. 일단 솔로부분을 보면 섬세하고 정교한 연주력을 요구하는 것 같고 그러면서도 기교에만 치우치지 않고 미묘한 감정을 실으려면 여성인 쪽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했다. 지안 왕의 연주는 정말 훌륭했다. 그런데 '와, 잘한다.'라는 느낌은 드는 데 곡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내가 지안 왕의 손놀림에 너무 주목을 했는 지도 모르겠지만.

드디어 기대했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4번. 이 작품은 정말 실황으로 들어야할 작품이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중 거의 가장 편성이 크고 실내악적인 솔로부분에서 거대한 총주까지 넓은 다이나믹이 존재하는 작품이니. NHK의 소리가 어둡고 우울한 소리였다면 더 어울렸을 지도 모르겠다. 조금 밝은 음색이라 이 작품이 들려주는 비극적인 느낌이 조금 희석된 것 같기는 했다. 그러나 정교한 합주력과 차갑고도 날카로운 느낌은 물론 강점으로 작용했다. 1악장은 말러의 3번 교향곡의 1악장처럼 에피소드가 가끔 등장하는 복잡다단한 악장이다. 에피소드를 연주하는 목관주자들의 연주가 뛰어나 정말 인상깊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이 잘 유지가 되어서 정신없다는 느낌보다는 점잖게 말하면 '이 작품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와닿게 말하면 '쇼스타코비치 천재다.'라는 인상을 갖게 만들었다. 2악장은 말러를 연상시킨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스케르초이고 말러의 2번 교향곡의 3악장을 연상시킨다는 말도 있는 데 개인적으로는 2번보다는 5번의 3악장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없는 파국, 춤곡이 흐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이 느껴지는. 3악장은 가보트와 랜틀러 등이 흘러나오는 악장이고 장면전환에 확실한 대비를 보여주는 연주가 인상깊었다. 아쉬케나지가 이 악단을 맡고 평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고 들었는 데 이 연주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회원권을 독점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들께는 그다지 인상깊지 않았는지도. 지안 왕에게는 여러번의 커튼 콜을 해 주고는 정작 교향곡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뜨기 바쁘신 분 들도 많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