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2/3/23) 서울대혼성합창단 브루크너 '테데움'

romantiker74 2005. 4. 3. 15:32
나름대로 기대가 많았다.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과 본 윌리암스 교향곡 2번의

KBS교향악단의 연주의 유혹을 뿌리치고 황사를

헤치고 문화관으로 향했다.

아마 26일에 브루크너의 9번을 보게 되어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추진력으로 나를 몰아간 것 같다.

합창곡에도 브루크너의 교향곡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이 그대로 스며 있었다.

가끔씩 브루크너 답지않게 성긴 부분이 나타나는 데

원래 곡이 그런 것인지 연주에 문제가 있는 지는

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합창은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오케스트라 연주도 좀 그랬다.

솔리스트는 열심히 부르신 분께 정말 죄송하지만

테너가 좀 많이 아니었다.

일단 음정도 불안했고 귀에 띄는 삑사리도 많이

들렸다. 이렇게 대위 구조가 복잡한 곡에서는

자신의 절대음감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아주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 같다.

알토의 경우 거의 존재를 알기 힘들었다.

곡에서 맡은 역할이 너무 작은 것인지 가수의 성량이

작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프라노 솔로는 높은 공명점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냈지만 가끔 불안한 부분도 있었고 특히 뒤로 갈수록

브루크너가 추구한 종교적인 숭고함과는 거리가 먼

너무 억센 소리가 나온 것 같다.

마지막에 오케스트라 총주와 합창과 솔로가 모두

가세한 화려한 결말은 브루크너다운 것이었지만

늘 느끼던 뭔가를 품어두었다가 팍 터뜨리는

브루크너 특유의 해방감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