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2/4/25) 융에도이치심포니 브루크너 8번

romantiker74 2005. 4. 3. 15:38
4월 25일 예술의 전당
브루크너 교향곡 8번

브루크너의 8번 교향곡,

물론 거대한 작품이다.

묘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주 훌륭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아주 듣기 힘들때도 있다.

지난 일요일에 오늘 공연을 염두해두고

아르농쿠르의 연주를 들었다.

이 작품을 내가 왜 미워했지?

감동받았다.

어제는 불행히도 브루크너 8번을 가볍게?

받아들이기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음악을 듣는데 컨디션을 따지다니.

하지만 그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감기까지 걸려있었으니.

처음 들어섰을 때 단의 배치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 데 역시 악기의 배치가 독특했다.

더블베이스가 제1 바이올린 뒤로 가고

트럼펫, 트럼본, 튜바가 더블베이스 자리로

그리고 제1, 제2 바이올린이 마주보는 구조였다.

다른 악기를 들어가며 맞추기가 어려웠을 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소리를 만드는

것 같았다.

지휘자는 의외로 젊어 보여서 놀랐다.

1악장은 솔직히 기대에 못미쳤다.

일단 곡의 느낌이 잘 살지 못했고

밸런스가 좋지 않아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2악장이 시작되면서 사정은 좀 달라졌다.

큰폭의 음량변화와 역동감, 이에 대비되는

트리오의 서정적 느낌 모두가 훌륭했다.

금관도 2악장 초반에 혼의 약간의 삑이 있었지만

매끈한 소리를 들려주었고 트럼본의 중후한

울림이 훌륭했다.

전 악장중 가장 맘에 들었다.

3악장. 칼날같은 섬세함이 나오기는 힘들었다.

잔향이 많은 예당의 2층에서 감상을 했으니.

안개가 걷히면서 호수에 비치는 햇빛같다고

가끔 주장하는 3악장의 하프소리가 묻힌 건

좀 아쉬웠다. 하지만 로엔그린이나 트리스탄을

연상시키는 신비함이 제법 잘 잡힌 것 같다.

4악장의 시작 부분은 손에 땀을 쥐게 할만큼

역동적이었다. 부분적으로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 정도의 대곡에서 거의 쉴틈이

없었던 현이 끝까지 생기있는 연주를 들려주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역시 독일의 금관주자들은 힘이

좋은 것 같다. 끝까지 악쓰는 기색없이 우아한

연주를 들려주는 걸 보면.

전체적으로 자주 접하기 힘든 훌륭한 연주였지만

음악에 빠져들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게

정말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