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delssohn

Mendelssohn Symphony No. 5 Op. 107 'Reformation' 음반 리뷰

romantiker74 2024. 5. 5. 10:21

Charles Munch (conductor)
Boston Symphony Orchestra
녹음: 1957/10/28 Stereo, Analog
장소: Symphony Hall, Boston

샤를 뮌시와 보스톤 심포니의 연주는 멘델스존 종교개혁 음반 중에 명반으로 오래 기억되고 있는 듯 하다. 1957년 녹음이지만 녹음이 아주 나쁘지는 않고 조금 탁한 느낌이 있지만 투명한 느낌보다는 중후한 느낌이 어울리는 작품이라 약점이 어느 정도는 가려지는 것 같다. 1악장이 시작되면 탄력있고 윤기있는 현으로 비브라토를 잘 걸어서 파르지팔을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느낌의 도입부를 만든 게 귀에 들어오고 알레그로로 넘어가서는 처음엔 얌전했지만 점점 몰아치는 연주를 보여준다. 2악장은 살짝 빠른 편인데 트리오의 표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3악장은 담담하지만 현악이 중간 중간 표정을 잘 더해주었다. 4악장은 초반에 금관이 너무 건조한 소리로 튀어 녹음이 아쉽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살짝 빠른 연주였지만 유독 4악장에서만 인템포를 구사해서 긴장감이 조금 아쉽고 약간 촌스러운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밸런스를 잘 잡아서 푸가가 잘 들리고 끝 부분도 멋지게 정리해서 보편적인 명연주로 불릴 만 한 것 같았다. 

 

Lorin Maazel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녹음: 1961/01/02~05 Stereo, Analog
장소: Berlin-Dahlem, Jesus-Christus-Kirche

마젤은 베를린필과 함께 카라얀보다 10년 정도 먼저 멘델스존 교향곡 5번을 녹음했다. 젊은 시절 마젤의 천재성?과 베를린필의 조합이 기대가 되었다. 일단 1악장이 시작되고 한음 한음 공들인 느낌이 들었고 Allegro가 시작되었을 때는 강렬하게 밀어 붙였다. 현악의 날카로운 표현이 인상적이었고 주제가 다시 등장할 때는 느린 템포를 잡았다. 2악장은 목관의 소리가 아주 매력있게 들렸고 트리오의 리듬감이 사랑스러워 달콤한 디저트를 먹을 때처럼 기분 좋게 만들었다. 3악장은 현의 표현력이 좋다고 느꼈는데 논란은 4악장에서 있을 것 같다. 마젤은 다소 기괴한 접근을 하는데 초반에 템포를 잠깐 늘어트렸다가 갑자기 정신없는 속도로 질주를 하는데 짜릿함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멋있다기 보다는 장면전환이 어색하다는 쪽으로 판단이 기운다. 이 작품에서 4악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표준적인 명연으로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개성의 측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나는 불호였다.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Berlin Philharmoniker
녹음: 1972/2 Stereo, Analog
장소: Jesus-Christus-Kirche/Berlin

대체로 살짝 빠른 템포를 잘 잡는 젊은 시절의 카라얀인데 이 작품은 여유있게 템포를 잡아서 교향곡을 무게감있게 표현을 하고자 했던 것 같다. 파르지팔을 연상시키는 신비한 도입부, 에그몬트 서곡을 연상시키는 장중한 Allegro까지는 보편적인 명연주의 범위에서 바라볼 수 있었겠지만 1주제가 다시 등장할 때 템포를 기대보다 너무 떨어뜨려 살짝 당황스러웠다. 안타깝게도 스케일이 크다보다는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2악장 훌륭하고 마젤의 녹음에서도 그랬지만 목관 주자들이 참 잘한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이 지휘자가 이 악단 데리고 연주하면 이 정도는할 수 밖에 없다는 범주를 별로 못 벗어난 것 같다. 느린 악장의 유장함을 잘 표현하는 것도 카라얀의 장기인데 잘 하지만 딱 박히는 마술을 느끼는 부분은 별로 없었다. 4악장 내 주는 강한성은 장엄함 보다는 숭고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잡은 것 같다. 현의 주선율을 강조해서 주선율에 부선율이 묻히는 밸런스를 많이 잡는데 다행히 푸가가 그렇지는 않았다. 딱딱 잘 맞기는 하는데 부분 부분 유약하게 들렸고 마지막에 템포를 떨어 뜨리면서 마무리하는 부분도 장대하다기 보다는 조금 작위적으로 들렸다. 

