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delssohn

Mendelssohn Symphony No. 4 in A Major Op. 90 'Italian' 음반 리뷰

romantiker74 2024. 5. 1. 00:23

Arturo Toscanini (conductor)
NBC Symphony Orchestra
녹음: 1954/02/26-28 Mono
장소: Carnegie Hall, New York City

모노시절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던 음반인 것 같다. 당대를 함께 주름잡았던 푸르트뱅글러나 발터에 비해 토스카니니가 이 작품에 잘 어울릴 것 같기는 했다. 음반을 들었을 때 느낌은 안타깝게도 나는 '흙속의 진주를 찾아내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였다. 모노 녹음치고는 녹음도 좋다는 평이 있지만 답답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고 다른 음반과 비교해서 들으면 더욱 소리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연주도 대가의 빼어난 해석이나 토스카니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열정보다는 70년이 지난 지금 시각으로 들었을 때의 선입견 때문인지 부분 부분에서 템포 전환도 어색하고 템포 설정도 촌스럽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1악장, 4악장 초반에서 그런 느낌이 강한데 2악장, 3악장은 살짝 빠르면서 담담하고 싱그럽게 잘 표현한 것 같기는 했다. 4악장 초반을 지나면 질풍같은 템포와 작렬하는 팀파니로 만들어낸 리듬감을 느낄 수 있지만 마지막에 약간 사운드가 빈약하게 느껴져서 어딘지 허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녹음: 1971/01 Stereo, Analog
장소: Jesus-Christus-Kirche, Berlin

토스카니니의 모노 음반을 듣고 이 음반을 들으면 답답함이 가시고 풍성한 사운드에 귀가 확 맑아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단 현대과학의 승리이지만 당연히 카라얀은 거장이고 베를린 필은 훌륭하다. 1악장의 풍성한 사운드, 2악장의 깔끔한 서정성을 즐기다가 3악장이 되면 살짝 갸우뚱하게 된다. 미뉴엣의 템포가 요즘에는 다소 빨라져서 카라얀의 연주가 느리고 촌스럽게 들리면서 미뉴엣이 아닌 느린 악장처럼 느껴지고 말았다. 유려하고 아름답고 4악장에서 나타나는 대비 효과가 강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호불호가 갈릴텐데 내 취향에서는 불호였다. 카라얀보다 17년 앞서 녹음한 토스카니니는 3악장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는데... 하여간 3악장의 도움인지 4악장은 팽팽하면서도 치밀하고 긴장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는 있다.  

 

Leopold Stokowski (conductor)
National Philharmonic Orchestra
녹음: 1977/05/31-06/02 Stereo, Analog
장소: EMI Studio 1, Abbey Road, London

이 음반은 카라얀과 베를린필이 스테레오 음반을 내 놓았지만 토스카니니의 파워가 여전하던 멘델스존 4번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던 것 같다. 녹음 당시 95세였던 만년의 스토콥스키인데 지휘봉 없이 10 손가락으로 특이한 해석을 많이 보여주었던 스토콥스키지만 만년에 녹음한 멘델스존 교향곡 4번은 의외로 모범생같은 연주였다. 물론 이렇기 때문에 토스카니니를 대체할 명반으로 꼽힐 것 같다. 2악장까지는 잘한 연주지만 평범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3악장은 싱그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4악장은 부선율이 잘 드러나는 밸런스를 잡아 곡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었고 전체적으로 곡의 구성도 짜임새있게 이끌어가서 개성이나 재미 면에서는 아쉬울 수 있으나 보편성을 갖춘 명반이 된 것 같다. 

 

Giuseppe Sinopoli (conductor)
Philharmonia Orchestra
녹음: 1983/06/24-25 Stereo, Digital
장소: Kingsway Hall, London

