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4/4/8) 박은성 수원시향 브루크너 4번 '낭만적'

romantiker74 2005. 4. 7. 20:29
2004년 4월 8일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교향악축제 수원시향
바이올린: 민유경
지휘: 박은성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낭만적'

반트와 첼리비다케처럼 베토벤, 브람스, 브루크너를
주 레파토리로 삼는 박은성씨의 지휘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을 들을 기회가 생겨 매우 기뻤다. 악단은
박은성씨가 상임으로 있는 수원시향. 부천필, 인천
시향과 함께 3대 시향으로 꼽히고 있는 악단이어서
연주가 매우 궁금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첫곡은 바이올리니스트 민유경씨의 협연으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민유경
씨는 강남심포니와의 멘델스존 협주곡 이후 연주를
듣게 되었다. 당시에 2악장까지 괜찮았는 데 3악장
에서 오케스트라와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는 기억이
남아있다. 어제 연주는 일단 폭넓은 표현이 좋은
느낌을 주었다. 수원시향의 반주는 약간 느린 인템포
를 바탕으로 튀지 않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어제도
독주자와 관현악단의 호흡은 좋지 않아 보였는 데
오케스트라가 인템포인 경우 비난의 화살은 독주자를
향하게 될 것 같다. 뭔가 멋을 부리면서 템포가
어긋났다고 보여진다. 예술의 전당 3층에서 들었어도
약음에서의 표정 변화가 느껴질 정도였으니 독주자의
기본적인 기량이 나쁜 것 같지는 않은 데 3악장에서
음을 잘 못짚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을 보면
연습이 부족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케스트라도 아무리 협주곡 반주라지만
너무 재미없게 연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앵콜곡을 연주했는 데 화려한 기량은 갖춘 연주자라는
느낌은 주었다.

휴식 후에 기대했던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을 들을 수
있었다. 현의 트레몰로가 흐르고 새벽을 깨우는
혼이 나온다. 이 작품의 혼 수석은 매우 부담이
심할 것 같다. 유난히 혼 수석 솔로가 많고 특히
작품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악장 1주제가 혼으로
연주되니. 좀 자신 없는 소리로 음도 틀어지게
1악장이 시작되었다. 1악장 전반에 금관은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소리를 내어 수원 시향도 우리나라 악단의
전형적인 문제인 금관의 약점을 어느정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게다가 1악장 3주제를 연주할 때
2마디 일찍들어가는 가공할?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여러 악기가 동시에 실수한 것으로 보아 지휘 미스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1악장 중반 이후 연주는
점점 안정을 찾아 1악장 코다에서는 제법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2악장의 슬프고 아름다우면서도
어딘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수원시향은 잘 살린 것
같다. 팀파니가 이끄는 카논은 어딘지 말러의 교향곡
1번 3악장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목관 솔로도 서정적
느낌보다는 딱딱한 느낌으로 연주했다. 나름대로
개성있게 들리기는 했지만 예쁘게 연주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첼로의 주도로 카논이 다시 등장할
때에 박은성씨는 템포에 점점 가속을 붙이는 독특한
접근을 했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2악장에 나름대로
활기를 불어넣어 준 것 같다. 2악장 후반이 좀 빠르게
연주되어서인지 3악장 초반은 좀 느리다는 느낌을
받았다. 2악장의 클라이맥스도 무난하게 소화한
금관이 3악장도 훌륭하게 불어주었다. 트리오의
멜로디가 클라리넷으로 연주되어 하스판으로 연주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잡다단하고 집중력있게
연주하기 힘든 4악장이 어제 연주에서 가장 돋보이는
악장이 되었다. 제법 빠르게 템포를 잡고 1, 2, 3
악장의 주제를 인용한 부분도 질서있게 정리되어
전 악장의 악상을 어우르며 떠오르는 느낌을 멋지게
전달해 준 것 같다.

앙콜곡으로 드보르작의 카니발 서곡을 연주했다.
짜릿한 느낌마저 가끔씩 주는 발군의 연주기량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브루크너의 감동을 좀 희석시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박은성씨가 이끄는 수원시향이 브루크너의 다른
작품들에도 도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