 

Leonard Bernstein (conductor)
Israel Philharmonic Orchestra
녹음: 1978/10/23 Stereo, Analog
장소: Frederic R. Mann Auditorium, Tel Aviv

테이프 시절에 교향곡 4번과 커플되어 발매되어 멘델스존 교향곡의 안내자 역할을 해 준 녹음인데 이후에 다른 연주들을 많이 접하고 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곡이 가진 극적인 드라마를 잘 보여주는 번스타인의 해석이 이 작품에서도 돋보이는 것 같다. 1악장의 질풍노도같은 서사 3악장의 서글픔 4악장의 성령으로 충만한 폭발을 이렇게 잘 연출할 수 있는 지휘자는 번스타인 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번스타인, 멘델스존과 같은 유태인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필하모닉은 세계 최정상급 악단애 비해서는 특별히 매력있는 소리를 들려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좋은 앙상블로 치밀하고 흠잡을 데 없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의 공식처럼 되었던 '어둠에서 광명으로'라는 흐름을 그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5번처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멘델스존이 생각한 그림이 확실히 어둠에서 광명이라면 이 연주가 정답일 지도 모르겠다.  

 

Claudio Abbado (conductor)
London Symphony Orchestra
녹음: 1984/10 Stereo, Digital
장소: London, St. John's, Smith Square

아바도의 멘델스존 교향곡 전집 중에서 5번은 교향곡 3, 4번에 비해 작품과 아바도의 개성이 아주 잘 맞지는 않는 것 같았다. 1악장은 안개 자욱한 몽환적인 분위기로 시작해서 현악기가 강조된 밸런스를 잡고 있는데 클라이맥스에서 금관이 현악기에 묻히는 듯 했다. 현악기는 날카로운 표현은 자제하고 부드럽게 연주했고 악장의 마지막도 여운을 남기듯 마무리했다. 2악장은 싱그러운 느낌이었고 3악장은 서정적으로 표현하면서 스러지듯 끝나며 4악장으로 이어졌다. 4악장의 푸가 부분은 투명하게 모든 성부가 잘 들리게 하여 푸가가 잘 들리게 해주었고 마지막 마무리는 은은하게 울려퍼지듯이 정리했다. 부드럽고 서정적이지만 맺고 끊는게 애매하게 들릴 수 있어 교향곡이 조금 유약하게 들리고 주제를 생각하면 설득력이 약한 것도 같다. 설마 혁명이 일어나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 걸 표현한 것일까?

 

Kurt Masur (conductor)
Gewandhausorchester Leipzig
녹음: 1988-1989 Stereo, Digital
장소: Leipzig

멘델스존 교향곡 5번에서는 마주어와 라이프치히가 표준적인 명연주가 될 것이라 상상하며 들었는데 결과는 마주어의 개성이 제법 들어간 연주가 된 것 같다. 1악장은 담담하게 시작해서 현의 부선율을 잘 살려내면서 멘델스존 특유의 색채감이 잘 표현되었다. 2악장은 살짝 빠른데 색채감 있고 생기가 있었는데 트리오가 조금 무표정한듯 촌스럽게 느껴지기는 했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점이 별로 없었는데 느린 악장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3악장과 이어져서 템포를 확 떨어뜨린 4악장의 도입부를 들으면 급속하게 가속을 시켜 짜릿함을 선사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마젤과 베를린필도 비슷한 접근을 했는데 마젤보다는 장면 전환이 훨씬 자연스러워 좋은 효과를 주는 듯 했다. 푸가도 무표정한 듯 바로크의 느낌을 잘 살렸는데 클라이맥스에서 임팩트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감성을 많이 배제한 낭만파 음악이지만 고전파같은 각이 잘 잡혀 있으면서도 무표정한 동유럽의 느낌이 들어간 멘델스존 5번이었다. 

