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2/4/11) 장윤성 울산시향 말러 2번 '부활'

romantiker74 2005. 4. 3. 15:35
2002 교향악축제
4월 11일
울산시향
지휘: 장윤성
바이올린: 이경민

학부 4학년까지 말러 2번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1번은 그런대로, 4번은 싫었고

3번은 듣다가 4,5악장할 때 잤다.

5번은 아다지에토만 들었고.

나머지 곡들은 베일에 가려있었다.

학부 4학년 우리학교 음대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은 말러 2번은 작곡가 말러를

내게 각인시켰고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

말러를 나의 연구대상으로 만들었다.

드디어 그 작품을 실황으로 다시 만날

기회가 왔다.

피아니스트 박은희씨가 등장했다.

화려한 드레스가 아니었지만 라디오 프로

진행경험도 많아서 말씀은 잘하신다.

첫곡은 비에냐에프스키 바협 1번.

바협 2번에 가려져 나조차도 처음 듣는

작품이었다.

대단히 화려하고 3악장의 폴란드적 색체가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남자였지만

앳되보였고 연주도 선이 가늘었다.

섬세하고 날카롭고 화려한 표현이 가능했지만

그만큼 불안했다.

지휘자와의 호흡도 불안한 부분이 있었고.

드디어 말러 2번.

무대에 가득찬 오케스트라와 합창석의 합창단을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드디어 1악장.

이제 우리나라 프로악단의 현은 왠만해선

나 정도의 막귀에 거슬리는 연주를 잘 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무너졌다.

장례행렬의 첼로는 너무 거칠었고 서로

조금씩 어긋났다.

왼쪽 구석에 몰아 놓은 호른은 역효과가

많았지만 마주보게한 바이올린은 좋은

효과를 내게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에 잘 들리지 않았던 목관의 멜로디에

제2바이올린이 부선율을 입히는 부분이나

꼴레뇨 부분은 잘 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악단에 파묻혀있을 때보다 시각적 효과를

더 많이 준 것만은 사실이다.

지휘자는 곡에 도취되어 지휘봉 없이

열손가락을 몸과함께 흔들었지만 탄력있는

템포의 연주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완벽한

장악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2악장의 랜틀러. 일단은 너무 무거웠다.

그래도 선명하게 귀에 들어오는 피치카토에

의한 멜로디 전개는 기억에 남았다.

3악장은 무난했지만 조금 밋밋했다.

그러나 1, 2악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잘 되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도취된 악장의 액션이 점점 달아 올랐다.

4악장 Urlicht

메조와 소프라노는 맞추기라도 한 듯 비슷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메조는 붉은색 소프라노는 파란색.

보통 메조가 소프라노보다 체격이 좋은데.

어제 연주는 반대였다.

Urlicht가사에 Roschen rot가 나와서

붉은 드레스를 입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울리는 것 같았다.

조금 성급하게 악구를 닫아버리는 인상을

자주 받긴했지만 독어 딕션이 적어도 내가

듣기엔 훌륭했다. 독일에서 공부를 하신

분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성악하면 이태리 오페라를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

듣기 힘든 발음이었다.

드디어 5악장.

일단 다이나믹은 뛰어났다.

내 손에 땀이 가득한 걸 보고 나도 놀랐다.

합창석에 트럼펫과 호른을 위치시킨 건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았다.

우리학교 오케스트라가 택한 문을 열고 나오는

방법이 더 재밌었고? 음향면에서도 팡파르의

느낌이 더 잘살았던 것 같다.

5악장에서 두 성악가의 성량은 좀 아쉬웠다.

오케스트라에 파묻힐 때가 많았다.

부활의 종소리가 처음 울려퍼질 때 종소리가

완전히 파묻혀 버린 것도 아쉽다.

하지만 합창이 이렇게 엄숙한 분위기로 등장할

수 있는 건 실황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음반에서는 느낄 수 없던 무언가였다.

박수를 쳐주었다. 기립을 해 주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기립을 해 주었다.

말러의 2번을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앙콜곡 울산 아리랑은 좀 그랬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공연 끝나고 교가 불렀을 때

같은 느낌이었다.

여전히 우리나라 악단의 고질적인 금관의 문제는

나타났고 연주도 정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수를 보내는 쪽과 돌을 던지는 쪽을

고르라면 당연히 박수를 보내는 쪽에 설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한 연주라는 느낌을 받았고

지휘자의 열정과 성의있는 해석이 느껴졌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5악장의 감동이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