1980년대에는 지휘자 중에 이탈리아 4인방이라고 하는 쥴리니, 시노폴리, 아바도, 무티가 활약을 했었고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은 왠지 이탈리아 지휘자와 어울릴 것 같다는 선입견을 불러 일으킨다. 슈베르트의 미완성과 커플된 시노폴리의 음반은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고 나중에 슈만 2번과 커플되어 그라모폰의 100주년 시리즈에서 1983년을 대표하는 음반으로 재발매되기도 했다. 1악장이 시작되니 깔끔한 앙상블, 밝고 따뜻한 색감의 이탈리아를 느낄 수 있었다.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부선율을 묻히지 않게 들려주어 곡이 입체적으로 들리게 해 주었다. 2악장은 우수에 젖어 있다기 보다는 리듬감 있게 표현이 되었고 오히려 3악장을 느린 악장으로 해석하여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듯이 연주했다. 현의 표현도 훌륭하지만 목관의 관능적이고 달콤한 표현이 훌륭했다. 카라얀의 연주에서 3악장도 느렸는데 그때는 옛날 템포의 미뉴엣 같이 느껴졌다면 시노폴리의 3악장은 트리오까지 느리고 서정적으로 연주해 그냥 느린 악장처럼 느껴졌다. 베토벤의 9번이나 후에 멘델스존의 교향곡 5번에서 스케르초를 2악장, 느린 악장을 3악장에 배치하였는데 멘델스존이 이 작품을 쓸 때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시노폴리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4악장은 열정적인 불꽃놀이를 만들어 주었는데 2, 3악장의 해석에서 시노폴리의 개성이 강하게 들어가 있고 이게 정답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이 작품의 팬이라면 개성있는 연주로 음반을 보유할 가치는 있는 것 같다.  

 

Claudio Abbado (conductor)
London Symphony Orchestra
녹음: 1984/10 Stereo, Digital
장소: St.John's, Smith Square, London

시노폴리와 비슷한 시기에 녹음된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아비도의 음반은 어떨까? 이 음반은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도 거의 가장 사랑받는 멘델스존 전집이 된 것 같다. 시노폴리의 필하모니아가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이탈리아였다면 아바도와 런던 심포니의 이탈리아는 지중해의 파란 바다가 보이는 이탈리아 같았다. 투명한 음색이 인상적인데 금관의 에코나 부선율 하나 하나가 잘 들려서 곡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2악장은 느리지 않고 담담한 느낌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피치카토 반주가 계속 잘 들리는 밸런스를 들려 주었다. 3악장은 아주 서정적이고 아름답지만 느린 악장으로 해석하지는 않았고 살짝 빠르고 상큼한 느낌을 주었다. 4악장은 억센 표현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재잘재잘 속삭이는 듯한 표현을 들려 주어서 요정이 속삭이는 한 여름 밤의 꿈을 연상시켰다. 아바도는 멘델스존 교향곡 전집에 다른 작품들은 여유있는 템포를 취했지만 4번 교향곡은 비교적 빠른 템포를 잡아 28분 정도만에 곡을 마무리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여름에 듣고 싶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멘델스존의 청량함이 돋보이는 연주였다. 

 

Kurt Masur (conductor)
Gewandhausorchester Leipzig
녹음: 1987/9~10 Stereo, Digital
장소: Gewandhaus Leipzig

마주어와 라이프치히 게반트 하우스의 멘델스존 교향곡 전집은 아바도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고 아바도의 전집과 함께 멘델스존 교향곡 전집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멘델스존이 생각한 본인의 교향곡은 이런 모습에 가장 가깝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1악장은 일부 인템포가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윤곽선이 분명하고 여러 구성 요소를 하나 하나 잘 살리면서도 짜임새있는 구성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바로크적인 푸가가 나올 때는 무표정한듯 바로크같은 느낌으로 클라이맥스로 다가갈 때는 금관의 포인트와 팀파니로 탄력있는 박자를 맞추면서 강조점을 찍어주고. 2악장, 3악장은 살짝 빠른 템포로 담담하게 연주했는데 재미없다 보다는 깔끔하다로 판단이 기울게 되는 걸 보면 게반트 하우스의 소리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4악장은 살타렐로의 신나는 춤곡의 느낌은 조금 줄이고 바로크 푸가 같은 느낌이 나도록 연출해서 교향곡의 논리를 잡아가는 듯 했다.    

 

John Eliot Gardiner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녹음: 1997/11 Stereo, Digital
장소: Musikverein, Grosser Saal, Vienna

