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3/11/29) 임헌정 부천필 말러 교향곡 10번+1번

romantiker74 2005. 4. 3. 16:07
2003년 11월 29일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99년의 말러 교향곡 1번으로 시작한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전곡 시리즈의 마지막 연주회였다. 정말
최고의 기획이었고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에 활기를
불어넣은 시리즈였다는 생각이 든다. 합창석과 3층을
추가로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석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리허설과 프렐류드 콘서트는 불행히도
놓치고 말았다.

말러 교향곡 10번. 내심 5악장 버전을 연주해 주길
기대했지만 1악장만을 연주했다. 섬세한 느낌을 잘
표현하는 부천필의 현을 생각한다면 기대가 될만한
곡이다. 매우 아름답기는 하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강해서 조금 거슬릴 수도 있는 작품. 임헌정 교수와
부천필은 이 작품에 스며있는 낭만성에 주목한 것
같다. 어쩌면 사랑하는 아내를 빼앗길 지 모른다는
절박한 느낌. A음의 파국, 자유로운 템포를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바이올린 솔로. 하지만 내 고정관념은
이 작품을 신빈악파를 내다보는 작품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메시지를 배제하고 미묘한 성부간 균형을
바탕으로 여러겹의 구조를 뭉치지 않게 보여주는
해석에 더 호감을 갖고 있는. 물론 예술의 전당의
풍부한 잔향이 방해가 될 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원숙한 기량으로 정말 완벽한 말러 1번을
듣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말러 1번을 들었다.
삑사리 하나 없는 완벽한 앙상블을 기대했었다는
면에서 보면 좀 실망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폭넓은
음량폭과 임헌정 교수만의 개성있는 해석도 있어서
악장마다 터져나온 박수 속에서도 곡에 어느정도
집중하고 곡을 즐길 수 있었다. 1악장 초반은 좀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베버의 마탄의 사수를
연상시키는 호른의 팡파르 이후의 탄력있는 연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2악장은 정말 율동적인 느낌을
주었다. 3악장의 풍부한 표정도 매우 인상깊었다.
정말 기대를 많이 했던 4악장의 피날레는 현이
좀 묻히는 듯했고 템포나 음량도 좀 밋밋해서
기대보다는 화려하지 않았다. 브라보를 외치기는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들어본
가장 좋은 말러 1번 연주회였지만 너무 높아져버린
기대를 채우긴 아쉬운 구석도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