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4/3/30) 뮐러 코리아 심포니 바그너 시리즈 1

romantiker74 2005. 4. 7. 20:32
2004년 3월 3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코리아 심포니
지휘: 아드리안 뮐러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

바그너 로엔그린 1막 전주곡
바그너 로엔그린 '엘자'의 아리아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1막 전주곡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

휴식

바그너 탄호이저 엘리자벳의 아리아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과 바카날
바그너 신들의 황혼 지그프리트의 장송곡
바그너 신들의 황혼 브륀힐데의 아리아

바이로이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씨가 코리아 심포니를 맡고
기획된 바그너 시리즈의 첫번째 연주회였다.
바그너의 작품을 특히 관현악이 아닌 아리아를
실연으로 접할 흔치 않은 기회라 기대를 갖고
실험실 세미나를 빼먹고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첫곡은 로엔그린 1막 전주곡이었다. 물론 아름다운
작품이고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에도 삽입되어
잘 알려진 작품이다. KBS향이나 부천필에 비해
금관의 위용은 뛰어나지만 현의 섬세함은 뒤진다고
느껴지는 코리아 심포니어서 바이올린의 섬세함이
매우 요구되는 이 작품과는 좀 안어울리는 것 같기는
했다. 기대이상으로 섬세한 소리를 내어 주기는
하지만 초반에는 템포가 불안했다. 곡을 진행할수록
안정은 찾아갔고 금관과 타악기로 구축하는
클라이맥스는 물론 훌륭했다.
드디어 기대했던 귀네스 존스가 등장했다.
금색에 붉은색 당초무늬가 그려진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7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정정하긴
했지만 거동이 약간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했다.
할머니가 부르는 청순한 이미지의 엘자의 아리아.
목소리에 약간 할머니 목소리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지만 관현악이 로엔그린의 동기를
연주하면서 꿈에서 본 기사가 나타나 자기를 변호해
줄 거라고 믿는 소녀의 느낌이 확 밀려왔다.
다음엔 트리스탄과 이졸데 였는 데 특유의 농밀한
분위기가 완벽하게 살아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관악을 중심으로 한 앙상블은 상당히 훌륭했다.
드디어 문을 열고 귀네스 존스가 등장하여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을 불렀다. 정말 '그래 이 맛이야'라는
느낌을 받게했다. 절규하는 듯한 표현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다니 하는 감탄을 하게 했다.

휴식 후에 귀네스 존스가 다시 등장하여 탄호이저의
엘리자벳의 아리아를 불러주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탄호이저를 다시 맞은 엘리자벳의 감격적인
느낌도 좋았지만 미묘한 관현악을 정말 잘 풀어내는
오케스트라가 적어도 이 노래에선 더 인상적이었다.
다음엔 탄호이저 서곡. 이전에 차이나필의 연주로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흔히 연주되는 드레스덴
버전이었고 이번에는 바카날을 포함한 파리버전을
들어보게 되었다. 금관이 힘을 좀 아끼다보니
가끔 코랄이 싱겁게 들리기는 했지만 깔끔한 앙상블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훌륭했다. 오히려
클라리넷에서 삑이 났던 기억이 있긴 하고 바카날로
접어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받긴 했지만 파리버전의 탄호이저 서곡을 듣는 것
만으로도 흐뭇했다.
어제 연주에서 가장 인상깊은 연주는 지그프리트의
장송곡과 이어지는 브륀힐데의 아리아였다. 정말
음향기기로는 느낄 수 없는 작렬하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었고 금사로 당초무늬를 수놓은 검은색
드레스로 바뀌입고 등장한 귀네스 존스가 부른
브륀힐데의 아리아도 운명 비극의 여주인공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귀네스 존스와 아드리안 뮐러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졸데와 브륀힐데를 부르고 사인회
까지 소화하는 나이 70 할머니의 체력이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