 

Frans Bruggen (conductor)
Orchestra of the 18th Century
녹음: 1995/05 Stereo, Digital
장소: Vredenburg, Utrecht

브뤼헨의 멘델스존 교향곡 5번은 종교음악을 연상시키는 숭고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18세기 관현악단의 가늘고 날카로운 사운드가 인상적인데 작품에 무조건 잘 어울린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4악장 푸가에서 바로크음악같은 느낌을 잘 살려주고 3악장에서도 멘델스존 특유의 우수가 살짝 느껴져서 시대악기의 음색이 미묘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1악장에서 에너지를 쌓아 올리는 모습이 베토벤을 연상시키기도 했고 2악장은 약간 어두운 분위기에서 트리오도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4악장의 시작은 다시 한번 숭고한 느낌이었는데 푸가로 넘어가는 가속도 부분에서 여러 연주 중에서 거의 가장 템포 설정이 자연스러워 설득력이 있었다. 가늘고 날카로운 음색 때문에 종교개혁의 무게감이 조금 가려져서 살짝 허한 느낌이 나는 건 아쉽다. 

 

John Eliot Gardiner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녹음: 1996/06 Stereo, Digital
장소: Musikverein, Grosser Saal, Vienna

가디너와 빈필의 멘델스존 5번은 그가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했던 베토벤 교향곡을 연상시켰다. 날렵하면서도 팀파니가 강조된 밸런스가 빈필의 소리 속에서도 나타나 있었다. 1악장의 서주가 지나고 알레그로가 시작되면 인위적인 템포 변화 없이 빠르고 깔끔하지만 질풍노도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2악장은 이제 미뉴엣의 시대가 아닌 스케르초의 시대임을 보여주고 다른 음반에서 나오는 상큼하거나 발랄한 느낌은 걷히고 주요 부분에 힘이 느껴지면서 교향곡의 논리를 만들어가는 쪽으로 흐러갔다. 춤곡의 느낌은 트리오에서 나타나도록 했다. 3악장은 정제된 슬픔이 느껴졌다. 템포를 떨어뜨리거나 인위적인 연출 없이 4악장 푸가로 진입했고 마지막에 스메타나의 몰다우가 연상되는 물흐르는 듯한 경과구를 거쳐 코다에 진입했고 과하지 않게 허하지도 않게 부풀리며 장대한 마무리를 지었다. 

 

Yannick Nezet-Seguin (conductor)
Chamber Orchestra of Europe
녹음: 2016/02 Stereo, Digital
장소: Philharmonie de Paris

네제 세갱과 유럽챔버의 연주는 전집을 놓고 보았을 때 5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악단과 곡이 살짝 궁합이 좋지 않아 보였다. 투명하고 가늘고 민첩한 현악에 팀파니, 금관이 날카롭게 강조된 사운드는 분명 신선하지만 곡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중후한 느낌을 갉아먹을 수 밖에 없었다. 1악장은 서주에서 현의 비브라토를 약음으로 숨죽이는 듯한 표현을 하여 드레스덴 아멘을 아득히 들려오는 신비로운 느낌으로 표현했다. 일부 밸런스가 매우 특이하게 들려서 꼭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듣는 재미는 있었다. 2, 3악장은 무난했다면 무난하지만 중간 중간 감정을 넣은 표현을 해서 건조하거나 차갑다는 느낌은 받지 않게 해 주었다. 4악장에서 내 주는 강한 성 주제가 2번째 등장할 때 템포는 거의 떨어뜨리지 않았음에도 이후에 신나게 가속해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 주었다. 기대했던대로 모든 성부가 잘 들리게 하는 마법으로 푸가는 잘 살려 주었는데 악단의 소리 때문인지 클라이맥스가 조금 빈약하게 들렸고 마지막 마무리도 너무 얌전했던 것 같다. 전집 들이 대체로 다르 작품에 비해 5번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내가 개인적으로 5번을 좋아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