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4/7/25) 함신익 대전시향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romantiker74 2005. 4. 7. 20:44


 

 

2004년 7월 25일 저녁 7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대전시향 말러 사이클 3

Gustav Mahler /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말러 / 교향곡 제2번 다단조 “부활”
Wolfgang Amadeus Mozart / Vesperae Solennes de Confessore, K.339
모차르트 / 증성자의 장엄한 저녁기도 작품 339

대전시향이 말러 전곡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이번에 말러 교향곡 5번을 한 적이 있는 데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라디오로 들었을 때 나름대로 잘한다고 느꼈고 이제 유명해진 함신익씨의 지휘도 들어보고 싶었다. 함신익씨는 95년 광복 50주년 음악회 때 KBS향을 지휘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 데 차이콥스키 피협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아 그동안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첫 작품은 모차르트의 증성자의 장엄한 저녁기도였다. 전곡은 처음 들었는 데 좋은 작품이었다. 휴식시간에 다들 이 작품 음반으로 구할 수 없냐고 이야기하는 걸 봐서는 다른 분들도 좋게 들은 것 같다. 이 작품 중간에 소프라노 솔로가 있는 곡은 소프라노들의 독집 앨범에 종종 들어가는 데 전곡을 음반으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연주로 봐서는 원래 이 작품 합창 편성이 이렇게 컸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합창 소리에 오케스트라가 조금 묻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제는 모차르트의 종교곡은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연주들에 익숙해져서인지 예술의 전당에서 대규모 합창단의 노래로 들을 때는 어딘지 텁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소프라노 솔로하신 분 목소리가 모차르트 노래로는 조금 느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휴식을 꽤 길게 갖고 말러의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1악장의 시작은 좀 맘에 들지 않았다. 정말 트레몰로를 하는 것인가하는 느낌이 들정도로 느낌없는 트레몰로에 멜로디를 연주하는 첼로와 베이스의 앙상블이 너무 안 좋았다. 좀 느리게 연주한 바이올린의 부활의 주제는 상당히 아름다웠다. 그래도 장송행진곡은 좀 느리게 부활의 주제는 좀 빠르게 연주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하는 느낌을 받았다. 1악장은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좀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레즈를 연상시키는 붓점을 죽여버린 해석이었는 데 교향곡 2번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평면적인 볼륨에 임팩트 순간에만 힘을 실어주는 다이내믹을 썼는 데 임팩트가 돋보인다는 느낌보다는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2악장은 랜틀러의 느낌이 별로 잘 살지 않았다. 레가토에 가깝게 죽 이어가고 템포도 탄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비올라파트 솔로부분이나 피치카토로 이어나가는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3악장부터 다이내믹이 좋게 들렸다. 어딘지 뿔피리에서 느껴지는 아이러니의 느낌이 좀 없는 것 같기는 했지만 목관의 솔로도 좋았고 트럼펫의 캬바레 풍의 솔로도 느낌을 잘 전달 받았다.
4악장 원광. 일단 장현주 씨의 음색은 노래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단어가 sch나 t로 끝날 때 ㅣ나 ㅡ같은 모음이 들어가 있는 듯한 소리를 내는 건 한국인이 독어를 할 때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인 것 같다. 노래가 너무 일정한 느낌으로만 간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Da kam en Engellein이나 Ach, nein, ich liess mich nicht abweisen같은 부분에서 감정 표현을 바꾸어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좀 있었다. 그리고 wollt' mich abweisen 부분에서 음정도 어긋난 것 같다. 노래 뒤로 흐르는 금관의 연주와 음색은 매우 훌륭했다.
5악장 초반이 어제 연주에서 가장 멋진 부분이었다. 진노의 날과 최후의 심판 부분은 특별한 해석이 기억에 남지는 않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주였다. 무대 뒤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괜찮았다. 트럼펫 주자가 무대로 나오지 않고 모든 연주를 뒤에서 소화했는 데 조금 소리가 작은 것 같기는 했지만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는 데서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다. 합창은 좀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등장할 때는 소리가 좀 컸고 피날레의 합창에서는 소리가 좀 모자랐다. 소프라노의 처음 등장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라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여전히 말러의 교향곡 2번을 실연으로 듣는 일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대전시향의 연주는 그 감동을 전달해 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