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3/5/30) 부천필 말러 8번 '1000사람의 교향곡'

romantiker74 2005. 4. 3. 16:00


 

말러가 이렇게 인기 작곡가가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객석을 꽉 채운 청중들은 임헌정씨가
들어오기만 해도 환호를 보냈고 공연후에는
열렬한 기립박수를 쳤으니, 말러 8번 한국
초연 당시에 연주자 수가 관객수보다 많았다는
일화를 전해들으면 거의 격세지감을 느낀다.
물론 학부 1학년 때 임헌정 교수님이 문화관
소강당에서 말러 1번을 공연할 때도 이번학기엔
관객수가 연주자 수보다는 많은 것 같다는
자조섞인 말씀을 하셨던 것도 얼핏 기억이 난다.
물론 말러 8번을 우리나라에서 실연을 들은 적이
없지만 성악 부분이 있는 말러 교향곡을 만족
스럽게 들은 적은 별로 없다. 밋밋하기라도 하면
만족인 식이었다. 하긴 수없이 들어왔던 베토벤
교향곡 9번의 성악부분도 만족스럽게 들은 적은
거의 없다. 거의 성악으로 시작해서 성악으로
끝나는 말러 8번은 악단의 연주를 떠나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의외로 과감한 조성을 사용해서
성악가들이 부르기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고.
어제 공연은 그런 우려를 안고 시작해서인지 매우
만족스러웠다. 남자 성악가 쪽이 특히 좋았는 데
법열의 교부를 맡은 바리톤도 약간 감정이 많이
들어간 듯도 했지만 좋았고 독토어 마리아누스가
특히 좋았던 것 같다. 좀 성량은 작았지만 르네
콜로를 연상시키는 리릭한 음색이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 Koenigin, goetin의 oe 발음이 좀
이상했던 게 옥의 티였다.
여자 성악부분은 그에 비해 좀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감정을 넣으시려고 개인시간차
?를 하시는 건.. 합창석 뒤에서 걸어나온 영광의
성모는 좀 드라마틱한 음색이셨던 것 같고
콜로라투라나 리릭 소프라노가 부르는 게 좀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합창단의 규모를 많이 줄였다고는 하지만 웅장한
울림을 전해받는 데 별 무리는 없었다.
역시 말러는 실연으로 봐야한다는 전제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1부는 의외로 다이내믹한 해석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여유있는 템포에서 순간순간 가속을
붙여나가서 극적인 표현을 해 오던 임헌정씨의
이전 말러 시리즈를 생각하면 좀 의외였다.
이 작품을 실연으로 듣는 데 미묘한 어긋남이
귀에 살짝 거슬리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원래 일정부분의 불협화음도 있어서 그런지.
1부 내내 받은 느낌은 '근사하다' 였다.
2부는 임헌정 교수님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신
것 같다. Neige~부분에서 템포를 확 늦춰 잡은
것 등 이번에는 템포의 폭을 넓게 가져갔는 데
그 변화가 이전 연주들에 비해 자연스럽지는
못한 것 같았다. 성악진과 합창을 한꺼번에
통제하면서 루바토를 구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정말 '어느새' 신비의 합창이 흐른다.
Alles vaergaengliche ist nur ein Gleichnis..
오르간 소리 이후 저 대사에서 나오는 남성합창의
에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데 그게 묻힌 건 좀
아쉬웠지만 zieht uns hin an과 함께 장엄하게
끝은 맺을 때는 기립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