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3/4/15) 서현석 강남심포니 말러 1번 '거인'

romantiker74 2005. 4. 3. 15:55
4월 1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휘: 서현석
바이올린: 정남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말러 교향곡 1번

빈필의 예술의 전당 공연과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강남심포니가 드디어 말러를 시도해서 기쁜 마음으로
연주회장을 찾았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약간의 모험을 감행하신
게 아닌가 싶다. 교향곡 작곡가로서의 브람스보다는
실내악 작곡가로서의 브람스에 주목하여 현악파트의
볼륨을 줄이고 목관과 혼을 보다 돋보이게 음량을
배분하여 바이올린 솔로와 균형을 맞추는 해석을
보여준 것 같다. (이런 느낌이 꿈보다 해몽이
아니라면) 이런 해석이 빛을 발하려면 관악주자의
기량이 매우 출중해야하고 바이올린 솔로의 표정이
풍부해야한다. 어제 연주는 약간 밋밋한 해석이어서
좀 아쉬웠다. 하지만 각 악기에 스폿라이트를
맞추면서 진행되는 음악은 나름대로 묘미가 있었다.
1악장 중간에서 약간 사인이 어긋난 것 같은 부분이
아쉬웠지만 2악장 도입부의 오보에 솔로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회심의 작품은 말러 1번인 것 같다. 포스터에 말러
그림을 넣고 제목도 그렇게 붙인 것으로 보아
정성껏 준비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A음의 현으로 1악장이 시작되었다. 타고나오는
클라리넷이 삐끗하면서 좀 불안해졌다. 무대밖
팡파르는 훌륭했고 한번 좀 심한 삑이 있긴 했지만
트럼펫 솔로도 인상적이었는 데 저음현이 대위구를
입히는 부분이 계속 미묘하게 템포가 어긋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 강남심포니의 연주를 들어본 느낌으로 가장
기대가 되는 악장은 2악장이었는데 트리오도 조금
흐트러지고 생각보다는 평범함 해석이라 약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현의 날카로운
액센트는 기억에 남는다.
3악장은 앞의 두 악장에 비해 좋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교향곡 중에서 가장 길다는 더블베이스 솔로
이후에 나오는 캬바레? 트리오와 zwei blauen Augen
주제에 의한 트리오 모두 훌륭했다. 캬바레트리오를
연주할 때는 악기를 앞으로 들고 연주하는 시각적
효과까지 연출해 주었다.
4악장은 연주하기 어려운 걸 감안하면 어제 공연에서
가장 좋은 연주를 들려준 것 같다. 폭넓은 다이내믹,
트럼펫이 조금 도드라지고 현의 힘이 좀 부족해
보이긴 했지만 Stuermisch bewegt한 연주였다.

작년 베토벤 1번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현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표를 사서 들어도 아깝지 않을
연주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