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2/11/29) 임헌정 부천필 말러 7번 '밤의 노래'

romantiker74 2005. 4. 3. 15:54
11월 29일 금요일 7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부천필하모닉
지휘: 임헌정

저번 말러 6번 연주가 너무 좋아서 많은 기대를 하고
연주회장을 찾았다. 물론 말러 7번의 팬인 나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말러 6번에서 보여준 부천필의
저력을 감안하면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 좋아하는
곡을 듣고도 기립박수를 쳐주지 않게 된건 슬픈
일이다.

1악장이 시작되었다. 자연이 울부짓는 소리라고 하는
트럼본 인트로가 좀 불안했다. 6번에서 좀 약하게
들렸던 현은 이번에는 힘이 좋아진 것 같다.
다양한 악기의 솔로가 있다 보니 잔실수가 많이
들어온다. 트럼펫이 음을 못따라 가기도 하고
나오지 않아야 할 곳에 트럼본이 잘못 튀어나오기도
하고 심벌이 한번 놓쳐서 안나오기도 하고
Sehr breit부분이 원래 하프를 1개만 갖고 연주하는
지 모르겠다. 얼핏 떠오르는 이전에 영상물을 본
기억으로는 2대가 연주한 것 같은데. 어쨌든 하프를
타고 나오는 악장 솔로의 동화적 분위기는 나오지
못했다. 재현부의 타악기와 금관이 작렬하는 부분은
좋았다.

2악장이 시작되었다. 행진곡답게 절도있고 탄력있는
연주를 기대했는 데 너무 곱게만 연주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꼴레뇨도 인상적이었고 트리오의
서정성도 좋았고 부선율을 담당하는 목관이 파묻히지
않게 배분한 음량도 좋았지만 이 악장하면 떠오르는
활기와 유머가 좀 없었다.

3악장은 특별한 해석은 없었지만 연주만을 놓고
본다면 어제 연주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정말 그림자가 드리운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
비올라 솔로가 멋지게 나오고 풍자의 느낌을
잘 살려준 트리오가 좋았다.

4악장도 연주가 나쁘지는 않았는 데 목관 솔로들이
조금 불안했고 만돌린과 기타의 음량이 좀 작은
듯했다. 비올라 솔로, 첼로 솔로 모두 좋았는 데
지금까지 잘해오시던 양고운씨의 악장 솔로에서
실수가 있었다.

문제의 5악장인데 어제연주에서 잔실수는 있었지만
지휘자의 독특한 해석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어제 연주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악장이었다.
탄력있는 템포를 바탕으로 곡이 가진 복합적인 특징을
잘 만들어 가신 것 같다. 현이 좀 힘이 빠지신 것
같고 팀파니가 약간 늦게 들어오고 빗자루?로
북을 치는 부분도 조금 늦게 들어오고 트럼펫이
음을 못따라가기도 했지만 4악장까지 밋밋한 해석에
비하면 훨씬 재미있었다.

어제 물론 열심히 박수는 쳐 드렸지만 기립은
하게 되지 않았다. 남은 8번과 9번 더 멋진 연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