가디너와 빈필은 척척 박사 가디너 답게 원본과 개정판 2개의 악보를 녹음해 비교해 주고 있다. 혁명과 낭만과 함께 했던 가디너처럼 빈필과 멘델스존을 연주하는 가디너도 속사포처럼 빠르고 아주 정교한 연주를 들려준다. 빠른 템포에서도 완벽한 앙상블과 밸런스를 유지해서 놓치는 부분 없이 작품의 구석구석을 잘 보여준다. 약간 빠르고 차가운 느낌 때문인지 한 악기가 연주하듯 악기가 바뀔 때도 부드러운 흐름을 보여주는 목관과 현악의 밸런스 때문인지 1악장 전개부가 바로크 푸가처럼 들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2악장도 살짝 빠르고 담담한데 칸초네 보다는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3악장 역시 빠르고 담담한데 다른 악장에 비해서 살짝 아쉬웠다. 깔끔하고 잘한 연주이지만 확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좀 없었던 것 같다. 4악장이 시작되다 플륫 소리에 놀랐는데 97년 당시에 볼프강 슐츠셨을까? 빠른 템포에도 한음 한음 살아서 표정이 나오는 게 너무 놀라웠다. 빈필 바이올린의 화려한 음색 때문인지 4악장에 드리워진 단조의 어두움을 싹 걷어내고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 화려한 바로크의 이탈리아를 만든 것 같았다.  원본의 연주가 끝나고 2, 3, 4악장의 개정판 연주가 담겨 있다. 일단 악보가 바뀌어서 당황스러운데 멜로디가 깔끔하게 끝나지 않고 마치 바그너의 무한선율이 반복되듯이 이어지는 멜로디로 바뀌어 있다. 혹자는 세련되었다고 느낄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멘델스존 이탈리아가 원래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이 훼손된 것 같았다. 

Yannick Nezet-Seguin (conductor)
Chamber Orchestra of Europe
녹음: 2016/02 Stereo, Digital
장소: Philharmonie de Paris

합창, 오페라 지휘자로 명성을 쌓았고 최근 빈 필, 메트 오페라를 지휘하면서 잘 나가고 있는 느제-스갱이 유럽 챔버와 멘델스존 교향곡 전집을 내 놓았다.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가 파트너로 느제-스갱을 고른 것을 보면 신뢰감이 잘 구축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기획을 한 배경에는 합창과 오페라의 요소가 많이 들어간 교향곡 2번에 방점을 찍은 것 같기도 했다. 일단 유럽 챔버의 신선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가늘고 날카롭고 투명한 현악과 통통 튀는 듯 날카로운 팀파니로 아주 신선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전집을 놓고 보았을 때는 교향곡 4번보다는 교향곡 1번에서 아주 훌륭한 효과를 내는 것 같고 오라토리오를 연상시키는 교향곡 2번도 아주 멋졌다. 교향곡 4번은 살짝 빠르고 가벼우면서도 유럽 챔버의 신선한 사운드가 매력있는 정도였다. 2악장, 3악장은 담담했는데 3악장의 트리오가 유난히 인상적이기는 했다. 4악장은 숨막히는 전개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속사포같은 연주와 치밀한 앙상블로 채워지지 않은 뭔가가 아쉬웠다.   

 

Jordi Savall (conductor)
Le Concert des Nations
녹음: 2022/10/26-28 Surround, Digital
장소: La Collegiale de Cardona, Catalogne

2022년에 사발이 이끄는 꽁세르 데 나시옹의 연주가 음반으로 나왔다. 소리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처럼 가늘과 팀파니가 강조된 밸런스를 들려주는데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이고 부선율을 바로크 음악에서 통주저음 악기같은 느낌이 나게 밸런스를 잡아 바로크 음악같은 분위기를 내었지만 가끔씩 현이 간드러진 표현을 들려주기도 했다. 1악장 후반까지는 대충 이런 느낌이었는데 1악장 코다 부분에서 내가 알고 있던 멘델스존 이탈리아와는 다른 음악이라고 느낄 정도의 멜로디가 들려서 깜짝 놀랐다. 가디너가 1악장을 녹음하지 않은 것을 보면 1악장 코다 부분에서 느꼈던 이질감은 악보의 차이라기 보다는 밸런스의 차이였던 것 같다. 내가 알던 이탈리아와 다른 음악을 듣는 충격은 본격적으로 개정된 2악장과 3악장에서 더욱 증폭이 되었다. 2, 3악장은 원본과는 멜로디가 전혀 다르다고 느낄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기존의 멜로디에 익숙해져서인지 더 좋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4악장도 원본과는 많이 달라져 있고 에코의 멜로디 등이 꽤 다르고 갑자기 생소한 부분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리듬감이 지배적인 악장이라 다른 곡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세련되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예쁟 느낌은 깎아먹은 멜로디였는데 다른 음반에서는 들을 수 없는 멘델스존 4번이라 (가디너의 음반은 있지만 판본이 달라진 악장을 뒤에 따로 모아놓은 형식이라 단독으로 개정판이 녹음된 음반은 이 음반 밖에 없는 것 같다.) 수집가의 입장에서는 꼭 보유해야 하는 아이템이 될 것 같다. 가디너처럼 화려한 바로크는 아니지만 대위법이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바로크를 들려주는 듯 했다.