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4/6/11) 수당 KBS향 브루크너 9번

romantiker74 2005. 4. 7. 20:36
KBS교향악단 565회 정기연주회
2004년 6월 11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위베르 수당
바이올린: 레일라 요세포비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브루크너 교향곡 9번

KBS향이 연주하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드디어 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현악진이 뛰어난 걸 감안하면 2악장도 매우 민첩한 좋은 연주가 나올 것 같고 금관진도 올해 많이 보강했다고 하여 매우 기대가 되었다.
첫곡은 일단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예술의 전당 2층의 음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최고의 멘델스존이라고 보기엔 조금 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오케스트라 소리보다도 훨씬 이상하게 느껴진 것은 바이올린 솔로였다. 제법 과장된 붓점을 넣어 매우 놀라웠다. 이제는 낭만적 해석보다는 담담한 해석에 점점 길들여져서인지 멘델스존의 바협에 풍부한 루바토는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풍부하게 템포를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1악장 코다에서는 매우 몰아치는 해석을 보여 주었다. 2악장이 감정이 풍부하면 좋을 것 같다는 기대를 했는 데 생각만큼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 드디어 3악장.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의외로 잘 된 연주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3악장에서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이 정말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잘 나타나지 않아서인 데 어제는 2악장까지 들으면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인템포를 구사해도 어긋나기 쉬운데 루바토를 집어넣으면 틀어질 위험이 더 클텐데.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바이올린 솔로와 지휘자가 이전부터 많이 호흡을 맞춰온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연주를 위해 급조된 팀이라고 보기엔 너무 죽이 잘 맞는 것 같았다. 특히 3악장 후반부의 쏟아지는 듯한 연주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앵콜곡은 무슨 작품인 지 잘 모르겠지만 바이올리니스트의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휴식후에 드디어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들었다. 일단 KBS의 앙상블은 좋았다. 1악장 전반부에는 금관소리가 삑사리가 나는 건 아니지만 브루크너를 연주하기엔 조금 거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1악장 후반부의 금관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지휘자 위베르 수당의 해석은 매우 특이했다. 일단 경과구들을 매우 빠르게 연주하는 게 특이했고 다른 지휘자들이 폭발시키지 않는 대목에서 폭발을 시키는 것 같기도 했고 제2주제 앞에서 경과구를 가속하여 제2주제를 부각 시키거나 3주제를 코랄이라기 보다는 클라이맥스로 보아 매우 빠르고 강렬하게 해석하는 것등이 매우 특이했다. 지금까지 브루크너 9번의 1악장을 들으며 느꼈던 갈망, 동경, 평화 이런 것들하고는 조금 멀어진 것 같지만 매우 특이하고 정열적인 브루크너 교향곡 9번 1악장을 들어본 것 같다. 2악장 예상대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화끈하게 몰아치는 스케르초와 약간은 냉소적인 느낌을 주는 트리오 모두 매우 규범적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3악장도 정화감을 주는 느린 악장이 아닌 그 안에 격렬함이 살아있는 악장으로 해석되었다. 제법 빠르게 연주되는 가보트나 격렬하게 설정된 클라이맥스가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그림과는 매우 다른 브루크너 9번을 보여주었다.
춤을 추는 듯 몸을 많이 움직이는 지휘처럼 전체적으로 감정의 폭이 큰 해석을 들려준 연주였다. 그런 해석이 가녀린 매력을 지닌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숭고한 정화감을 주던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에 어울리는 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가 그 곡들을 그렇게 보고 있던 게 선입견일 지도 모르니. 어찌되었든 지휘자의 탄력있는 템포를 악단이 잘 소화해 내어 적어도 재미있는 있는 연주를 보았다는 인상은 갖고 연주회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