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2/10/16) 임헌정 서울음대오케스트라 R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romantiker74 2005. 4. 3. 15:52
서울대 만하임대 합동공연

2002년 10월 16일 수요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R. 슈트라우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일단 프로그램이 매우 흥미를 자극한다.
먼저 임헌정 교수님의 지휘로 슈트라우스가 시작
되었다. 트럼펫 인트로 이전에 타악기와 저음현으로
깔아주는 부분이 조금 길게 느껴졌다. 유명한
트럼펫 인트로 팀파니의 연타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현의 울림과 오르간의 메아리. 여기서 현이 조금
거칠고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얼핏 철학과 박사과정에 계신 분께
짜라투스트라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 데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슈트라우스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아마 뛰어난 음악적 묘사력일텐데 무엇을
묘사했는 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터라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연주는 현이 어딘지 무거워 보이기는 했지만
일렁이는 표현이나 서정적인 표현을 연출해서
곡에 색을 불어 넣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어쩐지 나머지 악기들은 조금 표정이 없어 보였다.
플륫이 옥타브를 오가며 새소리같은 효과를 내는
부분이나 바이올린과 첼로의 솔로 모두 흠잡기
힘든 연주였지만 감흥은 좀 약한 것 같았다.
혼이 조금 불안했던 부분하고 밸런스를 좀 깨면서
크게 나왔던 부분 내지는 악장 솔로가 오케스트라에
묻힌 부분등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기지만 작년
문화관 공연보다는 좋은 앙상블을 들려주었다.
전체적으로 슈트라우스의 기지가 돋보이는 묘사력과
표현력이 상대적으로 죽었고 그 자리를 니체의
진지함이 채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연주의 하이라이트는 봄의 제전이었다.
곡을 자주 들어보지 않아서 비교하기도 힘들지만
강한 대비감과 날카로운 액센트가 곡의 특성과
조화를 이루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앙콜곡은 첼로주자가 첼로를 옆으로 눕혀 기타처럼
잡아서 무슨 곡을 하는 지 궁금했는 데 라벨의
볼레로를 연주했다. 유명한 작품이지만 실황으로
처음 듣는 터라 신선했고 곡이 이렇게 확장되는구나
하는 게 정말 잘 들어왔다. 색소폰이 너무 급하게
연주되는 것 같기도 했고 트럼본 솔로도 조금
이상했지만 무대가 연주자로 꽉찬 상태에서 울리는
피날레는 이 모든 것을 잊을만큼 정말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