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말러 교향곡 6번 A단조 '비극적'
부천필하모닉
지휘: 임헌정
날카로운
저음현의 리듬을 타고
1악장이 시작되었다. 조금은 빠른 듯한 템포.
앙상블은 좋은 데 현의 힘이 약간 모자란 듯
금관이나
타악기에 묻히는 듣한 느낌을
받았다. 1주제에 이어 울려퍼지는 코랄.
코랄 속의 혼 솔로를 좋아하는 데
매끄러운 소리였지만
억양이 있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라 좀 아쉬웠다. 코랄에 이어지는
알마의 주제. 주제를 따라 머리를 움직이게 된다.
KBS때와
달리 직접 흔드는 소방울이 울리는
에피소드. 이부분의 템포는 다시 느려진다.
혼과 악장의 솔로. 다시 현과 금관을
앞세워
1주제의 변형이 이어진다. 어제의 연주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빠른 부분은 더욱 빠르게 느린
부분은 더욱 느리게 설정한
템포일 것이다.
굳이 기존의 해석을 생각해보면 번스타인에 가까운
해석이었다. 곡의 극적인 느낌을 더욱 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해석이다.
물론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느린 부분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하고 빠른 부분에 앙상블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번스타인은 물론 빈필, 뉴욕필,
콘서트헤보의 초일류 교향악단을 무기로 앙상블을
유지하고 특유의 루바토와 깊은 감정표현으로
그런
위험을 훌륭하게 극복한다.
그렇다면 부천필은?
1악장이 끝나고 악기를 조율한다. 입에서 감탄사가
세어 나온다.
'잘한다.'
2악장이 시작되었다. 악기 조율은 안하는 게 좋았을
것 같았다. 2악장 스케르초가 1악장을 패러디
했다는
느낌을 반감 시키는 것 같다.
역시 빠르게 돌진한다.
트리오에 들어갔다. 역시 느리다. 여기에 함정이
있는 것
같다. 템포를 붙잡아서 긴장감을 주는 시도를
한 것도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같이 들은
분들은 2악장이 재밌게 연주되었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누더기 꼭둑각시 인형을 묘사했다는 부분.
더더욱 느리게
전개된다. 이부분은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 연결부분이 순간적으로 어색한 듯 했지만
다시 나타나는 스케르초가 더욱 극적으로 들렸다.
3악장 부터가 어제 연주의 하이라이트였다.
곡의 특성상 현이 금관에 묻힐 위험은 없었다.
부천필 현악군의 승리다.
저음현마저 매우 정교했다.
하프를 타고 아름답게 흐르는 혼이 삑을 낸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렇게 처연한 느낌을
흔히
접한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을
찾자면 솔로 악기간의 균형일 것이다. 오보에와
트럼펫 솔로가 좀 도드라지는 반면에
파곳은
주자분의 모션은 컸는 데 음량은 충분치 않았다.
온갖 소방울이 울린다. 소방울 소리는 좀 날카로운
것 같았다. 너무
진지하게 울리셔서 그런지
잠시 미소를 짓게 되었다.
다시 악기 조율을 하고 문제의 4악장이 시작되었다.
4악장의 시작은
조금 느리다. 현과 금관의 소리가
아주 괴기스럽게 울렸다. 찢어지는 듯한 하프
위에서 냉소적인 느낌으로 튜바를 바탕으로
목관이
흐른다. 정말 타악기가 멋지게 울린다. 현을
바탕으로 한 1주제. 이번 악장에 쓸 힘을 비축하려고
1, 2악장에서 약간
소극적인 소리가 났었나보다.
바그너의 주도동기를 응용한 듯한 작은 오페라를
보는 듯한 악장의 느낌이 살아나고 있었다.
특히
플륫을 바탕으로 팡파르가 울리고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바그너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악장을 들을 때마다 이야기 거리가 되는
부분은
해머일 것이다. KBS때보다 육중한 해머로 내리치는
타격. 중간에 순간적으로 현이 지쳐보일 때가
있어서 이것으로 끝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다시 살아나서 멋진 피날레를 보여주었다.
기립 박수를 쳐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10/16) 임헌정 서울음대오케스트라 R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 2005.04.03 |
---|---|
(2002/10/5) 곽승 서울시향 말러 5번 (0) | 2005.04.03 |
(2002/5/13) 김홍재 코리아심포니 말러 5번 (0) | 2005.04.03 |
(2002/4/26) 저드 KBS교향악단 말러 6번 '비극적' (0) | 2005.04.03 |
(2002/4/25) 융에도이치심포니 브루크너 8번 (0) | 2005.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