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교향곡 4번 c단조 (해설:윤성준)

romantiker74 2005. 3. 20. 18:15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4번 c단조 op.43 ◈

  (작곡) 1935~36 년
  (초연) 1962년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게나디 로제스트벤스키 지휘
  (편성) 피콜로2,플루트4,오보4(1명은 잉글리쉬혼 같이 연주)
         클라니넷6(베이스클라니넷,A,B-flat클라니넷 포함),바순3,콘트라바순1
         혼8,트럼펫4,트럼본4,튜바2, 팀파니6,캐스터네츠,우드블록,실로폰,
         첼레스타,탐탐,홀츠클라퍼,베이스드럼
         현5부(1바이올린 20, 2바이올린 18, 비올라 16, 첼로 16, 베이스 14)
         하프 2

  20세기 최대의 교향곡 작곡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4번에 대한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워낙 글솜씨가 딸리구 아는 상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대루 설명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혹시 이 곡을 한번 들어보시길 권할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중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은 가장 유명한 5번이 있겠고, 2차대전때 독일의 소련침공을 배경으로 작곡된 7번,그리고 가장 완숙한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는 10번,가볍고 투명한 9번 등이 있습니다. 지금 나열한 곡들은 유려한(?) 멜로디라인, 스펙터클하고 멋진 관현악의 울림(5,7,10) 등으로 호소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은 이들작품보다는 지명도나 인기가 훨씬 떨어지고,최근에 와서야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이 곡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산만하고 어수선하다라는 것이 지배적이었습니다.그러나 이작품은 그러한 시각으로만 깎아 내리기에는 인상적인 점들이 많습니다.

  교향곡 1번이 1926년에 초연되어서 대성공을 하고(발터나 토스카니니가 유럽 등지에서 이 작품을 여러번 공연할 정도로) 일약 유명 작곡가가 되어 정력적으로 창작활동을 전개할때 갑작스런 위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스탈린의 집권이 그것입니다. 레닌 시절까지 작곡 활동은 이른바 혁명 정신에 입각하여 다양한 스타일과 전위적인 시도를 다 포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렇지만 스탈린 집권이후 예술은 민중을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는 기치하에(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생각해도 좋음) 모든 음악인이 어용작곡가가 되기를 강요했습니다.이런 흐름에 쇼스타코비치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죠. 정사장면이 나오는 오페라 '므젠스크의 멕베드 부인(1934)', 무용음악인 '맑은 시냇물'(1935) 등 비교적 대담하고 전위적인 색채를담고 있는 작품들이 모조리 철퇴를 맞고 위기에 몰렸고,언제 숙청당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이러한 전위적인 스타일의 정점에 4번 교향곡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당초 1936년 초연을 하기위해 리허설을 하고 있었지만 쏟아져 나오는 정부의 비난과 압력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악보를 회수하게 되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됩니다. 이 작품은 26년이 지난 1962년에야 연주되게 됩니다. 어쨌든 이러한 위협에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음악노선을 변경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일단 현란하고 유려한,아름다운 느린 악장(5번의 3악장,10번의 1악장 등등), 그리고 격동적이고 스펙터클한 행진곡스타일(5,7번 4악장)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자신만의 색채를 담게 됩니다. 이런 변화된 스타일에 담겨진 본질에대해선 논란이 엇갈리지만(국가에 대한 찬양인지...감추어진 비애인지) 어쨌든 변모되고 수정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교향곡4번은 쇼스타코비치가 추구하고자 했던 음악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작품은 그의 어떤작품보다도 말러의 음향과 형식에 근접해 있는 곡입니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특별한 형식 없이 자유자재로 복잡하게 얽히는 1악장은 말러의 교향곡 3번의 1악장을 연상시키고 스케르쪼 풍의 2악장은 말러의 교향곡7번의 2악장의 모호함과 2번의 3악장의 형식을 합친 듯이 보입니다. 그밖에도 복잡한 대위법의 구사,엄청나게 큰 편성,많은종류의 타악기,정교한 관현악법의 구사 등등 유사점이 대단히 많습니다. 뿐만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격렬한 감정의 표현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뚜렷한 주제가 정상적으로 전개되는 법이없이 개별적인 에피소드가 자유분방하게 전개가 됩니다. 그리고 엄청난 대비의 효과를 바탕으로 격렬한 표현을 하고 있으며, 중간중간에 작품의 주된 어두운 분위기와 동떨어진 폴카나 왈츠 풍의 멜로디(재즈모음곡 1,2번,영화음악모음곡을 들어 보길 권함) 등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패러디라고도 느껴지는 이러한 삽입의 방법은 이후 작품에서도 자주쓰이며(교향곡15번,비올라소나타) 비극적이고 어둡고 불안한 곡의 정서와 배치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아이러니의 효과와 표현과 대비의 극대화를 불러 일으킵니다.그리고 작품이 그리고자하는 내용은 극단적인 분노와 비극의 감정입니다.(대상이 무엇인지는 논란이 많음. 현대에 있어서의 불확정성, 스탈린체제에 대한 반발, 등등) 5,6,8번의 1악장에서 섬세하게 표출되고 있는 이러한 감정이 대단히 원초적이고 격렬하게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말러의 교향곡6번의 격렬함에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서 느낄 수 있는 무시무시함이 결합이 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 1악장: Allegro poco moderato

