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2/4/26) 저드 KBS교향악단 말러 6번 '비극적'

romantiker74 2005. 4. 3. 15:40
2002년 4월 26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지휘: 제임스 저드
피아노: 릴리아 질베스타인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지금까지 봤던 KBS공연중 가장 감동적이었다.

그리그의 피협.

소문데로 릴리아 질베스타인의 피아노 연주는

발군이었다. 역시 그리그는 북극의 쇼팽이고

그녀는 러시아와 북유럽 레파토리의 달인이다.

1악장이야 원래 곡이 받쳐주지만 그녀가 펼치는

2악장의 서정성과 3악장의 다이내믹은 매우

훌륭했다. 저드의 지휘도 역시 뛰어났다.

합창석에 앉은 유일한 장점. 지휘자의 표정을

볼 수 있었는 데, 악장간 기침소리가 꽤 오래

가는 걸보고 짓는 그의 장난스러운 표정은

질베스타인의 날아다니는 듯한 터치와 함께

훌륭한 시각적 효과로 작용했다.

2악장의 아름다운 현의 음색은 KBS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말러 6번의 안단테 악장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말러 6번.

역시 우리나라 초연이다보니 KBS의 연주는 성의가

있었다. 수많은 타악기와 거대한 편성. 시각적 효과도

만만치 않았다. 1악장이 시작되었다. C열 합창석이라

저음현의 리듬이 조금 약하게 잡히는 것도 같았지만

타악기와 터져나오는 1주제부터 감기에 걸려있어서

약간은 흐트러진 나의 집중력을 자극했다.

어제 연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석준님의

혼 솔로인 것 같다. 1악장 코랄에서 깔리는 혼 솔로,

안단테 악장의 솔로와 4악장까지. 그분의 독주회는

독주악기로서의 혼의 한계가 느껴졌다면 어제의

연주는 혼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2, 3악장이 일반적인 연주와 순서가 바뀌어

스케르초를 3악장에서 듣게 되었는 데. 걱정했던

4악장이 나름대로 훌륭해서인지 가장 아쉬운 악장이

되고 말았다. 뭔가 4악장으로 가는 힘을 아끼는 듯

어딘지 아쉬운 소리를 냈다. 4악장은 의외로

훌륭했다. 금관도 별로 안 지친 것 같았고.

나무 헤머를 여자 타악기 주자가 들고 심호흡을 하며

내리치는 장면은 지금도 미소짓게 한다.

연주가 끝나고 터져나온 박수.

객석은 빈 자리가 많았지만 기립박수를 치는 매니아가

많았다.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분도.

물론 박스석에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도 주무시는

아주머니도 계셨지만. 말러가 어느새 인기 작곡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