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3/9/6) 임헌정 부천필 말러 9번

romantiker74 2005. 4. 3. 16:03


 

 

9월 6일 토요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휘: 임헌정
말러 교향곡 9번

드디어 말러 교향곡 9번을 실연으로 들을 기회를
접했다. 마침 토요일이어서 풀코스로 들어보려고
작정을 하고 오후 1시 반 리허설 현장을 찾았다.
임헌정씨가 단원들에게 곡에 대한 의견과 전체적인
생각을 말했다. 개인의 소리를 어느정도 죽여야
말러가 산다고 하시는 데 비교적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곡이고 각 악기의 솔로가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언뜻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첼로와 혼의 뱃고동 소리와 같은 도입부로 1악장이
맨 앞부분을 연주했다. 일렁이는 듯한 느낌에
감동이 밀려온다. 1악장이 어려운지 리허설의 많은
시간을 1악장에 할애했다. Mit Wut부분에서 심벌을
비비듯이 치는 걸 보고 아, 저부분은 저렇게 연주하는
거구나 하는 걸 새삼 알았다. 2악장의 랜틀러도
훌륭했다. 임헌정 교수는 계속 첼로에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남의 연주를 모방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연주를 해야한다고 하시기도 하고.
녹음을 할 예정인지 음향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는
듯 했다. 잠시 휴식을 가진 후에 3악장 연습에
들어갔다. 가장 연주하기 까다로운 부분인데 그동안
연습을 많이 하셨는 지 뛰어난 합주력을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금관도 거의 삑사리 안내고.
4악장의 비올라 솔로부분도 인상에 남았다.

오후 6시 30분 프렐류드 콘서트.
말러의 대지의 노래에서 두 곡을 골랐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씨의 해설은 전문 아나운서를
연상시켰다. 말러 8번에서 마리아누스 박사를
맡았던 박현제씨가 대지의 노래에서 1곡 '대지의
슬픔에 대한 술노래'와 3곡 '청춘에 대하여'를
불러주었다. 1곡은 확실히 피아노 반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박현제씨의 음성은 좋은 데
독어 딕션은 좀 불만스러웠다. 단어 끝의 t나
약음 e의 발음이나 단어가 마디로 끊길 때의 단절감
등이 느껴졌다. 3곡 청춘에 대해서는 도입부분에
반주와 노래가 틀어져서 계속 엇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간주 이후에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1곡보다는 피아노 반주가 빈약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간주에서 타악기 등을 사용하여 동양적인
느낌을 전달했던 부분이 피아노 반주로 오면서 좀
약해진 것 같다.

드디어 본공연. 1악장은 리허설 때 보다 좀 얌전하게
연주하는 것 같다. 내 취향에는 무난은 한 데 좀
재미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입장정리가 좀
덜 된 듯한. 쓸쓸하고 관조적으로 흐른다고 보기엔
감정이 좀 있고 뭔가 가슴을 조이는 긴장감이 있는
해석이라고 보기엔 좀 싱거운.
2악장은 랜틀러의 따뜻한 느낌이 리허설 때 보다도
많이 깎여 나간 듯 했다. 군데군데 잔실수도 좀
보여서 아쉬웠다.
3악장도 초반에는 잔실수가 많았지만 후반에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면서도 뛰어난 합주력을 보여주어서
짜릿함마저 느껴졌다.
4악장이 가장 잘 연주된 것 같다. 역시 부천필
현악진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에코를 넣는
저음 현의 서정적인 느낌도 좋았고 각 악기의 솔로도
좋았다. 관객은 역시 프로가 많았나보다. 임헌정
교수가 지휘봉을 떨어뜨릴 때까지 15초 정도 정적이
흐르고 박수가 터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