   25분 정도로 이루어진 악장으로 Allegro의 템포로 진행되는 12분 정도의 부분과 Presto의 템포로 복잡한 푸가를 바탕으로 한 6분 정도의 부분, 그리고 다시 앞의 부분이 유사하게 반복이 되면서 조용히 끝나는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맨앞에서 제시되는 에피소드만이 반복이 될 뿐 다른 다양한 동기나 소재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가 되고 바뀝니다. 1악장의 주된 분위기는 극단적인 대비와 살벌함입니다.조용한 패턴으로 진행되다가 불협화음의 강렬한 포르테시모가 나오고..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다양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이 악장은 여기 악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첫번째 에피소드 (마림바와 심벌즈가 울리고 관현악의 강한 총주가 울린 바로 다음에 금관의 유니즌으로 나오는 동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중간에 프레스토로 진입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됩니다. 현과 관은 격렬한 에피소드를 빠른 속도로 표현하고 복잡한 대위법이 구사됩니다.다양한 타악기가 가세하면서 격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분위기는 압권입니다(홀츠클라퍼,드럼,베이스 드럼,팀파니가 같은 리듬으로 연주되고 격렬한 금관과 탐탐이 가세하는 부분).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악장의 뒷부분에선 맨앞의 에피소드를 반복하고 조용하게 끝납니다.

   ▶ 2악장: Moderato con moto

   말러의 스케르초 악장을 연상시키는 악장으로 스케르초 양식으로 전개될 듯이 보이지만 트리오와 유사한 부분이 트리오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스케르초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격렬하게 발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 3악장: Largo - Allegro

   이 악장은 느린 악장과 빠른 악장을 합쳐 놓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느린 부분(Largo)는 팀파니의 연주에 맞추어 느릿한 행진곡으로 진행되다가 관현악의 멋진 총주를 지나서 목관의 날카로운 1분가량의 패시지를 따라서 빠른 부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소나타의 전개부를 연상시키는 격렬한 전개부를 지나 동떨어진 분위기의 폴카와 왈츠 선율의 연주가 한동안 계속됩니다. 이러한 부분도 단절이 되고 격렬한 행진곡이 갑자기 연주가 되고 차츰 조용히 사그라들면서 불안한 분위기 속에 곡이 끝납니다.


   어설픈 설명을 대충 했습니다. 불협화음과 멜로디의 부재로 인해 듣기 힘든 면도 있지만, 말러의 곡을 능가하는 격렬함과 복잡하고 정교한 관현악을 갖춘 곡으로 다른 쇼스타코비치의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개성이 강한 작품입니다. 특히 어둡고 복잡한 1악장은 이후 쇼스타코비치의 1악장의 모습을 암시한다고 하겠습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향곡 13번 '바비야르' 가사  (0) 2005.03.20
교향곡 10번 (해설:이승재)  (0) 2005.03.20
교향곡 8번 (해설:김문경)  (0) 2005.03.20
교향곡 8번 (해설: 이승재)  (0) 2005.03.20
교향곡 5번 d단조 (해설: 윤성준)  (0) 200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