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4/4/6) 장윤성 창원시향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

romantiker74 2005. 4. 7. 20:28
2004년 4월 6일
교향악축제

창원시립교향악단
지휘 장윤성 / 기타 장승호

베토벤 / 바이올린 협주곡 (기타편곡)
쇤베르크 / 구레의 노래

창원 시향이 통영 국제 음악제에서 구레의 노래를
연주한다고 해서 이 작품을 들으러 통영까지 가려고
했었다. 다행히도 교향악 축제의 일환으로 예술의
전당에서도 공연을 하여 기쁜 마음으로 찾았다.
구레의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긴 프로그램인데
바이올린 협주곡의 왕자라고 불리우는 베토벤의
협주곡을 커플해 넣었다. 오케스트라가 지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판매하고 있었지만
구레의 노래 가사는 그냥 얻을 수 있었다. 낯익은
이름이 눈에 띄었다 제공 '장석균' 바로 고클의
그분이었다. 화 수 목요일은 일 때문에 공연을
못보신다고 하는 데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다.
오페라를 번역하기엔 좀 과하고 노래 가사 정도는
번역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말러 교향곡에 달린
노래들을 번역하고 대지의 노래 가사도 번역해 보고
멘델스존의 교향곡 2번과 쳄린스키의 서정교향곡을
번역해보고 구레의 노래를 번역해 보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CD속지에 가사를 열심히 스캔하고
손질하고 독어와 영어를 참조하여 1부를 거의 다
번역했을 무렵 석균님이 고클에 번역을 올리셔서
조용히 작업을 중단했던 기억이 난다.
일단 연주회장에 들어갔다.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단원이 들어오고 악장이 들어온다. 악장은
낯이 익은 분이다. 가끔 강남심포니와 부천필의
객원 악장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는 분인 데 이번에도
객원 악장을 하시는 것 같다. 목관 소리와 함께
베토벤 바협 기타 편곡이 시작되었다. 목관 소리도
좀 정교하지 않고 현 소리도 거칠어서 구레의 노래
연주가 좀 걱정이 되기는 했다. 그보다도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기타편곡은 좀 아닌 것 같다.
스피커를 연결했음에도 기타소리는 오케스트라 소리에
너무 묻히는 것 같고 카덴차부분을 제외하면 풍부한
표정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오케스트라가 좀
약한 다른 작품은 편곡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단원들이 들어온다.
합창석에 합창단원들이 있고 무대를 악기가 꽉 채우고
뒤로 타악기들이 죽 늘어서고 왼쪽으로 하프 4대가
있는 것만 보아도 만족감이 밀려온다. 독창자들이
나와 인사하고 발데마르와 토베 역을 맡은 가수는
앞 의자에 앉는다. 전주곡이 시작되는 데 현의 소리가
그렇게 투명한 것 같지는 않지만 타악기 소리와
하프의 울림으로부터 감동이 밀려온다. 드디어
발데마르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독어 딕션은
자연스럽다. 목소리 좋으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토베가 노래를 이어 불렀다. 좀더 맑고 깨끗한 음성의
소프라노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렬한 발데마르의 2번째 노래. 작렬하는 오케스트라
때문에 아무래도 테너 분의 성량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후로도 오케스트라가 커질 때면
계속 성악이 관현악에 묻혀 성량은 계속 아쉬움으로
남았다. 1부가 끝나고 숲속의 비둘기를 맡은 알토가
노래를 부른다. 극적인 느낌을 많이 주지는 못했지만
넓은 음역의 어려운 노래를 잘 소화해 내신 것 같다.
3부에 클라우스와 농부가 등장하고 합창이 울려
퍼진다. 클라우스나 농부도 성량이 아쉬웠지만 가장
성량이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합창 쪽일 것 같다.
배치의 문제였을 지도 모르지만 합창을 나누어 놓은
작곡가의 의도가 충분히 잘 드러나지 못한 것 같다.
부천필의 말러 8번 연주 때처럼 오히려 오케스트라를
좀 줄이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어제
연주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 폭넓은 다이내믹인
점을 감안하고 장윤성 지휘자가 그 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한 것을 그대로 연주한 것에도 장점은 있는 것
같다. 걱정했던 나레이션은 생각보다 매우 자연스러운
편이었다. 꽤 빠르게 대사를 하면서도 오케스트라에
맞추어 리듬도 잘 타 주신 것 같다. 마지막 해가
떠오르는 장면은 물론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울산시향의 말러 2번 연주회처럼 섬세한 아름다움은
아쉬웠지만 폭넓은 다이내믹이 주는 실연의 감동은
잘 살린 연주였고 이런 과감한 기획을 한 (통영에서의
연주는 이 작품의 아시아 초연이라고 한다.) 장윤성
지휘자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