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2004/2/28) 오자와 빈필의 브루크너 2번

romantiker74 2005. 4. 4. 21:31
2004년 2월 28일
세종문화회관 재개관기념
빈필하모니 내한공연
지휘: 세이지 오자와
슈베르트 교향곡 7번
브루크너 교향곡 2번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제의 발단은 과도하게 책정된 입장권 가격이었다.
같은 빈 필하모니의 공연인 데 동경의 산토리 홀이나
뉴욕의 카네기 홀보다 어떻게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비싸게 책정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유러화가 오르고
어쩌고 하는 변명을 늘어놓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기는 했다. 장영주를 섭외한 작년의 예술의 전당
공연보다도 비싼 것을 보아도.
입장권 가격이 괘씸해서 공연을 안 볼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빈필이 연주하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2번은
CD를 통해서도 들을 수가 없다. Horst Stein이라는
지휘자가 한 녹음이 유일한데 LP로만 발매된 바
있다고 하니 사실상 구해서 들어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브루크너가 빈필에게 이 작품의
연주를 부탁했을 때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거부한
일화도 있어 빈필의 브루크너 연주는 매우 주목된다.
결국은 형편상? 3층에서 이 공연을 감상했다.
빈필 단원이 등장하고 지휘를 맡은 오자와가 나왔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듣고 왜 이렇게 특이한
조합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는 지가 이해가 가는
듯 했다. 일단 이 작품을 둘러싼 낭만적인 감수성을
거의 배제했다. 격정적인 클라이맥스도 아름다운
노래도 자제했다. 그리고 부선율을 최대한 가리지
않고 드러내 보이도록 음량을 배분했다. 거기에
1악장은 비교적 여유있게 2악장은 제법 빠르게
연주하여 악장간의 대비도 죽였다. 이러한 구도에서
보면 슈베르트가 브루크너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음색이 매력이 없었다면 정말
재미없는 해석의 표본이 되었겠지만 빈필의 매력적인
음색으로 이런 해석도 신선하게 들린 것 같다.
드디어 기대했던 브루크너의 교향곡 2번.
판본은 하스판을 택한 것 같다.
극단적인 표현을 자제하면서 부선율을 부각시키는
음량배분은 일단 샤이의 연주를 연상시켰다.
유난히 장면 전환에 쉼표가 많이 사용되는 1악장에서
쉼표를 강조해서 다채로운 느낌은 주는 데 약간
산만한 감이 들기도 했다. 2악장은 역시 아름답다.
빈필의 빼어난 목관의 활약이 돋보인다. 물론 가끔
나오는 현악 솔로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제
연주에서 가장 감명깊은 부분은 교향곡 2번의 3악장
이었다. 이소룡이 쿵후를 하듯 바이올린에 사인을
보내는 오자와의 모습과 함께 금관이 작렬하는
3악장의 코다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4악장은
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전개부분에서 너무
늘어진다는 느낌도 받았고 잘 하면 베토벤의 교향곡
9번처럼 1, 2, 3악장을 아우르며 멋지게 떠오르는
느낌을 받는 데 어제 연주는 금관이 쏘아주는 시점을
제외하면 어딘지 우유부단하고 초점이 없고 그래서
좀 산만하다고 느껴졌다.
앙콜로는 요한슈트라우스의 왈츠 비엔나 기질과
폴카 천둥과 번개를 들려주었다. 비엔나 기질에서의
솔로 현악기의 연주 빠른 템포로 밀어 붙이는 천둥과
번개는 감탄을 자아냈지만 브루크너 2번 4악장의
아쉬움을 딛고 기립박수를 쳐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