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부천필 브루크너 8번 (2013/7/24)

romantiker74 2013. 7. 25. 12:00

부천필 창단 25주년 기념음악회

브루크너 사이클 9 'Finale, Sound from Heaven'

브루크너 교향곡 8번 다단조

지휘: 임헌정, 연주: 부천필하보닉오케스트라

2013년 7월 24일 저녁 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부천필의 브루크너 전곡 도전이 마지막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은 만년의 대작인 교향곡 8번이었다.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작품이라 기대가 많았다. 공연에 앞서 프로그램을 보니 연주는 1890 하스 판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되어 있다.

 

1악장이 시작되고는 예당의 음향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악단의 특징 때문인지 트레몰로가 부드럽기는 하지만 어딘지 뭉쳐있고 날카로움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바로 들어온 금관 1주제를 듣고 오늘 연주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오늘 연주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특히 1, 2악장에서 흘러나온 금관의 고급스러운 소리였다. 1악장 2주제는 부천필의 장점이 잘 살아났다. 우아하고 부드럽지만 가볍게 들리지는 않는. 3주제의 코랄에서 터진 금관은 귀를 의심하게 할 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2악장의 스케르초에서 현악은 좀 아쉬웠다. 좀더 또렷하게 갔으면 어땠을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갑의 약은 을의 독이 될 수 있어서 트리오는 좋게 들렸지만. 2악장에서도 금관은 빛을 발했다.

3악장이 전체 연주를 놓고 보았을 때 가장 실망스러웠다. 아마 부천필이 가장 잘 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들어서 그렇게 느꼈을 지도 모르지만. 조금 빨랐고 셈 여림의 폭이 좁았고 그 결과가 잘못하면 늘어지기 쉬운 악장을 편하게 듣게 해준다기 보다는 이 아름다운 악장을 너무 삭막하게 연주한다는 쪽으로 느낌이 흘러갔다. 장면 전환에서 숨을 죽이는 듯한 현악기의 연주는 나름 좋았고 1악장이 팝업되는 부분이 잘 들어와 곡이 짜임새있게 느껴지게는 했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덮기에는 좀 부족했다.

4악장은 금관이 1, 2악장만큼 탄탄한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헝클어진 부분이 좀 귀에 들어왔다. 대신 현악 파트의 연주는 개인적으로 4악장에서 가장 좋게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작품을 이만큼 근사하게 소화했다는 건 박수를 보내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