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4/2/18) 세로프 서울시향 브루크너 1번

romantiker74 2005. 4. 3. 16:11
서울시향 특별 연주회

2004년 2월 18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휘: 에드바르드 세로프
피아노: 쉬종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겁벌 중 헝가리 행진곡
생상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1번

일단 브루크너의 교향곡 1번을 들으러 연주회장을 았다. 지휘는 에드바르드 세로프라는 러시아 휘자였고 생각보다 연배가 있는 사람인 듯 했다. 라빈스키에게 지휘를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라빈스키 시절 레닌필의 부지휘자 경력도 있는 같다. 이 지휘자는 서울 시향과 2번의 연주를 는 데 첫 번째는 차이콥스키의 작품으로만 구성한 주회였고 어제 연주는 두번째 연주회로 전반부는 프랑스 음악 후반부는 독일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곡은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에 나오는 헝가리 행진곡이었다. 첫 도입에서 금관이 약간 삑을 내서 오늘 브루크너 연주가 좀 불안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안정을 찾는 분위기였다.
1층 A열에 앉아서 봤는 데 무대를 보고 왼쪽으로 치우친 좌석에 앉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트럼본이 좀 큰 소리를 냈다. 대체로 현이 좀 무겁고 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전체적으로 음역의 폭이
좀 좁다는 느낌을 받았다. 해석에서는 클라이맥스 구축은 좋은 데 프랑스 적인 기지나 아이러니는 좀 약하게 느껴졌다.

두번째 작품은 중국의 피아니스트 쉬종의 협연으로 연주한 생상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고 쉬종도 1악장 초반과 카덴차 들어가기 직전에 약간의 미스터치가 있었지만 대체로 훌륭한 기교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어딘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모두 생상의 재기발랄함을 표현하기엔 좀 음색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색은 무겁고도 좀 차가운 느낌이어서 오히려 차이콥스키나 그리그 였다면 더 좋은 느낌을 받았었을 것 같았다.

휴식 후에 드디어 기대하던 브루크너 1번을 들을 수 있었다. 첼로로 스타카토를 연주하면서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연주하는 순간 드디어 이 작품을 실연으로 듣는구나 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물론 연주를 봐서는 도입부가 좀 소리가 크게 설정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2주제는 좀 무표정하게 해석 했지만 3주제로 들어가는 경과구는 대위구조가 잘 잡히게 음량이 배분되었고 드디어 탄호이저를 연상 시키는 3주제가 나오니 또 감동이 밀려온다. 물론 금관이 너무 크게 잡혀 나머지 성부 특히 현이 완전히 묻혀버린 건 좀 아쉽긴 했다. 3주제 이후 경과구에 잔음표로 이어지는 플륫의 악구가 있는 데 휴식시간 때 플륫주자가 다른 단원보다 일찍 들어와 혼자 열심히 연습했지만 불행히 음이 좀 씹히고 말았다. 2악장은 현의 섬세함이 좀 아쉬웠다. 클라이맥스의 구축은 좋은 데 브루크너 1번의 2악장이 주는 특유의 신비로운 느낌이 잘 못 살아난 것 같다.. 3악장은 좋았다. 금관도 거침없이 잘 나온 것 같고. 그럼에도 2주제의 서정성은 좀 아쉬웠다. 린츠판답게 스케르초에 코다가 나오면서 끝나고 가장 복잡한 4악장으로 이어졌다. 복잡한 악상을 나름대로는 잘 풀어내는 것 같기는 했고 이것만으로도 연주는 어느정도 성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로프는 지금까지 템포를 떨어뜨리는 데 매우 신중해서 칸타빌레 부분에서도 거의 고수했지만 4악장의 코다에서 템포를 떨어뜨리며 부풀리면서 곡을 마무리하는 선택을 했다. 복잡한 곡에 논리성을 부여하는 시도였겠지만 내 귀에는 그다지 좋게 들리지는 않았고 오히려 좀 거부감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연주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은 이런 시도를 해준 세로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도 이 연주회에서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곡을 꿰뚫는 논리성도 좋지만
그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