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1/11/16) 아쉬케나지 체코필 말러 7번

romantiker74 2005. 4. 3. 15:20
2001년 11월 16일
체코필 내한 공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휘: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바이올린: 이성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말러 교향곡 7번 '밤의 노래'

'이 악단에 이 지휘자가 했다는 걸 감안하면

더 잘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게 어디냐, 너무 멋지다.'가 제 반응이었습니다.

5악장 내내 거의 흥분해서 의자에 등도 못붙이고

바라보다 끝나고 브라보를 외칠 수 밖에 없었던...

멘델스존은 좀 아쉬웠습니다.

이성주씨의 연주는 몇년만에 들어보는 데요..

이전에 들었던 비에냐에프스키에 비해 실망스러웠습니다.

멘델스존에 더 익숙한 제 귀에 실수가 더 많이 들어와서

만은 아닌 것 같구요.

일단 멘델스존 치고는 감정 표현을 넘어서 좀

느끼하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음정이 틀린 것보다도

귀에 거슬린 건 주저하는 듯 제 때 들어가지 못하고

박자가 늘어지면서 어긋난 부분들인 듯 싶네요.

체코필의 반주는 1악장이 시작되는 순간 현의

움직임부터 감동을 주었지만

3악장의 고무공처럼 튀는 듯한 느낌을 주기엔

탄력이 떨어지는 듯도 싶었습니다.

연주가 끝난 후 체코필 단원들의 이성주 씨에 대한

반응은 거의 썰렁하다 싶을 정도였는 데요...

너무 잘하려고 하시다 안 된건지...

다시 말러 7번으로 돌아와서,

1악장 초반은 상당히 불안해 보였습니다.

'역시 이 작품이 어렵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죠.

1악장 중반 이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악장 솔로와 하프를 바탕으로 등장하는

원광 주제도 좋았구요.

2악장은 깨끗하게 잘 했지만 7번 2악장 특유의 유머감각이

좀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추상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행진곡의 흥이 좀 덜하지 않았나 싶었구요.

3악장은 약간 여유있게 연주를 해서 날카로운 느낌과

목가부분과의 대비감이 좀 아쉬웠지만 일렁이는 듯한 느낌이

좋았구요.

4악장, 5악장은 1, 2, 3악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느껴졌는데요.

(사실 이 부분은 예습한답시고 전날 저녁에 샤이, 당일 아침에

시노폴리를 들었는 데 샤이, 시노폴리 모두 5악장이 좀 여유있는

편이고(시노폴리는 5악장 도입부는 예외), 시노폴리는 4악장 마저

여유있는 편이라 나타난 현상일지도...)

3악장의 어두움이 덜해서 구원의 달빛처럼 나타나는 4악장의

느낌을 조금 손해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8번 째 줄에 앉아있던 바이올린 주자가 만돌린을

들고 나가고 첼로 중간쯤에서 기타리스트가 앞으로

나가는 좌석 배치 변경을 하면서 시간이 좀

지나서 그랬을 지도 모르구요.

5악장은 도입부에서 약간 삐걱 했고 타악기 소리가

아바도의 음반처럼 청량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지만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연주 였습니다.

팀파니 주자가 앉은 의자가 왜 좌우로 돌아가는

의자이어야만 하는 지를 깨닫게 한...

소방울을 흔드는 모습도 재밌었구요.

앞으로 제 앞에 말러 7번이 이렇게 펼쳐질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